5대 그룹 상장 계열사 64곳 조사…삼성그룹 16개 계열사 한 곳도 없어, SK그룹은 2곳, LG와 롯데 각각 1곳

반면 국세청 출신들이 사외이사로 전혀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국세청 출신들을 선호하는데 비해 삼성그룹은 국세청 출신들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의 상장회사 64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현재 사외이사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직 국세청 고위 인사들이 사외이사를 차지한 곳은 11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5대 그룹 상장사 64곳 가운데 17.2%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삼성그룹 가운데 상장사에는 국세청 출신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올해 6월 말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삼성그룹 계열사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에스디에스, 삼성중공업,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바이오로직스, 에스원, 제일기획, 멀티캠퍼스, 호텔신라 등 16개 곳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 등 11개의 계열사가 상장되어 있는데 국세청 출신 고위관료가 사외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곳은 7개사로 집계됐다.
올 6월 말 현재 이병국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현대자동차에 사외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김덕중 전 제20대 국세청장은 기아자동차 사외이사, 이승호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은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다.
이병대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은 현대위아, 박외희 전 서울지방국세청 부이사관은 현대비앤지스틸, 임창규 전 광주지방국세청장은 현대글로비스, 김영기 전 국세청 조사국장은 현대건설에 각각 사외이사로 재직중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가운데 상장회사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차투자증권,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 현대건설, 이노션 등 모두 11개사다.

LG그룹에서는 지난 2010년을 전후해 이명박 대통령 시절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전 제18대 국세청장 등을 역임한 백용호 이대 교수가 LG전자 사외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상장회사는 LG, LG전자, LG상사, LG화학,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이노텍, 지투알,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등 11개사다.
SK그룹에서는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SK텔레콤 사외이사, 이승재 전 중부지방국세청이 SKC솔믹스 사외이사로 각각 재직중이다.
SK그룹 계열사 가운데 상장회사는 SK, SK이노베이션, SKC, SK케미칼, SK가스, SK머티리얼즈,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솔믹스, SK네트웍스, SK디앤디, SK증권, SK바이오랜드, 부산도시가스, 아이리버, 에스엠코어, 나노엔텍 등 모두 17개다.
롯데그룹에서는 올 6월 말 현재 박차석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롯데제과 사외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가운데 상장회사는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롯데하이마트, 롯데손해보험, 롯데정밀화학, 현대정보기술 등 총 9개사다.
국세청 출신들은 특히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앞두고 있는 기업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비상장회사인 SK건설은 올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지난 3월 이승호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이 사외이사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이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은 올 6월 말 현재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로도 일하고 있는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을 지낸바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특별세무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국세청 조직이다.
대기업들은 국세청 전직 고위관료들을 사외이사로 활용하면 기업들의 세무처리 능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세청 고위관료 출신의 사외이사 선임이 국세청 세무조사 등을 사전에 무마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대성 기자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