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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단순작업 표준화에 도전과 믿음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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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단순작업 표준화에 도전과 믿음의 힘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도전해 본 산업혁명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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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사장님! 공장의 작업동작 표준화를 한 번 하게 해주십시오!"라고 떼를 쓰다시피했다.

"왜 하려고 하는데? 섬유나 봉제는 디지털결합은 의미가 없어. 근로자들 잘 돌리면 그게 최고야! 많은 인원 고용해 주고..."

"같은 일이 공장마다 차이가 많이 납니다. 디지털은 둘째 문제입니다. 표준화해서 같은 일은 같은 동작으로 움직이면 여러 효과가 있습니다. 영업이나 생산의 개선은 물론이고, 동작 효율도 좋아져 작업자들의 건강한 현장도 만들 수 있습니다"

작업표준화는 사람을 줄이는 효과만?


인도네시아에서 섬유 관련 회사인 H사에서 근무중인 신영수 소장(가명)의 흔치 않은 경험을 들었다. 지난 9월에 휴가차 서울에 와서우리 사무실에 들렀다. 전산이나 정보기술(IT), 이공계가 아닌 특수전공을 한 신소장의 활약이 궁금했다. 공정과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을 한다고 하며 경험을 끄집어냈다. 동남아시아에 여러 생산현장을 두고 있지만 현지에 연구소를 두고 운용하는 특이한 회사이다.

지난 2~3년 동안 한국에서 4차산업혁명에서 스마트 팩토리는 크게 부각된 이슈가 됐고 신발회사인 아디다스가 동남아 공장을 대폭 줄이고 독일에서 맞춤형으로 제조 혁신 사례를 접하고 있어서 무척 궁금했다. 동남아지역은 노동집약 산업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기에 필자가 속한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지역이다. 매년 200여 명이 이 교육과정을 통해 단순 취업만이 아니라 현장 업무를 하며 배우는 훈련장인 격이다. 창업으로 이어지는 플랜이 작동하는 거대한 교육과 훈련장(Learning & Training)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도전한 새로운 세상과 성과


신 소장은 지난 2015년 8월 인도네시아 1기로 과정에 합류했다. 인도네시아 반둥공과대학(ITB)의 합숙연수 등 11개월을 보내 2016년 7월에 지금의 H사에 입사했다. 가끔 사무실에 들르기는 하지만 3년이 지난 시점에 완전 수동과 최고의 스마트 공정사이에서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결과를 말하고 있었다.

회사의 대표, 공장장, 임원들 모두 이 사업분야에서 50년 이상 관록이 붙은 세계 최고의 베테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분들이다. 갓 들어 온 신입사원이 무려 100여 페이지의 설득 자료로 설득해 나갔다고 한다.

"여러 공장에서 진행되는 유사한 단위공정의 처리 시간이 너무 차이가 납니다. 세분화,표준화해 같은 동작으로 일하며 숙련으로 이어지면 생산성은 물론이고 제조가격 산정도 일관성이 있을 것입니다. 오더 작업의 완성일자도 정확하게 예측돼 제 시간에 납품하는 효과도 클 것입니다. 신뢰의 상승으로 바이어와 만나 수주할 때도 자신감 있게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마트 팩토리로 가는 길은 저절로 연결될 것이라고 봅니다”

하도 간절하게 말하니 경영진은 현지인 4명을 추가로 지원해주며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주었다. 6개월 동안 작업자의 미세한 손놀림부터 큰 몸동작까지 2만여 개의 동작으로 나누고 대·중·소분류로 나누며 체계화 작업을 완료했다.

기계가 아니라 불가능하다고 한 작업도 표준화되고 문서화되고 책임있는 공정관리가 됐다. 작업자들 또한 최적의 자세와 동작으로 작업하니 피로도도 떨어지고 근골격계 질환의 산업재해도 줄일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공장분위기도 많이 밝아졌다. 신입 작업자들의 초기 교육도 제대로, 빠르게 진행되며 부수의 성과를 봤다.

짧은 시간의 성과


덕분에 '연구소 소장'이라는 직책으로 파격적인 승진도 됐다고 한다. 8~10년차 정도 돼야 주어지는 자리라는 것. 연구소 직원도 60여 명으로 늘리며 연구 수준을 높이자며 힘을 보태어줬다. 그 개인의 큰 수확은 3년여 간에 회사의 모든 공정을 정밀 분석해 보았다는 경험이었다고 한다.

이런 좋은 결과와 성장을 만든 요인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첫째, 조직 상하간 믿음이었다. 경영진,신소장,현지직원으로 이어지는 신뢰였다.

둘째, 배우겠다는 겸손과 성과에 대한 열정이었다. 국적이나 출신과는 무관한 만국(萬國) 공통이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인 경영진과 현지인을 잇는 소통 능력이었다. 현지에서 1년간 공부한 인도네시아어와 합숙을 통한 공동체 교육이 큰 밑천이 됐다는 것이다.

필자도 한 마디 거들었다.

"이런 좋은 경험과 소통으로 현지의 수만 명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경영자로 커 나가기 바랍니다. 모든 일의 중간 매니저이자 최상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터미네이터가 되길 소망합니다"

4년 전 인도네시아 1기생들이 연수, 취업으로 현지에 뿌리내리는 모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보람'이라는 단어가 떠 올랐다. 고개를 들어보니 푸르른 서울의 가을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해발 800m에 자리잡은 반둥연수원의 쾌적한 하늘도 생각났다. 신소장과 소주와 삼겹살에 묻혔다. 어린 나이에 한국식 직함인 '소장'도 정겹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