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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베트남의 삼성' 빈, 자동차 유럽진출 코로나로 차질 빚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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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베트남의 삼성' 빈, 자동차 유럽진출 코로나로 차질 빚나

사업서 위기…그룹 전체 흔들릴 수도
자회사인 빈패스트 지난해 적자 발표

빈그룹 자회사 빈패스트는 GM 호주 법인의 현지 브랜드를 인수하는 등 유럽시장 공략에 나섰으나 코로나19 태풍에 위기를 맞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빈그룹 자회사 빈패스트는 GM 호주 법인의 현지 브랜드를 인수하는 등 유럽시장 공략에 나섰으나 코로나19 태풍에 위기를 맞고 있다.
베트남의 삼성 빈그룹(VinGroup)이 자동차 사업에서 초래된 위기로 그룹 전체가 흔들릴수도 있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 빈그룹의 자동차 생산 자회사인 빈패스트(VinFast)는 2019년 적자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빈그룹은 호주에서 제너럴모터스(GM)의 현지 브랜드 '홀덴'을 인수하는 등 유럽공략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하지만 곧 바로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악재에 맞닥 뜨렸다. '돈먹는 하마'로 불리는 자동차산업에 부품 국산화 등 기본기를 탄탄히 하지 않은 채 뛰어들었다가 잘나가는 유통분야까지 넘기고, 항공・제약・통신 등 차세대 성장동력까지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 자동차 위해 차세대 성장동력 철수


14일(현지시간) VN익스프레스 등 베트남 현지매체에 따르면 빈패스트는 최근 하노이 증권 거래소에 2019년 세후 순이익에서 5조7000억 동(약 2850억 원) 이상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2019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자기 자본은 19조5000억 동(약 1조원)이다. 지난 2019년 중반 빈패스트는 공식적으로 자동차 공장을 가동했으며 연말 1만7000대 이상의 자동차와 5만대에 이르는 전기 오토바이를 주문 받았다.

그러나 빈패스트는 판매 초기 막대한 프로모션으로 인해 판매할 때마다 세단형인 룩스(Lux) A2.0 차량에서 3억 동(약 1500만 원), SUV차량인 룩스(Lux) SA2.0에서 1억7600만 동(약 958만 원), 경차 파딜(Fadil)에서 1억700만 동(약 535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 즉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업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잘 나가는 베트남 최대 규모 소매유통체인인 빈마트 시스템(빈마트, 빈마트+빈에코)은 베트남의 식음료기업인 마산(MASAN)그룹에 넘어갔다. 연간 매출 증가율이 67%에 달하던 '알짜'였다. 꾸준한 투자로 전국 30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했는데 2위권 매장이 600~800여개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이었다. 이어 빈그룹은 항공사업인 빈펄에어(Vinpearl Air)와 제약 체인인 빈파(Vinfa), 전자제품 체인인 빈프로(Vinpro) 등에서도 연이어 손을 뗐다. 원래 올초부터 진출이 가시화된 통신사업자도 현재로선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하노이 투자시장에는 '빈그룹이 자동차사업으로 돈이 돌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기본설비부터 생산까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자동차 산업에 너무 준비없이 뛰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도 빈패스트는 95%가 자동화 공정이며, 모든 부품은 해외에서 수입한다. 자국의 부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거의 없다. 그나마 타이어나 와이퍼 정도를 현지화하려고 시도하는 수준이다. 거기에 비해 들어가는 돈은 너무 많고 여전히 영업은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빈패스트 자동차의 주요 부품은 모두 해외에서 수입된다.이미지 확대보기
빈패스트 자동차의 주요 부품은 모두 해외에서 수입된다.

◇ 유럽공략 첫발 떼자마자 코로나에 직격탄


그럼에도 빈그룹은 올해 주목할 만한 빈패스트의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호주 현지 브랜드 '홀덴(Holden)'을 인수한 것. 빈그룹은 홀덴 공장과 엔지니어, 판매망 등을 활용, 자사 자동차 계열사인 빈패스트의 호주, 미국, 러시아, 유럽 진출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GM은 앞서 지난 2월 실적이 저조한 '홀덴' 브랜드와 판매 대리점을 폐쇄하고,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828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빈그룹 계열 자동차 제조업체인 빈패스트는 호주 멜버른에 자동차 R&D센터를 설립하고 홀덴 엔지니어들을 채용했다. 또 룩스(Lux) V8 및 전기 자동차의 상용 버전을 출시하고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국 120개 지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빈패스트의 대표이사인 짐 데루카(Jim DeLuca) 대표는 호주 카세일즈닷컴(Carsales.com.au)과의 인터뷰에서 "홀덴은 자동차 디자인, 설계, 생산 등과 관련한 당사의 협력 파트너" 라며 "당사는 호주 시장에 진출하길 원하고 있으며, 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홀덴 엔지니어들을 고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홀덴 엔지니어 수백명은 지난해말 설립한 빈패스트의 호주 R&D센터에서 근무하게 된다.

최근 팜 냣 브헝(Pham Nhat Vuong) 빈그룹 회장은 2021년 미국에서 빈패스트가 생산한 자동차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팜 낫 브헝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비 20억 달러를 들여 빈패스트가 미국, 유럽, 러시아에 자동차를 수출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미빛 미래도 잠시, 곧바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럽 전체가 코로나19로 인해 공장이 폐쇄되고 있으며 연이어 국가간 무역이 막혔다. 코로나19는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많은 경제 부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빈패스트 역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자동차 제조업체 협회(VAMA)의 보고서에 따르면 질병이 곧 통제되지 않으면 전체 시장 판매가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외 상황이 모두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존버'만이 살길이라는 코로나 사태에 안그래도 자금난을 겪고 있는 빈그룹이 유럽공략이라는 자충수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응웬 티 홍 행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