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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플랫폼' 이용자 중심 배분 왜 필요하나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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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플랫폼' 이용자 중심 배분 왜 필요하나 살펴보니…

네이버 VPS 적용해 지난해 6개월 바이브 음원 플랫폼 음원 정산 시뮬레이션
"이용자 중심 음원 정산 적용하니 6명이 한달에 5만번 '스밍' 음원정산료 94%↓"
이용자 대비 음원 재생수 확연히 높은 음원 정산비 비례배분보다 현저히 줄어
"음악산업 성장 위해 장르 다양화 필수...이용자 정산으로 시장 다양성 제고 기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음원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음원 정산 방식의 개선 방안' 토론회 현장. 사진=박수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음원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음원 정산 방식의 개선 방안' 토론회 현장. 사진=박수현 기자
네이버 VPS가 도입된 이후 아티스트A의 음원 정산금 사용 변화.이미지 확대보기
네이버 VPS가 도입된 이후 아티스트A의 음원 정산금 사용 변화.

"네이버 바이브 전체 이용자 비중이 0.1%에 불과했지만 재생횟수는 1%였던 아티스트A의 정산금이 비례배분제에서 이용자 중심 배분으로 변경하니 66%가 하락했다."

이태훈 네이버 뮤직비즈니스 리더는 지난해 6개월동안 음원 플랫폼 '바이브' 내에서 진행한 이용자 중심 정산 방식 도입 시뮬레이션 결과를 밝히며 이같이 밝혔다. 디지털경제포럼은 21일 서울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음원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음원 정산 방식의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리더를 포함한 학계, 업계 전문가들의 음원 정산 방식, 음원 시장 생태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지난달 네이버는 현재 국내 음원플랫폼이 모두 적용하고 있는 '비례배분 정산' 방식 대신 이용자가 듣는 아티스트에게만 스트리밍 재생 수익이 오롯이 돌아가는 '이용자 중심 정산 방식'을 상반기 내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이 리더는 '이용자 중심 정산 방식'이 적용된 네이버 자체 정산 시스템 '바이브 페이먼트 시스템(VPS, VIBE Payment System)' 도입을 앞두고 이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음원 정산 결과가 어떻게 변하는지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공유했다. 이 시뮬레이션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음원 플랫폼 '바이브'에서 재생된 총 20만 곡을 대상으로 적용됐다.

비례배분 정산 방식이란, 전체 플랫폼 내 음원 재생횟수 대비 해당 아티스트의 음원의 재생 횟수를 나눠서 저작권료를 정산한다. 그러나보니 재생횟수가 많은 이용자들에게만 음원 저작권료가 쏠리는 현상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용자 중심 정산 방식은 한 이용자가 들은 전체 재생횟수 대비 해당 이용자가 들은 재생 횟수에 의해 저작권료를 정산한다. 이에 재생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인디 아티스트들은 비례배분방식보다 더 높은 정산금을 받을 수 있다.

21일 서울 중구 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음원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음원 정산 방식의 개선 방안' 토론회에 참가한 이태훈 네이버 뮤직비스니스 리더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수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1일 서울 중구 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음원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음원 정산 방식의 개선 방안' 토론회에 참가한 이태훈 네이버 뮤직비스니스 리더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이 리더는 "이용자 중심 방식인 'VPS'을 적용한 결과, 장르를 불문하고 이용자들이 폭 넓게 듣고 있는 음악이라면 정산 금액이 증가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 가수의 경우에도 비례 배분 방식보다 VPS 방식을 도입하니 10% 이상의 정산금이 증가했으며, 유행 불문하고 인기를 얻는 유명 가수, 트로트, 발라드, 인디음악 가수의 음원 정산료가 20% 이상씩 증가했다. 특히, 트로트 가수들의 정산 금액은 최대 74% 이상씩 증가했다.

반면, 이용자 수 대비 이용 횟수가 현저하게 높았던 아티스트들의 정산금은 크게 줄었다. 예를 들어 A노래의 경우 6명이 한 달에 총 3만 481회를 들었다. 이는 1인당 평균 5080회를 들은 것으로 집계된다. 이 리더는 "보통 한 명이 한 달간 듣는 음원 재생 횟수는 1000회를 웃돌기 힘들다"라면서 "한 명이 5000회 이상을 듣는 것은 그만큼 어려웠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이어서 "곡 A는 비례배분 아래에선 18만 3996원이었지만, VPS를 적용할 경우 94% 감소해 1만 1318원으로 줄어들게 된다"면서 "고의였든 팬들에 의한 무고의였든, 비례배분제 아래에선 6명의 이용자 만으로 이뤄낸 가격이 이용자 중심으로 바꾸니 이 같은 편차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티스트 이름을 교묘하게 명명해 정산 시스템을 혼란스럽게 하는 케이스 역시 줄었다고 이 리더는 덧붙였다. 예를 들어 아티스트명을 자장가, 태교 등과 같이 장르 이름과 동일하게 지정해 이용자들의 검색에 더 잘 걸리게 하는 편법으로 재생률이 높았던 일부 아티스트의 곡이 VPS를 도입하니 50%가량 줄어들었다.
이 리더는 "비례배분방식은 왓챠나 넷플릭스 같은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 역시 동일하게 정산할 것으로본다. 그러나, 영상 서비스들은 음원 서비스만큼 100번, 200번 이상 반복적으로 시청하진 못할 것"이라면서 "플랫폼 특성상 어뷰징하기 쉬운 상황인데, 네이버는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처럼 VPS 적용을 통해 음원 정산의 편중 현상이 없어지길 바란다. 아티스트-이용자 간 더욱 밀접한 거리감을 느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국내 플랫폼에서 선제적으로 도입한 이용자 중심 음원 정산 방식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도입을 논하고 있는 새로운 방식이다. 2014년 이후 스트리밍 음원시장이 기존 실물 음원 시장을 추월할 정도로 급증하면서 음원 정산 방식에 대한 여러 논의가 나오고 있다. 음원 정산 구조가 일부 장르와 톱스타급 아티스트에만 편중되면서 장르에 대한 다양성이 축소되고, 수익성 양극화로 음원 재생수를 올리기 위한 음원 순위(차트) 조작 등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들을 이용자 중심으로 음원을 정산해 다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이날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유재진 음반산업협회 국장은 “네이버의 새로운 정산 방식은 음악시장 다양성 제고 목적에 어느 정도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기존 방식보다 소득 편중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는지 다각도로 분석,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콘텐츠 산업의 경쟁 원천은 콘텐츠의 다양성에 기인하는데, 글로벌 음원 소비자의 음원 소비 행태는 팝, 락, EDM, 사운드트랙, 힙합, 싱어송라이터, 클래식, R&B 등 비교적 다양한 데 반해, 한국의 경우 상위 50위 곡 중 한 두 개 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이돌 음악인 상황”이라면서 “국내 음악 산업이 지속발전하기 위해서 장르의 다양화는 필수적인데, 이는 차트 왜곡 문제 해결과 합리적 수익 정산 모델 개발 등 다양한 산업계에서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원 동국대학교 교수는 “이용자 중심 정산 방식은 마이너 음원 제작자들에게 현재 방식보다는 보다 많은 수익을 제공할 것으로 판단되며, 수익이 없으면 마이너 음원 제작 자체가 어려우므로 이용자 중심 정산 방식은 다양한 음원이 제작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