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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이상 투자 '자바 석탄발전소' 수익성 논란...한전 정면돌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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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이상 투자 '자바 석탄발전소' 수익성 논란...한전 정면돌파 하나

민주당 김성환 의원·기후솔루션 "KDI·글로벌투자자 적자 평가...수익성 낮아"
한전 "예타 종합평점 합격, 국내외 금융대주단 여신승인 수익성 증거" 반박
업계 "국제환경 가이드라인 부합 친환경발전소"...한전, 이달말 투자승인 결정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 중인 '자바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부지 인근에 있는 '수라라야 석탄화력발전소' 모습. 사진=싱가포르 환경전문 뉴스매체 에코비즈니스 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 중인 '자바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부지 인근에 있는 '수라라야 석탄화력발전소' 모습. 사진=싱가포르 환경전문 뉴스매체 에코비즈니스
한국전력이 주도하는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 투자 사업을 둘러싸고 한전·에너지업계와 일부 정치권·환경단체가 찬반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핵심 쟁점인 '사업 수익성 분석'을 놓고 양측간 대립이 진실게임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자바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짓는 한전의 투자 사업은 인도네시아전력청 51%, 현지 에너지회사 '바리토퍼시픽(Barito Pacific)' 34%, 한전 15%의 지분 투자로 이뤄지는 사업이다. 자카르타 인근에 각 1기가와트(GW)급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전체 사업 규모는 35억 달러(약 4조 2500억 원)이며, 한전이 5100만 달러(약 62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동시에 재무적 투자자로 한국수출입은행 7억 달러, 한국무역보험공사 7억 달러, 한국산업은행·하나은행·기타 해외 금융기관이 11억 2800만 달러를 각각 투자 지원한다.

22일 환경단체인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전의 '인도네시아 자바(Jawa)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서 "이 사업 운영기간 25년 동안의 모든 수익과 비용을 현재가치로 환산했을 때, 전체 가치는 마이너스(손실) 4358만 달러(약 530억 원)이고, 한전도 708만 달러(약 85억 원)의 손실을 얻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일부 공개한 KDI 보고서를 기후솔루션이 공개한 내용으로, 김 의원과 기후솔루션 측은 지난해 10월 한전이 인도네시아 석탄화력 투자사업 관련 KDI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적자' 평가를 받은데 이어 재심의에서도 '마이너스' 평가를 받아 사업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줄곧 주장해 오고 있다.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두 차례에 걸친 조사 모두 한전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결론 내린 상황에서 사업 추진을 강행하는 것은 '신중한 결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과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KDI가 수익성을 마이너스로 평가한 이유는 한전이 발전소 운영수익 산정의 핵심요소인 '전력판매량' 산정기준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가정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사업계획서에서 자바 9·10호기가 평균 계획송전비율 86%를 달성할 것을 전제하고 있으나, KDI는 이러한 가정을 실현하는 것이 사실상 매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KDI는 한전의 가정보다 낮은 78.8% 수준으로 송전이 이뤄진다는 가정 하에 수익성을 분석했고, 그 결과 마이너스 수익 도출의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에서 KDI는 "실제로는 송전비율이 75%를 초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손실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전은 김성환 의원과 기후솔루션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평균 계획송전 비율 86%는 전력판매계약 상 발주처와 합의된 수치이며, 연간 계획예방정비(7%)와 고장정지(7%)까지 고려한 '발전가능상태 유지비율'로서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치"라고 반대측 주장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국제 민자발전사업처럼 이 사업의 매출액은 실제 전력생산량과 무관하게 발전소가 발전 가능한 상태에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국내 석탄화력 발전소의 발전가능상태 유지비율은 87% 이상이고, 인도네시아도 9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개발도상국은 급속한 산업화로 전기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발전소를 발주한 국가의 특성을 감안해 사업성을 검토해야지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판단해선 안된다"며 한전의 주장을 거들었다.

인도네시아 현지언론에 따르면, 자바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국가전략 인프라사업'에 포함된 핵심 국책사업의 하나이다. 인도네시아전력청(PLN)이 이끄는 현지 발주처는 지난해 12월 부지 매입과 진입로 공사를 마무리 짓고 본공사 착수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KDI 보고서에 공개된 이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종합평점(AHP)은 0.549이다. 이를 두고 한전은 0.5 이상이면 사업타당성이 있다는 의미라며, 예타 평가자 8명 모두 '사업타당성 있음, 사업시행'으로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기후솔루션은 종합평점 0.45~0.55 사이는 KDI 기준상 결정에 신중을 요하는 '회색 영역'이라며 사업타당성이 입증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사업의 시공사로 참여하는 두산중공업의 수익성을 놓고도 양측은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KDI는 "두산중공업의 EPC(설계·조달·시공) 수주금액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책정돼 있어 이 사업을 수행하면 5억 5000만 달러(약 66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되며, 추가비용 발생 위험도 두산중공업 컨소시엄이 부담하도록 돼 있어 두산중공업의 재무 위기를 심화시키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전은 현지 발주처가 부지 정지작업을 맡는 등 다른 사업과 수평 비교는 타당하지 않다며, 국내 발전소 기자재비와 비교해도 두산중공업의 수주금액은 적정하다고 KDI의 분석을 되받아쳤다. 오히려 인도네시아 화력발전 투자사업이 국내 중소기업에 8400억 원 규모 수출 창출과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전은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전의 해외 석탄발전사업 수익성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놓고도 양측의 의견은 판이하다.

기후솔루션 측은 지난 달 한전의 주요 주주인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 블랙록이 '2020년 1분기 스튜어드십 투자보고서'에서 "한전이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사업에 참여하는 전략적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사실이나 지난 3월 아시아투자자그룹(AIGCC)이 한전의 해외석탄사업에 우려를 표명한 사례를 들며 수익 실현에 의문을 던졌다.

이와 달리, 한전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국제 상업은행 등으로 구성된 대주단이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 투자에 여신승인을 완료한 사실을 근거로 "손실 가능성이 있으면 여신승인 획득은 불가능하다"며 반대진영의 주장을 반박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국제 환경단체들 반발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전의 해외 석탄화력발전사업을 우려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한전은 자바 석탄화력발전소에 탈질설비를 추가하기로 했으며, 해당 발전소에 적용되는 초초임계압(USC) 방식 보일러는 국제금융공사(IFC)의 환경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친환경 발전소 보일러"라고 언급하며, "한국중부발전이 운영하는 국내 신보령 화력발전소 등에도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찬반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전은 이달 말 이사회를 열어 자바 석탄화력발전소 투자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