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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가 '법인세 인상' 지지하고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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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가 '법인세 인상' 지지하고 나선 이유?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왼쪽)와 잭 리더 블랙록 CI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왼쪽)와 잭 리더 블랙록 CIO. 사진=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2조달러(약 2260조원) 규모의 역대급 경기부양카드에 지구촌의 이목이 쏠려 있다.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향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서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역대급 경기부양책의 이면에는 증세가 있다. 막대한 재정지출 확대에 발맞춰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세율을 전방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언해놓은 상태다. 이 가운데 특히 미국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대목은 법인세 인상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고 35%까지 올랐던 법인세율을 21%로 끌어내렸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28% 수준까지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이 계획대로 실행되면 미국에서 법인세가 인상되는 것은 25년만의 일이 된다.

트럼프의 감세 정책은 대기업들만 혜택을 주고 끝난, 조세 형평성을 훼손하는 정책이었다는 게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데다 모든 국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인 고통을 겪고 있어 역대급 경기부양책을 집행하는 상황에서 법인세를 끌어올리는 것이 마땅하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철학이다.

그럼에도 미국 재계가 바이든 행정부의 법인세 인상카드를 반길 이유는 없다. 세계 어느 나라 경제계도 법인세 인상을 환영하는 경우는 없다.

◇ 베조스의 법인세 인상 지지 선언, 美 재계 입장과 배치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이자 미국을 대표한 대기업에 속하는 아마존을 경영하는 세계 최고 부호 제프 베조스가 이례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법인세 인상 계획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고 CNN이 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낸 성명을 통해 “아마존은 법인세율 인상을 지지하는 입장”이라면서 “미국의 인프라 재건 투자에 초점을 맞춘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지금까지 인프라 개선에 반대한 적은 없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힘을 합쳐 실행에 옮길 때”라면서 “이런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려면, 무엇에 투자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도 중요하고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고통분담이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베조스는 “미 의회와 행정부가 미국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데 가장 적절하고 균형잡힌 방안에 합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CNN은 “베조스의 이같은 입장은 법인세 인상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미국 재계의 일반적인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고 전했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불편한 사이였고 바이든 대통령을 진작부터 지지했던 이른바 ‘친바이든’ 기업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는 뜻이다.

◇ 베조스로 그치지 않을 분위기


베조스 CEO가 법인세 인상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배경과 관련해 CNN은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인프라 재건을 중심으로 한 경기부양 전략은 경제계 입장에서도 외면할 수 있는 방안이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세를 제대로 내지 않은 대표적인 기업으로 아마존을 언급한 것에 대해 아마존이 바로 반박한 일도 있었고 재벌개혁을 강력히 주장해온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는다며 아마존을 비판하자 법안이나 똑바로 만들라고 반박하고 나선 일이 바로 최근의 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마존의 입장 전환은 주목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CNN은 “바이든의 인프라 재건 카드는 주요 대기업들도 외면하기 어려울만큼 강력한 카드로 비치고 있다”면서 “법인세 인상 지지 입장을 밝힌 기업인이 베조스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NN이 대표적으로 꼽은 사례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잭 리더 최고투자책임자(CIO)다.

리더 CIO는 최근 CNN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시절의 감세 정책을 되돌린다고 해서 흔들릴 정도로 미국 경제가 취약한 경제는 결코 아니다”면서 “오히려 법인세 인상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기업과 근로자들 사이에 고르게 배분한다는 점에서 향후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