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한맥' 홍보물 무단 철거에 뿔났다…하이트진로 수사 의뢰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주류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타사 홍보물을 무단으로 철거하거나 훼손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영업전쟁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비맥주는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부근 상권에서 '한맥' 홍보물이 계속해서 무단 철거되고 있다며 성남 중원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홍보물은 한맥 대표 모델 이병헌의 모습이 담긴 등신대로, 오비맥주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총 5개의 등신대가 분실됐다.

회사 측은 식당 업주의 동의하에 식당 건물에 설치된 CCTV들을 입수해 경찰에 제출했으며 영상 분석 결과 한맥 홍보물을 무단 수거해 간 승합차가 하인트진로 법인 차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CCTV에는 누군가 식당 앞에 승합차를 세운 뒤 한맥 홍보물을 수거해 차량 트렁크에 싣고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현재 차적 조회 결과를 토대로 이번 절도 사건이 하이트진로 직원의 소행인지 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오비맥주 측은 이것이 하이트진로 본사 차원에서 진행한 방해 행위인지와 관련해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계획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주류업계 영업전쟁이 치열한 것은 맞지만 이는 단순 경쟁을 넘어 절도 사건으로 의심된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 같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절도까지 발생하는 것은 두고 볼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는 그간 영업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던 마찰로, 대부분 영업단에서 서로 조율하며 해결해 왔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도 비슷한 피해를 종종 입었지만 그동안 영업단에서 합의해왔기에 그냥 넘어갔다"면서 "똑같이 수사 의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영업 활동과 광고물에 대한 관리,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주류업계의 지나친 영업전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주요 상권의 명당 자리의 경우 각사 영업사원들에 의해 하루에도 수차례씩 주류 포스터가 변경되곤 한다.

특히 지난 1년간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흥 채널에서의 실적이 부진했기에 올여름엔 더더욱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쪽에서는 자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경쟁사 홍보물을 훼손, 철거하는 일이 관행적으로 이어져오긴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잘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면서 "특정 업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업계 전반의 문제인 만큼 이번 사건을 자정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하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a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