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인터뷰] "1년새 절반 폐업 말농가, 온라인 발매로 살려야...농식품부 '육성 의지' 보여라"

공유
7

[인터뷰] "1년새 절반 폐업 말농가, 온라인 발매로 살려야...농식품부 '육성 의지' 보여라"

김종국 세종대 겸임교수(정책학 박사) '말산업 고사위기 해법' 전격 대면인터뷰

김종국 세종대 겸임교수(정책학 박사). 사진=김철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김종국 세종대 겸임교수(정책학 박사). 사진=김철훈 기자
말산업계 위기가 심각하다. 하나의 산업 전체가 붕괴될 상황에 직면했다. 말 생산농가는 코로나19 이후 절반이 폐업했고, 한국마사회는 창립 72년만에 처음 차입경영에 들어갈 상황이다.

이는 코로나19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같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여행·외식업 등은 물론 다른 사행산업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다른 모든 산업들은 물론, 우리나라를 제외한 해외 모든 경마시행국들은 '비대면(온택트)'에서 해법을 찾아 위기극복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 경마산업만 이미 나와있는 해법도 거부하며 '자멸의 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이코노믹은 한국 말 산업의 현 위기 원인과 해법을 듣기 위해 경마산업과 사행산업에 두루 식견을 갖춘 김종국 세종대 겸임교수(정책학 박사)에게 대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한국마사회 경마본부장을 비롯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연구포럼위원, 한국관광레저학회 이사 등을 역임한 김 교수는 '죽어가는' 말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에 대면 인터뷰에 응한다고 밝혔다. <편집자 주>

Q. 국내 말 산업계의 위기가 심각해 보인다.


"지금 국내 말산업은 이달 말까지만 생명이 남은 시한부 인생이다. 전국 900여 말 생산농가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 절반이 폐업했고, 남은 농가들도 손실이 쌓이고 대출 한도도 다 차서 파산 직전이다.

한국마사회는 그동안 사내유보금으로 상생경마를 운영해 경마 종사자와 말 생산농가를 지탱해 왔으나 이 유보금도 이달이면 바닥난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기준 국내 전체 말산업 관련 사업체 수는 2500개, 취업인원은 총 2만 4000명이다. 이들 모두가 한꺼번에 생계 위기에 놓였다.

정부는 코로나 위기가 지나면 경마가 재개될 것이라고 하지만, 집단면역이 달성되고 경마가 재개되기 전에 이미 국내 말 산업은 붕괴돼 있을 것이다."

Q. 지금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물론 직접적인 원인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장기간 경마 중단'이다. 전체 말 산업 매출의 78%를 차지하는 경마가 1년 넘게 기존 매출의 10~20%로 줄었으니 말 산업 존립 기반이 흔들린 셈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지금의 말 산업 위기는 '불가항력적인 재난'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해외 모든 경마시행국은 온라인 마권 발매 제도를 통해 이미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경마시행국은 코로나19 이전부터 4차산업혁명 시대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변화에 부응해 비대면 경마 즉 온라인 마권 발매(베팅) 제도를 운영해 왔다.

덕분에 코로나19 발생 직후 오프라인 경마장 폐쇄로 일시적 매출 감소를 겪었을 뿐, 곧 대부분 정상을 되찾았고, 일부 국가는 코로나 이전보다 경마 매출이 더 늘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대 흐름에 따라 지난 2019년 한국마사회가 온라인 발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시기상조론을 내세우며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반대했고, 이후 코로나 사태로 제도 도입 목소리가 더 높아졌음에도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내세운 반대 이유인 경마에 대한 불신, 사행성 조장, 국민적 공감대 부족, 기술적 미비 등은 모두 수치자료나 여론조사 등 근거가 미약한 추상적인 주장들 뿐이다.

농식품부는 한국 경마는 온라인 발매를 이미 운영 중인 외국 경마는 물론, 최근 온라인 발매를 도입한 국내 경륜·경정과도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다르게 대해야 할 구체적인 이유는 제시하지 않는다.

말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다른 대안을 내놓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2월 경마 중단 이후 1년 4개월째, 2019년 마사회 TF 이후부터 따지면 지금까지 2년째 농식품부는 대안이나 개선안 없이 방관하는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농식품부는 그동안 상생경마 등을 통해 경마종사자의 소득을 70% 가량 보전해 왔다고 하지만, 이는 유보금을 활용한 것이라 지속가능한 대책이 아니며, 말 생산농가가 체감하는 고통은 그보다 훨씬 크다.

이는 불가항력적 재난이 아니라 정부의 대처가 미흡해 빚은 '인재(人災)'이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Q. 지금의 말 산업 위기의 근본 원인이 농식품부에 있다는 의미인가.

2021년 3월 경마장 폐쇄로 주말임에도 텅 비어 있는 경기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경마 관계자들이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철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2021년 3월 경마장 폐쇄로 주말임에도 텅 비어 있는 경기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경마 관계자들이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철훈 기자

"직접 원인은 코로나19에 있지만 근본 원인은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의 안일한 태도에 있다고 본다.

먼저, 국내 7대 사행산업의 업종별 성장 추이를 비교해 보자.

국내 사행산업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경마는 지난 2008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출범 당시 전체 사행산업의 46%를 차지했다.

11년 후인 2019년 경마의 점유율은 32%로 줄었고, 2001년 시작된 토토(스포츠토토), 2003년 시작된 로또(복권)가 각각 23%로 급성장했다.

코로나 이후인 지난해, 경마 점유율은 9%로 '몰락'했고, 토토 41%, 복권 39%를 차지해 토토가 7개 사행산업 중 가장 큰 산업으로 올라섰다. 코로나 이전부터 토토·복권은 온라인 발매가 운영돼 왔지만 경마는 온라인 발매가 금지돼 있는 탓이다.

그렇다면 사행산업 중 경마는 도박중독 위험 등 부작용이 더 크고 토토·로또는 부작용이 더 작을까? 국내 사행산업은 업종별 판도가 뒤바뀐 지금 이전보다 더 건전화 됐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사감위가 2년마다 발표하는 사행산업 이용실태조사를 보면, 도박중독유병률 등 건전화 정도는 사감위 출범 이후 매년 미미하나마 조금씩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경마 이용자는 경륜·경정·복권·토토 이용자보다 도박중독유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일관되게 나타난다.

그러나 사감위는 캐나다 학자들이 개발한 조사기법인 '도박문제 선별검사(CPGI)'를 그대로 차용하면서, 핵심개념인 '도박중독자' 개념은 캐나다 학자들과 다르게 사용한다. 국내 도박중독자 수 통계가 사감위 의도에 따라 다르게 집계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사감위는 전국 판매소가 30개 뿐이라 한 판매소에 수십·수백 명의 이용자가 몰리는 경마와 전국 판매소가 수천 개라 이용자가 분산되는 복권·토토를 동일 방식으로 조사해, 도박중독유병자가 경마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고 발표하는 '조사기법상의 오류'도 범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국내 합법 경마의 길이 막히자 일본 경마를 활용한 불법 경마 이용자가 더 늘었다는 것은 마사회의 단속 결과와 실제 경마 이용자의 증언을 통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각 사행산업의 업종별 위험성 차이 때문이 아니라, 각 업종별 주무부처의 태도 차이 때문에 업종별 점유율이 급격하게 변한 것이다."

Q. 농식품부와 다른 사행산업 주무부처의 태도는 어떻게 다른가.


"복권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와 토토를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사감위는 경마산업을 축소시키고 복권·토토산업을 키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복권·토토는 설치 갯수·입장 제한 등 영업장 규제가 아예 없고 온라인 발매도 이미 운영 중이다. 연금복권도 슬그머니 온라인 발매가 가능해졌다. 편의점에서 청소년이 복권·토토를 구매해도 사실상 적발이 어렵다. 문체부가 관장하는 경륜·경정은 지난달 온라인 발매가 법제화돼 오는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경마는 영업장 설치 수 규제, 입장 제한, 매출 총량, 온라인 발매 금지 등 3중 4중의 규제를 받고 있다. 코로나 이후 경마 정상화의 유일한 해법인 온라인 발매는 이미 시민단체 등 기존 반대진영도 상당수 찬성으로 돌아섰는데 유독 농식품부만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진정으로 부분 입장이 일시 허용될 때, 방역당국이 야구장 등의 부분입장 관객 수 상한을 경마장보다 높게 정해도, 농식품부는 아무런 시정 요구나 조치 없이 방관했다.

경마는 로또·복권에 비해 승마산업·축산농가·해외수출 등 연관산업 파급효과가 큰데도, 농식품부는 말 산업 육성 책임부처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기재부·문체부에 비해 너무 다르고 소극적이다.

이는 '사행산업이 건전한 여가 및 레저산업으로 발전하도록 한다'는 사감위법 제1조의 목적에 반할 뿐 아니라, 각 사행산업 업종별 종사자에 대한 형평성 문제, 말 산업 종사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생존권 침해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Q. 그렇다면 현 위기 극복 방안은.

한국마사회 경마본부장 시절의 김종국 세종대 겸임교수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마사회 경마본부장 시절의 김종국 세종대 겸임교수

"각 사행산업 업종별로 연관산업이 각기 다른 만큼, 모든 소관부처를 일원화할 것이 아니라면, 각 소관부처의 정책에 최소한의 통일성은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복권을 관장하는 기재부와 토토·경륜·경정을 관장하는 문체부처럼 소관 경마·말산업 보호에 책임을 통감하고 온라인 발매 입법화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온라인 마권 발매는 처음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09년 법규정 미비 때문에 중단된 것을 재개하자는 것 뿐이다.

당장의 수혈을 위해 마사회가 긴급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승인권을 행사하되, '해결책'이 있음에도 차입을 한다면 불필요한 이자비용 낭비만 초래하는 것이므로 차입이 필요해지기 전에 서둘러 온라인 발매를 도입해야 한다.

특히, 농식품부는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한국마사회 혁신방안은 물론, 현재 폭언 사태로 감사 중인 김우남 마사회장의 감사 결과와 별개로, 온라인 발매 법제화와 말 산업 정상화에 서둘러야 한다.

지금의 위기상황에 대해 경마 독점시행체이자 말산업 육성 전담기관인 마사회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산하기관인 마사회의 정책 하나하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농식품부에 더 근본적인 책임이 있을 것이다.

농식품부는 사감위와 같은 규제기관이 아니라 산업육성 책임을 가진 부처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2001년 경마산업 소관부처가 문체부에서 농식품부로 환원될 당시의 초심을 기억하고 말 산업 위기극복에 앞장서길 바란다."

◆ 김종국 교수 약력

(역임) △한국마사회 경마본부장(상임이사)·공정본부장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사행산업정책 연구포럼위원
(현재) △한국복권학회 부회장 △한국축산학회 이사 △한국관광레저학회 이사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전문위원 △세종대 산업대학원 스포츠산업학과 겸임교수(정책학 박사) △건국대 LINC사업단 산학겸임교수 △럭(Luck)산업정책연구소 대표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