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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시대, 전망은 밝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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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시대, 전망은 밝기만 할까

게임업계 일각 회의적인 시각...'메타버스는 오래된 미래'
무분별한 투자·거시적 담론 지양하고 핵심 콘텐츠 찾아야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구현된 쏘나타 N 라인. 사진=현대 자동차이미지 확대보기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구현된 쏘나타 N 라인. 사진=현대 자동차
대한민국에 '메타버스' 유행이 들불처럼 번졌다. 교육, 금융, 산업, 통신 등 각종 업계는 물론 정부까지 메타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달에만 KB국민은행, SK텔레콤, 인천광역시, 카이스트, 한화 호텔&리조트, 현대자동차 등이 메타버스에 투자하거나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메타버스는 가상·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인터넷 네트워크에 구현된 가상 세계를 의미하며 기존의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 등을 포괄한 개념이다.
최근 메타버스 붐이 일어난 원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꼽히고 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사람들이 집에 틀어박혀 언택트(Untact, 비대면) 시대가 왔고, 이는 곧 '메타버스' 등으로 현실 세계를 대체하는 온택트(Ontact, 온라인 대면) 시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사진=로블록스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로블록스

메타버스의 성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가 '로블록스'다. 로블록스는 동명의 회사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이 2006년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이용자는 3d 환경에서 아바타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에 더해 이용자가 직접 게임 등 콘텐츠를 만들어 다른 이용자와 공유할 수 있다.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은 지난 3월 나스닥에 상장된 직후 시가총액 약 380억 달러의 거물이 됐다. 26일 현재 로블록스 시가총액은 약 500억 달러 수준이다.

한국에서 일어난 메타버스 붐도 로블록스와 무관하지 않다. 구글 트렌드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검색이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은 2월 중순으로, 로블록스 나스닥 상장이 이슈가 된 시점과 겹친다.

사진=구글 트렌드이미지 확대보기
사진=구글 트렌드

그러나 메타버스 게임이 일으킨 유행을 두고 정작 게임업계 일각에서 '메타버스는 오래된 미래일 뿐'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로블록스가 이제 와서 유행한 것이 메타버스의 성공이라 볼 수 있냐"며 "게임을 오래한 사람들은 '세컨드 라이프'가 반짝 인기로 끝났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린든 랩에서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세컨드 라이프'는 아바타로 활동할 수 있는 3D 가상세계 콘텐츠였다. 세컨드 라이프는 당시 국제적으로 큰 인기를 끌어 린든 랩 대표 필립 로즈데일이 2006년 타임 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는 등 차세대 IT 시장을 선도할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세컨드 라이프는 현금 환급이 가능한 가상 화폐가 있다는 점 외에 콘텐츠가 너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있었고, 사람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 더 주목하면서 2008년을 기점으로 급속도로 몰락했다.

린든 랩 '세컨드 라이프' 이미지. 사진=트위터이미지 확대보기
린든 랩 '세컨드 라이프' 이미지. 사진=트위터

이득우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는 로블록스가 성공한 핵심 요인으로 이용자가 만든 게임을 다른 이용자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이득우 교수는 "단순히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세컨드 라이프'의 전철을 밟게된다"고 지적했다.

게임 이용자들도 VR게임 등 메타버스 콘텐츠에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이 발표한 '2020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VR 게임 이용률은 지난해 5.8%에서 5.4%로 0.4%p 감소했으며, 평소 게임을 자주 이용하는 이들로 대상을 좁히면 8.9%에서 7.8%로 1.2%p 감소했다.

게임업계의 시각과 별개로 일반인들은 메타버스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메타버스 관련주', '메타버스 대장주' 등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기 힘들다. 자칫 '메타버스'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무분별하게 돈을 쓰는 투자 과열 양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김상균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관련 사업이 진행돼도 인기가 없다면 투자 가치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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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 열풍이 몇 년만에 몰락한 세컨드 라이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전문가들은 '콘텐츠'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이득우 교수는 "기술 발전으로 누구나 쉽게 메타버스를 만들 수 있게 된 만큼 총론 수준의 논의는 지양해야한다"며 "실질적인 기획력, 기술력을 갖춰 정교한 놀이, 제작 시스템 등 콘텐츠를 창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IT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로블록스·포트나이트 등 메타버스 게임과 유니티·언리얼엔진 등 개발 도구도 보유하고 있고, 일본은 '버츄얼 유튜버'로 캐릭터 시장을 선도했다"며 "한국 메타버스가 성공하려면 이런 핵심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