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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애플이 메타버스 놓고 신경전 벌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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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애플이 메타버스 놓고 신경전 벌이는 이유

메타 "애플, 폐쇄적 플랫폼"...애플 "메타버스 실체 없다"
VR·AR시장 경쟁 '전초전'…"선도적 위치 점유가 목표"

마크 저커버그 메타 대표(왼쪽)과 팀 쿡 애플 대표. 사진=AP통신·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마크 저커버그 메타 대표(왼쪽)과 팀 쿡 애플 대표. 사진=AP통신·뉴시스
미국을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 메타 플랫폼스(메타)와 애플이 메타버스의 실체 여부를 두고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선 미래 산업 전체의 주도권 경쟁에 앞서 '전초전'을 벌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메타의 연례 컨퍼런스 행사 '커넥트 2022'가 열린 지난 12일, 마크 저커버그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그간 '메타버스 라이벌'로 꼽혀왔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파트너십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메타의 임무는 인터넷 역사의 다음 장인 '메타버스'를 위해 개방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저커버그 대표는 '개방적 생태계'와 대비되는 '폐쇄적 플랫폼'의 대표 주자로 애플을 지목했다. 그는 "과거 인터넷은 애플과 같은 폐쇄적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장했다"면서도 "메타버스 시대는 다른 생태계를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의 역할은 개방형 생태계가 승리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팀 쿡 애플 대표는 지난 9월 30일, 네덜란드 RTL 뉴스와 인터뷰서 "일반인들이 '메타버스'란 무엇인지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VR(가상현실)은 용도를 특정할 수 있는 기술임에 틀림 없으나 정해진 시간에 한해 이용하는 것이지 소통의 도구가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RTL 측은 이를 두고 "메타 등, 애플의 라이벌 기업들은 메타버스가 사람들이 모이는 일종의 가상 세계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면서 쿡 대표가 메타를 겨냥한 발언이라고 풀이했다.

증강현실(AR) 서비스 예시 이미지. 사진=애플 공식 사이트이미지 확대보기
증강현실(AR) 서비스 예시 이미지. 사진=애플 공식 사이트

애플과 메타는 각각 '애플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플랫폼 기업과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를 주력 사업으로 내세운 콘텐츠 기업으로 오랜기간 '앙숙'으로 지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메타버스'가 IT업계 화두가 된 이후 두 기업의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메타는 지난 4월 12일, 사측의 VR 메타버스 '호라이즌 월드'에서 거래 수수료를 25%만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애플 측은 이에 "애플의 30% 수수료 정책을 비판해온 메타가 스토어 수수료 30%를 뗀 후 거래 수수료 25%를 추가로 거둬 총 47.5%의 수수료를 챙기려 한다"며 "이는 눈속임이자 위선"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앤드루 보스워스 메타 CTO(최고 기술 책임자)는 즉각 SNS를 통해 "호라이즌 월드 웹 버전이 개발되면 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25%의 수수료만 매길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30% 수수료 정책으로 막대한 비용을 얻는 애플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선 애플이 VR·AR(가상·증강현실)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면서도 '메타버스'를 부정한 것을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각에선 '메타버스 유행'의 시발점과 연관이 깊은 애플이 2년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애플은 지난 2020년 8월부터 에픽 게임즈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사건의 시작은 에픽 게임즈가 '포트나이트' 모바일 판에 자체 인앱 결제 시스템을 추가한 것이었다. 애플은 구글과 더불어 이를 앱스토어 약관 위반으로 규정하고 서비스를 중단했고 이에 에픽 게임즈는 두 회사를 독점 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소송 과정에서 에픽 게임즈는 "포트나이트와 유사한 게임 '로블록스'는 인앱 결제를 지원함에도 포트나이트만 서비스가 중단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애플과 로블록스 측은 "로블록스는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라는 반론을 내놓았으며, 이후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은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사측의 비전으로 메타버스를 내세웠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대표를 모델로 한 '호라이즌 월드' 아바타의 모습. 사진=메타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마크 저커버그 메타 대표를 모델로 한 '호라이즌 월드' 아바타의 모습. 사진=메타 공식 유튜브

미국 기술 전문지 씨넷은 메타와 애플의 이러한 신경전을 두고 "애플의 VR·AR 시장 진출을 앞두고 벌어지는 국지적 총격전"이라며 "저커버그는 메타버스의 미래를 위해 애플에게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고 평했다.

애플이 VR·AR 시장에 진출하리라는 관측이 오래 전부터 나온 가운데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초 "애플이 메타의 '퀘스트 프로'와 경쟁할 하이엔드 제품으로 최초의 VR·AR 헤드셋 '리얼리티 프로(가칭)'를 출시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퀘스트 프로'는 이번 커넥트에서 실제로 공개됐으며 현재 이달 말 출시를 목표로 예약 구매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메타버스를 부정하는 것을 두고 "VR·AR 등 신시장을 개척함에 있어 메타에게 끌려다니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애플이 메타버스 포럼에 들지 않는 것 또한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전했다.

메타와 MS라는 두 빅테크의 협력 또한 '시장경쟁'이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양사는 지난 6월 엔비디아·퀄컴 등 미국 내 반도체 기업들은 물론 소니·화웨이·이케아 등 세계 각국 기업들과 함께 메타버스 표준 포럼을 창립했다.

또 이번 '커넥트 2022'에선 IT 컨설팅사 액센츄어와 더불어 '보다 많은 산업 협장에 B2B(Business to Business) 솔루션 공급'을 위한 3자 협력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는 B2B 메타버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적 협력으로 해석된다.

미국 기술 자문·연구사 MI&S(Moor Insights & Strategy)는 메타의 행보가 플랫폼 전쟁에 뛰어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MI&S 측은 "애플이 독자적인 길을 가고 모두가 애플과 경쟁하는 플랫폼 시장에서 메타는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평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