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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E게임 5년 달렸지만 성과는 '제자리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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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E게임 5년 달렸지만 성과는 '제자리 걸음'

'위믹스 상폐' 이후 회의감 높아져…국내외 관심 줄어
"게임에 왜 블록체인 필요한가?" 합리적 이유 제시해야

'미르4' 이미지. 사진=위메이드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미르4' 이미지. 사진=위메이드 공식 유튜브
이더리움(ETH) 기반 앱 '크립토 키티'의 출시로 이른바 'P2E(Play to Earn)'라 불리는 개념을 제시된 후 5년이 흘렀다. 여러 게임사들이 P2E를 비전으로 내세우며 도전하고 있으나 이용자들의 싸늘한 반응에 게임업계 내부에서도 부정적 시선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업계에선 위믹스(WEMIX) 상장폐지 사건으로 인해 'P2E 회의감'이 번지고 있다. P2E란 'Play to Earn'의 준말로, 직역하면 '게임하며 돈을 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블록체인 경제 구조가 적용돼 게임 속 재화를 암호화페로 바꿀 수 있는 유형의 게임을 일컫는 말로 통용된다.
국내 유력 거래소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은 지난 11월, 일제히 "위믹스가 계획 이상으로 유통됐다"며 거래 지원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위믹스 운영사 위메이드는 이에 불복하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법원에서 이를 기각, 8일 실제 상장폐지가 이뤄졌다.

국내 블록체인 게임 사업자들은 이에 무관하게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위메이드 계열사 위메이드플레이, 큐브(CUBE)·마브렉스(MBX) 등을 운용 중인 넷마블도 최근 가수 선미의 NFT(대체불가능토큰) 프로젝트 '선미야클럽'을 운영 중인 핑거랩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네오핀(NPT)·인텔라X(IX) 등을 운영 중인 네오위즈 그룹, 엑스플라(XPLA)를 운영 중인 컴투스 그룹 등도 "이번 위믹스 사건은 유통량 공시 등에 대한 경각심을 느껴야할 사안"이라며 사업을 정상적으로 지속할 계획이다. 보라(BORA)의 카카오게임즈, 미버스(MEV)의 미투온 등도 변동 없이 관련 사업을 정상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2년간 한국 구글 이용자가 'P2E'를 검색한 빈도수를 나타낸 차트. 사진=구글 트렌드이미지 확대보기
2020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2년간 한국 구글 이용자가 'P2E'를 검색한 빈도수를 나타낸 차트. 사진=구글 트렌드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과 무관하게 일반 대중은 P2E에서 점점 눈을 돌리고 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2년 중 국내에서 'P2E'를 검색한 빈도는 지난해 12월 초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시점은 위메이드가 '미르4' 동시 접속자 100만을 달성했다고 발표한지 한 달 후, 위믹스의 가격이 정점을 찍은 시점이다.

올해 분기별 국내 구글서 'P2E' 검색한 빈도수의 평균값을 12월 초 최고점과 비교한 비율은 △1분기: 37.1% △2분기: 24.1% △3분기: 10.4% △4분기: 12.7%로 집계됐다. P2E에 대한 관심이 올 4분기 위믹스 상장폐지 이슈 등으로 3분기 대비 소폭 높아졌으나, 상반기와 비교하면 현저히 적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P2E게임 시장은 지난해 말 갈라게임즈(GALA)가 "10억달러(약1조3025억원)의 투자 가치가 있는 시장"이라고 발표하는 등 해외 업체들에게도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한 국내 블록체인기업 직원은 "해외 파트너들과 꾸준히 접촉해온 결과 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 역시 올해 들어 많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계속되는 코인계 악재로 인한 불경기 '암호화폐 겨울'이나 사행성 문제로 서비스가 불가능한 국내 규제 환경 등과 별개로 이용자들의 적대적인 반응 역시 영향을 미쳤다"며 "당초 '쌀먹'이 보편화된 한국 게이머들과 우호적 소통이 가능하리라 여겼던 해외 업계인들은 무관심, 적대적 반응에 적잖이 당황했다"고 덧붙였다.

'리니지' 이미지. 사진=엔씨소프트이미지 확대보기
'리니지' 이미지. 사진=엔씨소프트

쌀먹이란 '쌀 사먹기'의 준말로, 게임 속 아이템과 재화를 팔아 현금을 번다는 뜻이다. 한국에선 '리니지'가 서비스되던 1990년대 말부터 인기 MMORPG를 중심으로 암암리에 보편화된 게임에 대한 접근법이다. 일례로 국내 최대 게임 아이템 상거래 플랫폼 '아이템매니아'는 2002년 7월 서비스를 개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 경제구조가 적용돼 게임 속 재화와 암호화폐가 연동된 구조의 게임을 뜻하는 'P2E'이 유행하자, 국내 게이머들 상당수는 "예전부터 현금으로 해왔던 것에 굳이 코인을 붙여야되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선 "쌀먹은 게임 속 경제를 파탄내는 주요 원인이며 이를 장려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론도 나왔다.

해외에서도 블록체인 이전에 'Play to Earn'을 시도한 게임사는 여럿 있었다. 스웨덴에서 개발된 SF MMORPG '엔트로피아 유니버스'가 대표적인 예시로, 이 게임은 게임 내 광물을 미국 달러로 환전하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2003년 론칭된 이 게임은 지난 20년간 총 10만명의 누적 이용자를 기록한 전형적인 '매니아층을 위한 게임'이다.

세계적으로 월간활성이용자(MAU) 2억명을 넘긴 것으로 알려진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역시 게임머니를 돈으로 환전하는 기능을 지원하는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이다. 그러나 수수료 정책 상 재현금화 비율은 게임머니 구매가격 대비 24.5% 수준으로, 실질적으로 돈을 버는 것은 극히 일부 이용자로 제한된다.

또 로블록스 사는 올 3분기 매출 5억1770만달러(약 7062억원), 영업손실 3억달러(약 4092억원)를 거둬들이는 등 꾸준히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지속 가능성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

사진=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로블록스 코퍼레이션

'P2E 회의감'은 해외 업계인들 사이에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블록체인사 '갬빗 게임즈'의 리아즈 랄라니 대표는 "지난 2017년 출시된 크립토 키티와 이듬해의 엑시 인피니티(AXS)는 P2E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꿰었다"면서도 "아직까지 P2E게임은 필리핀 등 제3세계에 한해 돈벌이로 인기를 끌었을 뿐,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P2E의 실패는 업계인들의 게임 내 경제 구조에 대한 이해도, 합리적인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한 노력 등이 2017년부터 지금까지 제자리를 걷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돈을 번다' 대신 '소유한다'는 개념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접근성과 신뢰성을 더해 '게이머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블록체인 투자분석사 크립토랭크는 "게임과의 접목은 블록체인 역사상 최고의 전환점이었다"면서도 "수천개의 P2E게임 중 상당수는 출시 전부터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고, 이는 궁극적으로 업계 전체의 지속적인 하락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P2E업계의 당면 과제로는 'AAA급 대작을 선보이는 것'을 제시했다. 이들은 "P2E의 몰락은 게이머들에게 '왜 게임에 블록체인이 필요한가?'를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P2E의 부활 여부는 블록체인 게임사가 AAA급 대작, 혹은 자신들만의 새로운 게임 매커니즘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블록체인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작 게임을 하나 만드는데 적게는 3년, 길게는 5년도 넘는 시간이 걸린다"며 "P2E의 씨앗이 국내에 뿌려진 후 이제 1년을 간신히 넘긴 만큼 '블록체인 게임'만의 재미와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대표작이 나오는 데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