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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기는 KT 대표 인선, 내년 사업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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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기는 KT 대표 인선, 내년 사업 문제없나

주총 3개월 전 대표 인선 마무리…복수후보 재심으로 해 넘길 듯
KT "3월 중 주총 무조건 개최"…조직개편·내년 사업계획 수립도 과제

구현모 KT 대표.이미지 확대보기
구현모 KT 대표.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을 위한 후보 심사가 결국 해를 넘길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총 3개월 전에 마무리 지어야 하는 대표이사 인선도 지키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 함께 조직개편과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구현모 대표는 연임 의사를 표하고 이달 초 이사회로 구성된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쳤다. 지난 13일 심사위원회는 구 대표가 연임에 적격하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구 대표는 복수 후보로 재심사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KT 이사회는 복수의 대표이사 후보군 추리기에 나섰다. 통신업계에서는 박윤영 전 KT 사장, 김연학 전 KT 부사장 등이 구 대표와 경쟁할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대표이사 후보군 압축과 심사 과정은 난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의 연임이 거의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페이스메이커'로 나설 후보를 찾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현모 대표는 지난 3년간 KT의 주가를 부양하고 '디지코'로 전환을 성공적으로 일궈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이사 교체의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표이사 인선이 미뤄지면서 내년 정기 주주총회 3개월 전에 마무리 짓는 것도 어렵게 됐다. 통상 대표이사 인선은 주총 3개월 전에 마무리 지어야 한다. 앞서 2019년 구현모 대표 선임도 2019년 12월에 내정됐다. 당시 대표이사 인선으로 미뤄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은 2020년 1월에 마무리됐다.

KT는 우선 "주주총회는 주주들을 위한 자리인 만큼 3월 안에 무조건 개최한다. 대표이사 인선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표이사 인선 절차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 인선이 1월 중에 마무리된다면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는 1월말이나 2월초 중 마무리될 수 있다. 이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마치고 내년 계획을 수립했다.

KT는 내년을 글로벌 진출 원년으로 삼고 해외 사업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주력인 엔터프라이즈 사업을 내세워 글로벌 디지털 전환(DX) 시장을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도 조직개편도 글로벌 전략 수립을 위한 조직이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위한 전략 수립이 늦어지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구현모 대표가 복수 후보 재심사를 요청한 것에 대해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소유분산기업의 합리적인 지배구조는 어떤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국민연금도 소유분산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지배구조확보기업과 다른 측면에서 강화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해본다"고 밝힌 바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KT와 같이 총수일가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구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한 상태다. 벌금형은 대표이사 결격 사유인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지 않지만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주들에게 제기되고 있는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겠다는 게 구 대표 측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KT새노조 등 일각에서는 구 대표가 항소를 제기한 것에 대해 형을 확정 짓지 않은 상태에서 연임을 이어가기 위한 '시간끌기'라고 해석하고 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