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을 넘어선 가운데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국민들이 러시아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이 역대 최악 수준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결과다.
13일(현지시간) 갤럽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 대해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미국인은 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갤럽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악의 수준이다.
◇미국민 59%, 러시아에 대한 시각 부정적
갤럽은 34년 전부터 미국민을 대상으로 매년 국제 현안에 대한 인식도 조사를 실시해왔다. 이를 통해 미국인이 어떤 나라를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어떤 나라를 적대적으로 생각하는지를 파악해왔다.
갤럽이 이날 발표한 ‘2023년도 국제 현안’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미국인이 90%가 러시아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59%는 러시아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1년 조사에서는 같은 의견을 보인 응답자가 42%였고 2020년 조사에서는 32%에 그쳤으나 올해 조사에서는 60%로 크게 증가한 셈이다.
반대로 러시아에 대해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미국인은 올해 조사에서 9%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미국인이 15%였다.
갤럽은 “지난 34년간 이 조사를 벌여왔는데 러시아에 대한 미국인의 감정이 이처럼 악화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갤럽은 소련 체제 시절인 지난 1989년부터 이 조사를 시작했다.
심지어 갤럽에 따르면 냉전 체제가 해체된 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민의 호의적 정서가 지난 2002년 조사에서 66%에 달할 정도로 원만한 적도 있었다.
갤럽은 러시아에 대한 미국인의 정서가 눈에 띄게 부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는 것과 직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2015년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무력으로 합병하고 미국이 이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 이후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는데 러시아가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까지 침공하면서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갤럽은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호감도는 역대급 개선

반면 러시아에 결사항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인의 호감도는 갤럽 조사 역사상 가장 좋은 수준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미국인의 68%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호의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지난해 조사와 비교해 6%포인트, 2020년 조사와 비교하면 11%P나 증가한 역대급 수준이다.
역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은 2005년 조사에서 15%에 달한 적도 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2%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밖에 러시아와 아울러 호감도가 10% 미만으로 조사된 나라는 이란, 이라크, 북한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