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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 사상 최악의 '인구위기'…대안 없고 단기처방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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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 사상 최악의 '인구위기'…대안 없고 단기처방 그쳐

일본 후쿠시마현 유모토중학교에서 지난 3월 9일(현지시간) 학생들이 마지막 급식을 먹고 있다. 학생이 급감해 온 이 학교는 이날 폐교식을 갖고 문을 닫았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후쿠시마현 유모토중학교에서 지난 3월 9일(현지시간) 학생들이 마지막 급식을 먹고 있다. 학생이 급감해 온 이 학교는 이날 폐교식을 갖고 문을 닫았다. 사진=로이터

일본이 저출산과 인구노령화가 겹친 결과 사상 최악의 인구 위기에 직면했으나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한 채 신음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나름의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기존 정책의 재탕에 불과한 데다 단기 처방에 그칠 뿐이라는 평가 속에 근본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4일(현지시간) 영국 유력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안을 찾는 노력을 외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민자와 외국인력을 비롯해 외국인을 적극 수용하지 않는 일본 특유의 폐쇄적인 사회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이민자 역대 최고 수준인 300만 명가량 증가

일본에 인구 위기라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는 오래됐다.

그 결과 이대로 방치하면 일본 열도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올 정도로 인구가 급감하면서 일본 정부가 나름의 개방정책을 모색해 온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그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안 그래도 감소세인 일본의 인구는 무려 80만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출신을 중심으로 이민자가 역대 최고 수준인 300만 명가량 늘어난다는 것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50%나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인에게는 일본으로 이주하는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고급 수준의 일본어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등 일본 국민으로 귀화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하는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최악의 인구 감소 추세 속에 일본 경제를 뒷받침할 전문인력의 부족 사태로 외국에서라도 인력을 들여와야 하는 처지임에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직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계 브라질 이주자와 재일교포의 사례

일본이 지난 1990년대 일본계 브라질 인력을 대거 유치하면서 이들을 어떻게 취급했는지가 일본이 외국인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을 그대로 대변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꼽힌다.

일반적인 외국인과 다르게 브라질로 이주한 일본인들의 후손인 이들에게 비자를 적극적으로 발급해 주면서 제조업 현장에 유치하고 나서자 브라질의 일본 교민사회는 대환영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일본 정부가 이들을 브라질로 되돌려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외국에 사는 일본 교포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심지어 일본 정부는 한 사람당 3000달러(약 400만원)씩 쥐여주면서 다시 돌아오지 말 것을 이들에게 확약받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들보다 일본에 뿌리내린 역사가 오랜 재일교포는 더 대표적인 사례다. 일제 식민 통치 기간 때 강제 징용되면서 일본 공장에 투입됐던 한국인의 후손이 현재 40만명 이상 되지만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 아닌 일본 국민이라는 어정쩡한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난민 2500명 수용한 배경

가디언에 따르면 일본의 이같은 폐쇄성은 사상 최악의 인구 위기를 맞은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일본 정부가 난민 신청자를 받아들이는 규모가 연간 두 자릿수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초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가 전쟁터로 변하면서 일본이 그동안 2500명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난민으로 수용한 것은 전향적인 조치가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도 가디언은 제대로 들여다보면 실상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는 데 관여한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우키요 마리코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동정심 때문에 전례 없는 난민 수용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일본 정부가 이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인 것은 영구적인 조치는 아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다시 돌아가는 조건으로 이들을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노동경제학자인 야시로 나오히로 쇼와여자대학 교수는 “일본 사회의 폐쇄성에다 일본에 취업하거나 귀화할 때 필수적인 일본어를 구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해외인력이 일본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일본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고급 인재를 외국에서 유치하기 위해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