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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넘어 '팬덤'으로…인스타, 크리에이터 구독·후원 시스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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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넘어 '팬덤'으로…인스타, 크리에이터 구독·후원 시스템 도입

Z세대, '트렌드 없는 것'이 트렌드…자신이 원하는 팬심에 집중
유튜브·트위치와 유사한 BM…수익률 크리에이터가 지정 가능

정다정 메타 코리아 인스타그램 홍보 총괄이 '인스타그램 2023년 연말결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정다정 메타 코리아 인스타그램 홍보 총괄이 '인스타그램 2023년 연말결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
인스타그램이 올해를 결산하는 키워드로 '팬덤'을 제시했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월정액 구독·후원 시스템을 도입해 팬덤 관리를 위한 장을 여는 한편 미디어 광고 외 매출원 확보에 나선다.

서울 강남 센터필드 메타 코리아 오피스에선 5일 '인스타그램 2023년 연말 결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정다정 인스타그램 홍보 총괄과 메타 플랫폼스의 김나영 글로벌파트너십 총괄, 최영 글로벌비즈니스그룹 총괄이 연사로 함께했다.
정다정 총괄은 이 자리에서 "올해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Z세대의 트렌드는 '트렌드가 없는 것'이었다"며 "특정 키워드가 아닌 각자의 개성, 자신만이 원하는 관심사에 집중하며, 그 관심사를 공유하는 이들과 더욱 연결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고 발표했다.

메타 코리아에서 '인스타그램 2023년 연말 결산 기자간담회' 말미에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메타 코리아에서 '인스타그램 2023년 연말 결산 기자간담회' 말미에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

'특정 트렌드가 아닌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성은 한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인스타그램이 미국·영국·브라질·인도·한국 등 글로벌 Z세대(18세~24세) 약 50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에 따르면 "2024년은 어떤 해가 되길 원하는가?"에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당당한 나 자신(Unapologetically Myself)의 해"였다.

세계 전체 Z세대 중 25%가 '당당한 나 자신의 해'를 선택지로 선택한 가운데 한국인 응답자로 한정하면 그 비중은 44%로 세계 평균 대비 2배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당당한 나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향한 곳은 팬덤이다. 인스타그램은 Z세대 이용자 중 4분의 3가이 "나는 팬덤의 일원"이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은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스위프티'와 더불어 케이팝 아이돌 BTS(방탄소년단)의 '아미'였다. 음악 분야 외에도 TV 프로그램·애니메이션 팬은 전체의 32%, 게임의 팬은 23%의 비중을 차지했다.

정다정 인스타그램 홍보 총괄이 다각화된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의 취향을 선보이며 올해 인스타그램의 트렌드는 '트렌드가 없는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정다정 인스타그램 홍보 총괄이 다각화된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의 취향을 선보이며 "올해 인스타그램의 트렌드는 '트렌드가 없는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

팬덤을 잡기 위한 인스타그램의 조치는 크리에이터 지원 시스템이다. 메타는 지난 11월 초 월정액 구독제와 '기프트(후원)' 시스템을 유럽 등 서구권 지역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테스트하고 있다. 발표 당일인 12월 5일부터 한국 내 일부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도 유사한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구독·후원은 소셜 미디어보단 유튜브와 트위치로 대표되는 라이브 방송 기반 1인 미디어에서 이미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비즈니스 모델(BM)이다. 한국에서도 트위치의 '도네(도네이션)', 아프리카의 '별풍선' 등이 대명사로 쓰일 정도로 익숙한 개념이다.

인스타그램은 여기에 '크리에이터가 직접 수익률을 정하는' 기능을 추가함으로서 차별화를 노린다. 유튜브나 트위치의 구독 수익 수수료는 30%로 고정돼 있다. 여기에 트위치는 연 매출 기준 10만달러(약 1억3100만원) 이상의 분량에만 수수료를 50%로 인상하는 2단계 수익률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메타가 1인 미디어 식 BM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크리에이터 지원 외에도 매출 다변화도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메타 본사가 공개한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메타의 3분기 디지털 광고 매출은 272억달러(약 35조7300억원)이었다. 분기 전체 매출 277억달러(약 36조3800억원)의 98%가 광고에서 나왔다.

방송인 이효리가 올 7월 인스타그램에 올린 '광고 다시 하고 싶습니다'란 게시글에 유명 기업·기관들이 연이어 댓글을 달았다. 사진=이효리 인스타그램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방송인 이효리가 올 7월 인스타그램에 올린 '광고 다시 하고 싶습니다'란 게시글에 유명 기업·기관들이 연이어 댓글을 달았다. 사진=이효리 인스타그램 캡처

광고 사업과 관련해 올해 비즈니스 트렌드에 대한 발표를 맡은 최영 메타 글로벌비즈니스그룹 총괄은 마케팅 트렌드 사례로 가수 이효리의 일화를 들었다.

이효리는 올 7월 인스타그램에 "광고 다시 하고 싶습니다. 문의는 안테나(소속사)로" 란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이에 현대자동차, 카카오, 아시아나항공 등 유수의 기업들이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댓글로 호응해 일반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최영 총괄은 이에 대해 "'크리에이터', '소비자', '기업·브랜드'라는 인스타그램의 3대 주체가 긴밀하게 소통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일화"라고 평했다.

인스타그램의 기존 핵심 BM인 광고는 기업과 크리에이터, 기업과 소비자 간의 연결과 소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구독과 후원은 크리에이터와 소비자 간 연결을 촉진하고 이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인 만큼 인스타그램 생태계가 '온전한 삼각형'으로 거듭나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김나영 글로벌파트너십 총괄은 "내년 메타의 운영 방향성은 'Z세대와 크리에이터'로 정리된다"며 "구독, 기프트 외에도 크리에이터 간 컬래버레이션 강화나 수익 다각화를 위한 모델 구축 등 다각도로 크리에이터와 팬덤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춰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