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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수익 발목 잡는 '송출수수료'…올해도 갈등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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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수익 발목 잡는 '송출수수료'…올해도 갈등 예고

계약 만기된 송출수수료 협상 재개
수익성 악화에 송출수수료 부담 ↑
유료방송사업자와의 갈등 불씨 여전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업자가 송출수수료를 둔 갈등을 올해도 이어갈 전망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업자가 송출수수료를 둔 갈등을 올해도 이어갈 전망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홈쇼핑업계가 어두운 업황에 지난해에도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수익성 발목을 잡는 '송출수수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블랙아웃(송출중단)'이라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앞두고 홈쇼핑과 유료방송업계는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극적 합의를 이뤄냈지만 올해도 같은 갈등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TV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간의 송출수수료 협상이 최근 개시됐다. 올해 계약이 만기되는 재계약건에 대한 것으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치의 양보 없는 '샅바 싸움'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송출수수료는 채널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사용료로 일종의 자릿세다. 사업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통상 1년 또는 2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한다.

TV홈쇼핑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에 드러났듯 양측이 힘겹게 송출수수료 협상안을 두고 합의했지만 올해는 갈등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길어지면 합의점을 찾는데 1년도 소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블랙아웃 현실화되나…재계약 갈등 불씨 여전


양측은 재계약을 앞두고 근심이 가득한 모습이다. 홈쇼핑사업자들의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올해도 고전이 예상되는 상황이고, 유료방송사업자들도 뾰족한 반등 요소가 없어 송출수수료는 양보할 수 없는 예민한 문제로 자리잡았다.

더욱이 지난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TV홈쇼핑사들은 희망퇴직을 비롯한 구조조정과 성과급 축소 등 비용 절감을 위한 자구적 노력을 마친 상황으로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게 됐다.

TV홈쇼핑 관계자는 "아직은 연초라 상황을 더 지켜보는 것이 맞지만 올해도 업계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녹록치만은 않다"라며 "직원들 성과급까지 손대가며 수익성 개선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해진 송출수수료를 더 올리자고 하니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올해 주요 홈쇼핑사들은 성과급을 대폭 줄였다. 현대홈쇼핑은 기본급 100% 수준이던 성과급을 70%로 결정해 지급했고, GS샵은 성과급 전체 재원 규모를 전년 대비 70% 가량 줄였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성과급 미지급을 결정한 상태다.

지난해 저조했던 실적과 무관치 않은 결정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중언이다. 지난해 현대홈쇼핑(별도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0.2% 줄어든 449억원, 같은 기간 CJ온스타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한 693억원을 기록했다. GS샵 역시 영업이익이 377억원으로 전년 대비 35.4% 급감했다.

롯데홈쇼핑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는 지난달 사내 공지에서 "영업이익이 약 90% 하락하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불가피하게 경영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TV 시청 인구 줄어드는데… 송출수수료 더내라?


이 때문에 홈쇼핑업계는 더이상 송출수수료를 올려줄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나 OTT의 등장으로 TV 시청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가입자수도 매년 감소 추세임에도 명분없는 인상만 요구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2022년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 공표 주요 현황'에 따르면 홈쇼핑 12개(TV홈쇼핑 7개·T커머스 5개)사들이 2022년에 유료 방송사업자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만 2조4148억원이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2021년(2조2490억원) 대비 7.4%(1658억원) 증가했다. 반면 같은기간 홈쇼핑방송사업 매출은 3조7094억원으로 전년보다 2.9% 줄었고 영업이익은 714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17.9% 급감했다.

벌고 남기는 돈이 줄어드는 상황 속에 송출수수료만 올라간 셈이다. TV홈쇼핑업계 관계자는 "10년도 안되는 사이에 송출수수료만 3배 이상 올랐다"며 "송출수수료가 방송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말그대로 1000원을 벌면 유료방송사업자가 600원을 가져가는 구조인 것이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매년 송출수수료를 10% 안팎 인상하면서 유료방송사 매출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방통위의 방송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유료방송사업자 매출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0%에서 2022년 기준 33.5%까지 늘었다.

홈쇼핑업계는 이를 기형적 구조라고 꼬집는다. 콘텐츠나 신규 가입자 유치를 통한 유료방송사업자 본연의 사업 집중을 통한 성장 대신 홈쇼핑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자생력을 키우기 보다는 매년 협상에서 인상만을 고집하고 있다"며 "송출수수료 문제는 올해뿐 아니라 재계약 시즌마다 안고 가야 하는 문제"라고 전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