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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부동산 위기 심화...윈랜드 그룹, 자산 5개 대폭 할인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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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부동산 위기 심화...윈랜드 그룹, 자산 5개 대폭 할인 매각

차입 비용 상승에 모기지 상환 부담 가중...상업용 부동산 가치·임대료 하락세
"소유주들, 재정 건전성 위해 부채 줄이려 매물 20-30% 증가" CBRE 책임자 지적
홍콩의 부동산 시장이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 속에 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홍콩의 부동산 시장이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 속에 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로이터
홍콩의 부동산 시장이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 속에 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적으로 압박받는 부동산 소유주들이 올해 홍콩 내 자산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매각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시장 약세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윈랜드 그룹의 룬 가족은 최근 몇 달간 5개의 주요 자산을 대규모로 매각했다. 세빌스(Savills)에 따르면 이들은 청사완(Cheung Sha Wan)에 있는 84,510제곱피트 규모의 상업용 건물인 윈랜드 하우스를 약 7억 홍콩달러(약 9000만 달러)에 매물로 내놓았다. 또한, 애드미럴티의 리포 센터 내 일부 유닛을 약 4억5000만 홍콩달러에 매각했는데, 이는 8년 전 인수 비용보다 36% 낮은 금액이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룬 가족은 이 외에도 투엔문의 슌싱 빌딩 3개 층을 1억1800만 홍콩달러에, 노스 포인트의 오데온 빌딩 2개 층을 1억700만 홍콩달러에 각각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CBRE 홍콩의 전무 이사 겸 자본 시장 책임자인 리브스 얀은 "부동산 매물 목록이 전 분기 대비 20~30% 증가했다"며 "이 부동산 소유주들은 재정 상태를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부채를 줄이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홍콩의 정책 입안자들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유지했으며, 이러한 정책 불확실성이 부동산 소유주들의 레버리지 우려를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 됐다. 얀 이사는 차입 비용이 향후 6~12개월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투자자들이 모기지 상환에 대한 안도감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의 주요 은행들은 부실 대출과 고객들의 레버리지 증가에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HSBC 홀딩스의 자회사인 항셍은행은 상업용 부동산 고객들 중 일부가 대출 상환 연기를 요청했으며, 이로 인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6월 30일 5.32%에서 12월 말 6.12%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항셍은행의 CEO 다이애나 세자르는 올해가 지정학적 긴장을 포함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쉬운 해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실적도 암울한 전망을 보여준다. JLL에 따르면 A급 사무실의 공실률은 12월 13.2%에서 1월 13.3%로 상승했다. 임대료는 1월에 0.2% 하락했으며, 올해 말까지 5%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세빌스 홍콩의 부수석 이사인 고드프리 청은 "포트폴리오의 임대 수입이 모기지 상환을 충당할 수 없을 때, 소유주는 매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 소유주들은 매각을 꺼리지만 결국 팔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룬 가문이 대주주인 홍콩 상장사 멕산 리미티드도 지난달 칭이에 있는 800개 객실의 호텔을 홍콩 공항 당국에 7억6500만 홍콩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임대 수입의 급격한 감소가 도시 최대 임대인이 소유한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를 잠식하고, 재정적으로 약한 소유주들이 자산을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매각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CBRE의 얀 이사는 할인된 가격에 구매자가 부족하지 않으며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더 많은 투자자들이 오피스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가장 큰 촉매제로 큰 폭의 가격 조정을 꼽았다.

"이 구매자들은 대부분 현금이 풍부한 중국 본토 출신으로, 제조업과 패밀리 오피스 경험이 있다"며 "그들은 자본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출을 꺼릴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얀 이사는 설명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