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에 시장 '움찔'...프랑화·엔화, 안전자산 수혜로 약진

달러화는 지난주의 급격한 하락세를 뒤로 하고 이번 주 초반 잠시 보합권에서 숨을 골랐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 결정 소식에 이날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급진적인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달러화에 대한 신뢰도가 다시 타격을 입었고 투자자들은 달러를 팔고 스위스 프랑과 엔화 및 금 등 주요 안전자산으로 피신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달러화는 이날 뉴욕 시장 초반 스위스 프랑화 대비 0.7% 하락한 0.8175프랑에 거래되며 지난 11일 기록한 10년 만에 최저치를 살짝 웃돌았다. 스위스 프랑화는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주요 10개국(G10) 통화 중 달러 대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ING의 크리스 터너 글로벌 마켓 총괄은 로이터에 "SNB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추측이 트레이더들에게 프랑화 매수에 대한 자신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에 안전자산의 역할과 유럽 통화들의 광범위한 강세가 현재 프랑화의 강세를 이끄는 주요 동인"이라고 덧붙였다.
유로화도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발표 이후 달러 대비 약 5% 상승했다. 유럽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에 대한 비중을 대거 줄이고 있다는 관측 속에 유로화는 지난주 달러 대비 1.1474까지 오르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화는 이날 달러 대비 0.7% 상승한 1.1356달러에 거래됐다.
달러는 엔화에 대해서는 7개월 만에 최저치인 142.05엔까지 하락한 뒤 0.4% 하락한 142.50엔 내외에 거래됐다.
시장은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회담을 주시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회담에서 양국이 엔화 강세에 합의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주 기준으로 시장이 1986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엔화 순매수(롱) 포지션을 구축한 상태로 회담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큰 반전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금값은 이날 관세 우려에 따른 달러화 약세 기조가 재확산하며 또 사상 최고치로 날아올랐다.
금 현물은 뉴욕 시장 초반 트로이온스당 3335.80달러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한 뒤 3325달러 근방에 거래됐다.
금값은 올해 들어 24% 이상 상승했다.
KCM 트레이드의 팀 워터러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달러 가치 하락과 지속적인 위험 회피와 같은 요인이 합쳐져 금값 상승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ANZ의 애널리스트들은 "위험 회피 성향의 금 매수세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면서 올해 연말 금값 전망치를 트로이온스당 36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