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가 테슬라와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며 테슬라가 차지해온 세계 전기차 시장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비야디가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충전 속도, 자율주행 시스템, 차량 설계 등 기술 전반에서 테슬라를 맹추격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비야디는 지난해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해 총 427만대를 판매했고 이 가운데 순수 전기차는 176만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179만대를 판매한 테슬라와 차이는 불과 3만대였다.
◇ 기술 격차 좁히는 비야디, 자율주행·충전 기술 공개
비야디는 또 차량 부품 설계와 생산 공정에서도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샤오펑 등 중국 업체들과 함께 테슬라의 기가캐스팅 기술을 개선한 경량 고강도 프레임을 개발해 상용화했으며, 비야디는 차량 1대당 최대 885달러(약 122만원) 수준의 원가 절감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중국 내 점유율 우세…“이젠 테슬라보다 낫다”
중국 시장에서 비야디는 21%의 점유율로 8%에 그친 테슬라를 크게 앞서고 있다. 한 테슬라 내부 관계자는 “이제 중국에서 테슬라를 타면 ‘왜 중국차 안 타냐’는 얘기를 듣는다”며 “게다가 요즘 중국차가 더 낫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중국 공장을 둘러본 뒤 “비야디는 기술, 비용, 공정 모든 면에서 위협적”이라며 임원진에게 위기의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외자기업 규제를 완화해 테슬라가 상하이에 단독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이로 인해 현지 공급망과 부품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테슬라의 기술을 빠르게 흡수한 중국 업체들이 곧바로 이를 넘어서면서 유럽과 일본 완성차 업체까지 추월하고 있다.
◇ AI와 자율주행 경쟁…칩 독립과 데이터가 관건
AI와 자율주행 기술은 여전히 테슬라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테슬라는 수십억 시간 분량의 주행 영상과 최신 엔비디아 칩을 활용해 완전 자율주행(FSD)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머스크는 자율주행 로보택시와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가 “테슬라를 5조달러 기업으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차량에서 수집된 주행 데이터를 국외 반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미국도 중국 내 AI 학습을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테슬라의 중국 FSD 성능은 미국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에 비야디는 매년 430만대 이상의 차량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며 자체 알고리즘 학습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지만, 향후에는 베이징의 호라이즌 로보틱스 칩으로 점차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HSBC 베이징지점의 딩위첸 애널리스트는 “비야디는 로보택시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자율주행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텔라 리 비야디 부사장은 FT와 인터뷰에서 “테슬라와의 경쟁은 비야디를 더 나은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며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이 없는 회사는 미래에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