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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의 연이은 기업 개입에도 침묵하는 월가와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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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의 연이은 기업 개입에도 침묵하는 월가와 재계

연준 인사 해임·인텔 지분 매입에도 금융시장·재계 반응 미미
리사 쿡 미 연준 이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리사 쿡 미 연준 이사.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 지도부 인사의 해임과 인텔을 비롯한 민간기업 지분 매입 등 잇단 강경 조치를 내놓고 있음에도 미국 금융시장과 재계가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쿡 이사는 첫 흑인 여성 연준 이사로 트럼프 행정부의 저금리 압박에 반대 목소리를 낸 인물이다.

해임 사유는 확인되지 않은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이었으나 쿡 이사는 물러나기를 거부하고 헌법적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2년물 국채 금리 하락, 장기채 금리 상승 등 제한적 반응만 보였고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에는 반도체 업체 인텔의 지분 10%를 정부가 확보한다고 밝혔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배정된 제조업 지원 자금을 활용한 것이다. 트럼프는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사임을 요구한 지 불과 2주 만에 거래가 성사됐다.

상무부는 방산·군수업체에 대해서도 지분 참여를 검토하고 있으며 엔비디아·AMD가 중국에 판매한 첨단 반도체 이익 일부를 미국 정부가 가져오는 ‘이익 공유’ 방안, US스틸에 대한 ‘황금주’ 확보 계획도 추진 중이다.

◇ 침묵하는 기업·시장


이 같은 움직임은 과거 유럽식 국가개입주의에 가까운 정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미국 재계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와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가 연준 독립성 수호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오히려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재건을 위한 대통령의 대담한 전략”이라며 긍정 평가를 내놨다.

시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무뎌졌다. 로빈 브룩스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시장은 장기적 제도 신뢰보다 단기 금리 신호에 집중하고 있다”며 “연준이 백악관 압박에 또다시 완화적 기조로 선회했다는 점이 더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시카고대의 경제학자 아니르 카샤프는 “잭슨홀 회의에 모인 경제학자들이라면 ‘데프콘 2단계’ 수준의 사안으로 여겼을 것”이라고 했으나 실제 투자자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데프콘의 미국의 군사 대비 태세 단계로 2단계는 전쟁 직전 단계를 뜻한다.

◇ ‘두려움’이 만든 침묵


FT는 경영자들이 공개 반발을 삼가는 가장 큰 이유로 ‘두려움’을 꼽았다. 일리야 소민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뉴욕 시장 후보인 조흐란 맘다니를 비판하는 데는 거리낌이 없지만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훨씬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세금 감면, 경기 부양 효과로 이익을 본 기업들도 많아 공개 반대에 나설 유인이 적다는 분석이다.

일부 보수 논객은 우려를 표했다. 조엘 그리피스 어드밴싱 아메리칸 프리덤 선임연구원은 “인텔의 부분 국유화는 좌파 국제주의 사회주의와 우파 민족주의 사회주의가 섞인 새로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보수 평론가 에릭 에릭슨은 “이것은 진짜 사회주의”라고 직격했다.

프레데릭 미쉬킨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단기적으로 금리 정책은 바뀌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제도를 훼손하는 것은 재앙”이라고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