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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부과 6개월, 미국 기업 경영 압박에 소비자 부담도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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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부과 6개월, 미국 기업 경영 압박에 소비자 부담도 가중

기업 38% "가격 못 정하겠다", 공급망 대이동...9월 29일 대법원 ‘심리 여부 결정’에 주목
미국에서 관세 정책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관세 부과로 인한 혼란과 법원 판결 불확실성이 기업 현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 관세 정책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관세 부과로 인한 혼란과 법원 판결 불확실성이 기업 현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이미지=GPT4o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기업들이 여전히 가격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30(현지시각) 관세 부과로 인한 혼란과 법원 판결 불확실성이 기업 현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관세의 법적 근거에 대한 법원의 엇갈린 판단으로 기업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관세 비용이 점진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면서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 또한, 기업들이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글로벌 무역 질서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 법적 불확실성으로 기업 혼란 가중


관세 정책을 둘러싼 가장 큰 문제는 법적 근거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인도산 특정 제품에 50%, 중국에 30% 등 나머지 국가에도 광범위한 차등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지난 829일 연방순회항소법원은 74로 이러한 관세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IEEPA 제정 시 의회가 '관세'나 관련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대통령이 권한을 초과했다"고 결론지었다. 앞서 528일 연방국제무역법원도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관세는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기업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톰슨 트레이더스의 경우, 인도산 구리 욕조의 관세가 50%로 오르면서 기존 3300달러였던 권장 판매가격을 어떻게 조정할지 고민하고 있다.

리치먼드 연준의 올해 1분기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38%가 관세를 반영한 가격 책정에 자신이 없다고 답했으며, 30% 이상이 무역과 관세 정책을 가장 시급한 경영 현안으로 꼽았다. 이는 전 분기 대비 3배 증가한 수치다.

◇ 관세 비용, 결국 소비자가 부담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사이, 그 비용은 점진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골드만 삭스 경제학자들의 8월 추정에 따르면, 6월까지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 비용의 22%를 흡수했지만, 10월까지는 67%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기업들은 관세 비용을 명시적으로 고객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 성인용품 브랜드 데임(Dame)은 온라인 쇼핑카트에 5달러의 '트럼프 관세 부담금'을 자동으로 추가하고 있으며, 산업장비 업체 하니웰(Honeywell)은 건물 관리 시스템에 6.4% '관세 부과금'을 적용하고 있다.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모든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은 단기적으로 2.3%에 달하며, 이는 가구당 평균 3800달러의 소비자 손실에 해당한다. 품목별로는 의류 가격이 17%, 자동차 가격이 8.4%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로우스와 홈디포는 일부 품목에만 가격 인상을 동의하고 다른 품목은 협상을 미뤘다. 이로 인해 중소 공급업체들은 마진 압박을 감수하거나 인력 조정과 급여 삭감 등 경비 절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 공급망 재편으로 글로벌 무역 질서 변화


관세 정책은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맥북 등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26년까지 생산의 15~20%를 인도와 베트남으로 이전할 계획이며, 2023년 이후 인도 제조 시설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하지만 공급망 전환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전미제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30%가 현금 흐름 문제를 보고하고 있어, 애플 같은 대규모 투자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도 둔화되고 있다. J.P. 모건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새로운 관세로 인해 글로벌 실질 GDP 성장률이 20254분기에 1.4%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연초 2.1%에서 하락한 수치다.

◇ 정책 효과 재검토 필요


관세 부과 6개월 후의 현실은 정책 의도와 실제 효과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 제조업 보호라는 정책 목표와 달리, 기업들은 가격 상승과 공급망 혼란에 직면해 있으며,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대법원은 929일에 열리는 회의에서 관세에 대한 도전 사례를 고려할 예정이다. 이날은 이 사건을 대법원에서 다룰지에 대한 심리 여부를 결정하는 날이다. 미국 대법원은 모든 상급법원 판결을 자동으로 심리하지 않고 중요한 사건만 선별해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 결정은 향후 미국 무역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관세 정책의 법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기업들의 혼란과 부담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제조업체의 절반 이상이 공급망 다변화를 계획하고 있으며, 3분의 1가량이 고용 계획을 축소하는 등 관세 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