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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美 증시 10% 급등 비결...'관세 물가상승은 일시적' 전망 힘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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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美 증시 10% 급등 비결...'관세 물가상승은 일시적' 전망 힘입어

트럼프 파월 연준 압박에 월가 CEO들 "연준 독립성 지켜야" 목소리 높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최근 수익성과 무관한 '묻지마 투자'가 재현되고 주식 투자 위험에 대한 보상이 사라지는 등 2021년 밈 주식 열풍을 연상시키는 시장 과열 징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최근 수익성과 무관한 '묻지마 투자'가 재현되고 주식 투자 위험에 대한 보상이 사라지는 등 2021년 밈 주식 열풍을 연상시키는 시장 과열 징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증시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도 올해 들어 10% 넘게 오르며 기록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압박하자 월스트리트 주요 최고경영자들이 연준 독립성을 지키려고 나섰다고 지난달 31(현지시간) 배런스가 전했다.

S&P500 지수 10% 급등...관세 물가상승 '일시적' 전망이 핵심


배런스에 따르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10% 넘게 오르며 여러 차례 최고치를 경신하는 새 기록을 세웠다. 이런 오름세는 기업들이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와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시장이 이처럼 낙관하는 핵심 이유는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이 '일시적(transitory)'일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울프 리서치의 크리스 세니크 최고투자전략가는 "지금 물가상승률이 3% 근처에 있다면 2026년에는 2%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입 관세는 올해 상품 가격과 소비자가 내는 가격을 한 번만 올릴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26년에는 이미 오른 가격 때문에 전년 대비 오름폭이 작아질 것이라는 논리다.

특히 최근 몇 달간 미국 평균 집세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물가 안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미국 최대 부동산 정보 회사인 질로우(Zillow)의 자료에서 확인됐다. 질로우는 우리나라의 직방이나 다방 같은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부동산 정보 사이트다. 이 회사는 전국 11000만 채 넘는 주택 정보를 분석해 집값과 집세 동향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질로우 자료에 따르면 집값 오름세도 낮은 한 자릿수 퍼센트로 줄어든 상황이다. 세니크 전략가는 "시장은 앞으로 몇 분기에 걸쳐 최근 이어지는 주택 가격과 집세 약세가 관세로 인한 상품 가격 상승을 상쇄할 것으로 본다""후자는 물가 기대를 바꾸는 영구 변화라기보다는 일시적 성격이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 기업 수익성 안정화 기대감도 상승 동력


관세 효과가 내년에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기업 수익성에도 좋게 작용하고 있다. 내년에는 제품 원가가 올해만큼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의 총이익률이 안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화장품 회사 엘프 뷰티(e.l.f. Beauty)의 경우 2분기 총이익률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1%로 떨어졌지만, 팩트셋 분석에 따르면 2026년 이익률은 69.4%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증가가 계속된다면 수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월스트리트 최고경영자들, 연준 독립성 수호 목소리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과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자 월스트리트 주요 금융기관 최고경영자들이 연준 독립성을 지키려고 나섰다고 배런스는 전했다.

시타델의 켄 그리핀 최고경영자는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파월을 공격해서 정치적 득점을 할 수 있지만, 결국 연준의 독립성은 미국과 세계 경제에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는 은행 실적 발표에서 연준 독립성이 "절대로 중요하다"며 정치적 개입이 "종종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성명에서 연준의 신뢰성이 "미국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미국 경쟁력에 결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도 CNBC에서 중앙은행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며 지켜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소넨펠드 교수는 "일부 최고 기업들이 공격 대상이 되기 쉬운 상황에서 많은 최고경영자들이 트럼프의 분노를 사는 것을 꺼려했다""지금 목소리를 내는 것은 상당한 기업 용기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 트럼프의 연준 압박과 파월 교체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파월 의장에게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다. 최근 내각 회의에서 "곧 연준 이사회에서 과반을 확보할 것"이라며 "금리를 크게 내리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또 리사 쿡 연준 이사를 주택담보대출 기록 위조 혐의로 해임한다고 발표했으며, 이 조치는 법정에서 다뤄지고 있다.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연준 독립성 훼손 시 세계 경제 신뢰도 타격 우려


소넨펠드 교수는 연준 독립성이 "미국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 지위와 미국 경제력의 근간인 깊고 유동적인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세계적 모범이 되는 이유는 연준의 비정치적 명성과 평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연준이 기후변화 대응 같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벗어나는 영역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물가 급등에 대한 연준의 늦은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안 수석경제고문은 "파월 의장의 목표가 연준의 운영 자율성을 지키는 것이라면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파월 의장이 사임하지 않아서 연준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시장 위험 요인과 전망


하지만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이 한때에 그치지 않을 위험도 있다. 소비자들이 물가상승에 익숙해져 가격이 오르기 전에 상품과 서비스 구매를 늘릴 경우 계속되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계속되는 물가상승은 연준의 금리 궤도를 바꿀 수 있어 투자자들을 실망시킬 가능성이 있다. 연준이 4분기에 두 번째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경우 거래자들이 주식을 팔며 시장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내년에 물가상승이 비교적 안정된다면 이런 하락세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며, 투자자들은 연준이 다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신뢰를 되찾아 계속되는 경제 확장과 기업 수익 증가를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으로서는 물가상승이 오랫동안 높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분명한 증거가 없는 한 미국 증시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