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원 규모 인수 최종 마무리, 법인명·대표자 공식 변경
VEU 유예 조치 영구 폐지…192단 낸드에 발 묶여 미래 경쟁력 '빨간불'
VEU 유예 조치 영구 폐지…192단 낸드에 발 묶여 미래 경쟁력 '빨간불'

IT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는 4일(현지시각) 중국 기업 등기 정보를 인용, '인텔 세미컨덕터 스토리지 테크놀러지 (다롄) 유한회사'는 지난 1일부터 SK하이닉스 소속임을 명시한 이름으로 바꿨다고 보도했다. 법적 대표자도 SK하이닉스의 김영식 임원으로 바뀌었고, 등록 자본금은 5010만 달러(약 698억 원)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2020년 10월 처음 발표한 인수 계획에 따라 2021년 말 1차 인수를 거쳐 올해 4월 모든 절차를 끝냈고, 이번에 법인 이전까지 마무리지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인텔 아시아 홀딩이 주주 명단에서 빠지며 소유권 이전의 기반을 다졌다.
◇ 12조 원 인수 잔치 끝에 날아든 'VEU 폐지' 청구서
그러나 공장 인수가 마무리된 시점에 미국이 제재를 강화하면서 그 뜻이 바랬다. 미국 상무부는 사명 변경 소식이 나오기 직전인 지난 8월 말, SK하이닉스와 삼성이 건별 허가 없이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들여오도록 허용했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유예 조치를 공식 폐지했다. 2022년 10월부터 시행해 2024년 끝날 예정이던 이 조치는 이로써 영구히 효력을 잃었다.
이번 조치는 두 한국 기업의 중국 내 모든 공장에 영향을 미치지만, 직격탄은 SK하이닉스가 인수한 다롄 팹(팹 68)이 맞았다. 오는 12월 31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이번 결정으로 기존 장비의 수리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할 수 있지만, 성능 개선을 위한 장비 교체나 추가는 원천에서 막힐 수 있다.
◇ 첨단 기술 막힌 다롄 공장, '옛 세대 생산기지'로 전락 우려
현재 다롄 공장은 인텔이 구축한 192단 낸드 공정을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기술은 SK하이닉스 자회사인 솔리다임을 통해 나오는 QLC(쿼드러플 레벨 셀) 기반 소비자용 SSD의 핵심이다. 그러나 미국 신규 장비를 들여올 수 없게 돼, SK하이닉스가 이미 양산하는 238단이나 개발 중인 321단 낸드로 공정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공장과 자산,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미국이 반도체 기술 통제를 강화하면서 다롄 공장은 '옛 세대 제품 생산 기지'로 남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으로 이 공장은 중국 내수 시장을 맡고 솔리다임의 가격 경쟁력에 중요한 제품을 만드는 데 힘쓰는 한편, 최첨단 제품은 한국과 미국 등 다른 곳에서 생산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