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글로벌이코노믹이 지난 5년간 그룹의 상장사 시가총액을 집계한 결과 2020년 10월 99조2000억 원에서 올해 10월 165조2000억 원으로 66조 원이 증가했다. 단순 주가 상승이 아니라, 그룹의 체질 개선을 통한 수익성 향상이 투자자 신뢰를 되찾으며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끌어올린 결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 상승을 주도한 것은 회사의 주축인 현대차와 기아의 약진이다. 현대차는 2020년 초 38조 원에서 현재 44조 원대로 증가했고, 기아는 19조 원에서 39조 원대로 약 2배 증가했다. 두 회사의 합산 시가총액이 83조 원을 넘어서면서 그룹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모비스(27조 원), 현대로템(24조 원대), 현대글로비스(6조 원대) 등 계열사 가치 상승이 더해지며 그룹 전체 규모는 5년 만에 1.7배로 확대됐다.
이 같은 시가총액 증가는 정의선 회장이 강조해 온 '질적 성장 전략'의 성과와 직결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매출은 2019년 163조9000억 원에서 2024년 282조7000억 원으로 73%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조6000억 원에서 26조9000억 원으로 380% 급증했다. 매출 증가율을 훨씬 상회하는 이익 성장률은 수익성 개선이 주가 리레이팅의 핵심 기반임을 보여준다.
정의선 회장은 2020년 취임 직후부터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췄다.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SUV와 전기차 중심의 제품 구조로 재편한 것이 이를 반영한다. 현대차와 기아의 해외 평균 차량 단가(현대차 114% 상승, 기아 58% 상승)가 급속도로 올랐고, 친환경차 중심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브랜드 프리미엄화가 가속화됐다.
특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전기차 전용 글로벌 모듈식 플랫폼)를 기반으로 한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9 등 신모델이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받으며 브랜드 가치를 크게 제고했다. 이들 모델이 '세계 올해의 자동차' 등 국제 상을 수상하면서 현대차그룹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추종자)'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선도자)'로의 위상 변화를 실현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순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시가총액 확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 친환경차 확대로 현금 창출력 강화
친환경차 판매 확대는 시총 성장을 주도한 또 다른 요인이다.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판매는 5년 전 대비 4배 증가해 141만 대에 달했으며, 전체 판매 비중은 19%로 확대됐다. 전기차 수요 둔화 시기에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며, 시장에서 '현금 창출력 높은 제조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했다. 이는 장기적 수익성 지속 가능성을 믿는 투자자들의 신뢰도 제고로 이어졌다.
▲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하는 경영 전략
다만 단기적인 리스크 요인도 존재한다. 미국의 전기차 관세 부과, 중국 완성차업체의 저가 공세, 글로벌 자동차 수요 둔화는 모두 수익성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영 환경의 악화가 수익성 개선 추세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그룹은 공급망 다변화, 현지 생산 확대, 수소·하이브리드·ER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라인업 강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국내 투자 규모를 24조3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증액해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 상승이 아직 '중간 과정'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정의선 회장이 미래 모빌리티의 퍼스트 무버를 목표로 로봇, 수소 연료전지, SDV(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AAM(도심항공교통, Advanced Air Mobility) 등 신사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사업이 실적에 본격 반영되면 그룹 전체의 평가가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은 제조업의 전통적 한계를 넘어 '기술 중심 모빌리티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했다"며 "수익성 개선과 브랜드 가치 상승이 시장에서 인정받으며, 향후 신사업 실적화에 따른 추가 밸류에이션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이 200조 원대로 진입할 가능성을 현실적인 목표로 보고 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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