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과열과 달러 강세 여파...단기 조정 후 상승추세 복귀 전망

21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현물 금 가격은 장 중 한때 6.3% 폭락하며 12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현물 은 가격도 최대 8.7% 떨어졌다. 특히 기술적 지표들이 최근의 급등세가 과도했음을 시사하면서 매도세가 가속화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5.7% 하락한 온스당 4109.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지정학·경제적 불확실성, 금리 인하 베팅 및 중앙은행들의 지속적 매수세로 금값은 약 60% 상승하며 전날 거래에서 온스당 4381.2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날 급락으로 최근까지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던 금·은 시장은 급제동이 걸렸다.
일부 투자자들은 달러 가치 하락 우려로 금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선택했지만,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며 금값이 급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술적 과열과 달러 강세 영향
버펄로 바이유 커머더티스의 프랭크 몽캄 매크로 트레이딩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금값의 조정은 여러 강력한 기술적 지표의 결합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금값이 온스당 4000~4050달러 구간에서 견고한 지지선을 확보하고 있으며 “과매수 구간에서 벗어난 뒤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상장지수펀드(ETF)와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자금 유입이 주도하는 포지션 정리가 다음 상승 국면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9월 이후 이어진 금값의 사상 최고치 행진은 주로 추세 추종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견인했다. BMO 캐피털 마켓의 헬렌 에이모스 상품 애널리스트는 “이런 유형의 거래는 가격이 며칠만 하락하더라도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달러 강세 또한 금의 투자 매력을 약화시켰다. 뉴욕 현지 시각 오후 4시59분 기준 금값은 온스당 5.3% 하락한 4125.22달러를 기록했고, 은 가격은 7.1% 떨어져 온스당 48.71달러에 거래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2위 금 소비국인 인도가 디왈리 축제 기간으로 시장이 일시적으로 폐쇄된 점도 유동성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산업적 용도 또한 지닌 은의 최근 상승세는 금보다도 훨씬 극적인 양상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美 정부 셧다운 여파...‘핵심 데이터’ 공백에 불확실성 확대
미국 정부의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원자재 트레이더들은 가장 중요한 분석 지표 중 하나를 잃게 됐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매주 발표하는 ‘헤지펀드 및 기관투자자의 금·은 선물 포지션 보고서’가 중단된 것이 그 예다.
해당 보고서는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 등 주요 투자자들이 금과 은 선물 시장에서 어떤 방향으로 베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자료다.
이에 대해 삭소은행의 올레 한센 상품전략가는 “포지션 데이터 부재는 매우 민감한 시점에 발생했다”면서 “양대 금속 모두 투기적 매수 포지션이 과도하게 쌓일 가능성이 커져, 조정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그렇지만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 매입 등 금값의 장기적인 상승 요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개월 내 금값이 다시 상승세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BMO 캐피털 마켓의 에이모스는 “우리는 여전히 금의 펀더멘털이 탄탄하다고 본다”면서 “내년 금값을 온스당 약 4500달러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격은 직선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번 조정은 건전한 과정이며, 일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