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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0.25%P 금리 인하 단행…파월 "12월 추가 인하 기정사실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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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0.25%P 금리 인하 단행…파월 "12월 추가 인하 기정사실 아냐"

9월 이어 2회 연속 인하…실업률 4.3%·인플레 3% '스태그플레이션 딜레마' 속 신중론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 청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 청사.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연 3.75~4.0%로 낮췄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2월 추가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경고하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한 달째 이어진 정부 폐쇄로 경제지표가 사라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앞서 지난 28일 연준이 "금이 간 앞유리를 보며 운전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0.25%P 인하 단행했지만…12월은 '불투명'


연준은 이날 9월에 이어 2회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12명으로 구성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일부 반대 의견이 나왔다. 제프리 슈미트 캔자스시티 연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주장했고,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스티븐 미란 연준 이사는 0.5%포인트 인하를 지지했다.

파월 의장은 회의 후 기자들에게 "12월 회의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항상 우리가 미리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여기서 추가로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 기정사실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셧다운 탓에 적절한 데이터가 부족한 점도 FOMC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개 속에서 운전할 때 무엇을 하나? 속도를 늦춘다"며 이것이 12월 10일 회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S&P500 지수는 0.3% 떨어졌고,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08%포인트 오른 3.57%를 기록했다. 12월 추가 금리 인하 확률은 파월 발언 전 87%에서 74%로 떨어졌다.

TS 롬바르드의 경제학자 다리오 퍼킨스는 "'기정사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부분은 불필요하고 무거운 짐을 가졌다"면서 "그는 신호를 보내려 했고, FOMC는 분명히 선택지를 열어둔 채 6주 후 회의에 들어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실종 속 '눈 가린 통화정책'


한 달째 이어진 미국 정부 셧다운 탓에 경제 상황을 판단할 핵심 지표들이 발표되지 못하고 있다. 파월 의장과 위원들은 공식 경제통계 없이 단편 데이터에만 의존해 금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처지다.

연준 독립성에 관한 책을 함께 쓴 투자운용사 마크 스핀델은 "통화정책은 항상 불확실성 속에서 이뤄지지만, 이런 종류의 공격에 맞선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코넬대학의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이번 금리 인하는 쉬운 부분이었다"면서 "연준은 곧 맹목적으로 날아갈 수 있으며, 이는 일반적으로 정책 결정을 안내하는 데이터 지표를 잃게 되어 정치 압력에 더욱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정부 폐쇄가 한 달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준이 올해 마지막으로 회의를 여는 12월에도 고용·인플레이션·성장률 관련 공식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일부 휴직 직원을 복귀시켜 최신 소비자물가지수(CPI) 작업을 마쳤지만, 셧다운이 계속되면 10월 인플레이션 보고서 발표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물가·고실업 동시 출현…1970년대 재현 우려


연준은 현재 상반된 두 경제 신호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고용시장 악화는 통상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를 촉발한다. 실업률은 8월 4.3%로 올라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8월 신규 고용은 2만2000명에 그쳐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FOMC는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최근 몇 달 동안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마존·UPS·타깃·제너럴모터스와 다른 미국 기업들은 최근 며칠 동안 수천 명의 감원을 발표했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 상황이 점차 냉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이는 대부분 트럼프의 이민 단속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자리를 찾으려 나타나는 근로자 공급이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연 3% 수준으로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품 관세가 제조업체와 소비자 비용을 끌어올리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두 목표가 서로 충돌하면서 "대립하는 책무"가 됐다고 지적했다. 스웡크는 "1970년대는 아니지만 1970년대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연준이 두 위험을 모두 관리하려고 신중하게 움직이기로 택했다고 분석했다.

관세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오르는 현상이 일시적일지, 아니면 비용 증가가 더 굳어질지가 핵심 쟁점이다. 가계와 기업이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면서 그런 기대가 스스로 실현되는 예언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그런 조짐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양적 긴축 중단…단기 자금시장 경색 우려


FOMC는 금리 변동과 함께 일부 은행의 단기자금 조달이 너무 빠듯해지고 있다는 우려 때문에 양적 긴축 프로그램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뉴욕 연준은 12월 1일부터 중앙은행이 보유한 만기 국채 수익금을 모두 국채 시장에 재투자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위원회는 밝혔다. 연준은 또한 12월 1일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모기지담보부증권(MBS)에서 매달 350억 달러(약 49조 원)를 국채 시장에 재투자할 예정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3주 동안 단기자금 시장 상황이 "더 크게 긴축"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느린 속도로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고 있다"면서 "마지막 몇 달러만큼 축소해도 큰 이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조 달러의 국채를 매입해 대차대조표를 9조 달러(약 1경2800조 원)로 늘리고 금융 시스템에 현금을 쏟아부었다.

트럼프의 연준 독립성 공격 '전례 없는 수위'


연준은 데이터도 부족하고 지원도 받지 못하는 처지다. 트럼프 행정부 첫 임기 때 주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비슷한 공격을 받던 파월을 옹호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 의원들 대부분은 이제 의회에 없다. 게다가 몇몇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의 공격을 지지하며 파월 사임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연준 이사로 앉혔으며, 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이번 금리 인하도 트럼프가 연준을 압박해 차입 비용을 대폭 낮추도록 벌인 캠페인 이후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리사 쿡 연준 이사를 모기지 사기 혐의로 해임하려 하고 있다. 쿡은 혐의를 부인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연준 111년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이사 해임이 시도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이 문제를 검토하기로 했지만, 내년 1월 구두변론 이후로 결정을 미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자신이 파월을 해고하는 이미지를 공유하며 연준을 조롱했다. 지난해 클리블랜드 연준 총재를 지낸 로레타 메스터는 "과거에도 대통령들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모든 것이 공개되고 끈질기며 적대감이 상당히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독립성을 고수하는 가운데서도 연준은 조용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연준은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추려 애쓰면서 바이든 행정부 때 발표한 다양성과 기후 관련 계획을 보류하고, 직원 10% 감축을 명령했으며, 전 직원에게 전면 사무실 복귀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얻은 것은 거의 없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