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으로 드러난 美 탄약생산 한계 해결 나서…트럼프, 핵잠수함 기술 공유 약속하며 한미 방산동맹 격상
이미지 확대보기스트레이트 애로우 뉴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한화가 미국 방산업체들과 손잡고 노후화한 탄약 생산시설을 자동화하고 차세대 추진제 생산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드러난 미국의 탄약 생산 한계가 이번 협력의 배경이 됐다.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원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은 전쟁 초기 각각 하루 약 1만 발씩 포탄을 발사했지만, 미국의 월간 155㎜ 포탄 생산량은 당시 1만 4000발에 그쳤다. 미 육군은 2022년 이후 생산량을 2만 8000발로 늘렸으나, 2026 회계연도 월 10만 발 생산 목표를 이루려면 동맹국의 기술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글로벌 오드넌스-한화, 래드포드 공장 운영권 경쟁
미국 방위 계약업체 글로벌 오드넌스의 전액 출자 자회사인 글로벌 밀리터리프로덕츠(GMP)는 최근 한화디펜스 USA와 파트너십을 맺고 래드포드 육군 탄약 공장의 다음 운영자 선정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BAE시스템즈가 보유한 이 계약은 수십억 달러 규모다.
제프 브루노치 글로벌 오드넌스 사장은 보도를 통해 "한화는 수십 년간의 경험과 자동화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화학공정을 자동화해 더 안전하고 효율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그는 "한화가 개발한 첨단 기술을 래드포드로 가져와 현재와 차세대 추진제를 생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40년대 지은 래드포드 공장은 미 육군을 위한 폭발물과 추진제를 생산하는 미국 내 6개 현장 중 하나지만 시설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다. 브루노치 사장은 "시스템과 장비 공정이 구식"이라며 "최신 기술과 표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앞선 포병 추진제 가운데 일부는 래드포드의 낡은 기술로는 효율성 있게 생산할 수 없어 캐나다의 제너럴 다이내믹스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한화와 글로벌 오드넌스는 자동화 인프라 도입으로 이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50억 달러 투자…연간 생산능력 20척으로 확대
한화의 미국 투자는 탄약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화그룹은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미국 해사청(MARAD) 발주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50억 달러(약 7조 15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해 말 1억 달러(약 1430억 원)에 인수한 이 조선소에 인수가의 50배에 이르는 자금을 쏟아붓는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명명식 환영사에서 "한화는 미국 조선산업의 새로운 장을 함께할 든든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미국 안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투자와 기회를 만들어내고 미국 조선산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중심 구실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행사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한미 조선협력의 뜻을 강조했다.
한화는 도크 2기와 안벽 3기를 추가로 확보하고 축구장 50개 크기(약 12만평)의 블록 생산기지를 새로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1~1.5척 수준인 선박 건조 능력을 20척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오션의 스마트 야드와 자동화 설비를 적용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함정 블록과 모듈 건조도 추진한다.
한화필리조선소 운영은 미 해군 선박 프로그램 집행 책임자였던 톰 앤더슨 예비역 소장이 맡는다. USNI 뉴스에 따르면 앤더슨 소장은 군용과 상업용 선박 프로그램은 물론 앞으로 수요를 충족할 인프라 확장을 모두 책임진다. 한화는 컬럼비아급 잠수함이나 버지니아급 잠수함 같은 기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무인 선박, 보조 선박, 모듈형 선박 등 "해군함정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상업용 조선소"를 만드는 게 목표다.
"산업 전사 정신"…한미 방산협력 새 장
한화의 미국 사업을 이끄는 마이크 스미스 대표는 미 해군 베테랑 출신으로 미국 방위산업 기지에서 20년의 경력을 쌓았다. 그는 보도를 통해 "1950년대부터 한국은 오랫동안 미국의 자연스러운 동맹국이었다"며 "북쪽에 예측할 수 없는 이웃이 있을 때 국가와 경제를 확실하게 실행할 수 있는 능력에 집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미스 대표는 한화의 접근 방식을 "산업 전사 정신"이라고 표현하며 "전시와 같은 상황에서는 오늘 전달하는 게 좋고, 비용은 예산 안에 들어가야 하며, 성능도 광고한 대로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년간 한화는 미국 기업들과 여러 계약을 맺었다. 제너럴 아토믹스와 한화는 그레이 이글 무인 항공기 시스템을 함께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한화는 또 국방부를 위한 자율 소프트웨어를 확장하려고 블루스페이스 AI와 협력하고 있다. 스미스 대표는 회사가 육군의 현재 포병 플랫폼을 바꿀 자주포를 내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핵잠 기술 공유로 동맹 심화
이런 한미 협력은 단순한 상업 관계를 넘어 안보 동맹으로 심화하고 있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가진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해온 기술"이라며 "미국은 1950년대 영국 이후 어느 나라에도 이 기술을 나눠주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미국이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나눈 것은 최우방국인 영국과 1950년대 협력한 게 유일하다"며 "한국을 핵추진 잠수함 보유국에 합류시키는 극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동맹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한국이 미국의 방위 기업에 막대한 투자를 계속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이 한국과 핵잠수함 기술을 나누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외국에 거의 적용하지 않는 수준의 신뢰와 협력이다.
국가안보전문가인 이리나 츠커만 비틀 라이징 회장은 보도를 통해 "이 파트너십은 북한과 나중에는 중국을 포함한 공통 위협에 맞서는 한반도의 공유 억지력을 바탕으로 한 전통 동맹에서 상업 협력과 산업 파트너십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츠커만 회장은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의 협력이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워싱턴 사이 "공동 생산 가치"가 깊어지고 있다며, 이번 협력이 이런 맥락에서 특히 뜻깊다고 덧붙였다.
한미 양국이 지난 8월 합의한 1500억 달러(약 214조 6000억 원) 규모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통해 한화를 비롯한 한국 조선·방산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미국이 방위산업 기반을 되살리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한화와 GMP 같은 파트너십은 미군이 앞으로 닥칠 도전에 대비하도록 하는 데 매우 중요할 수 있다. 능력을 키우는 것 외에도 미국 방위산업 기반의 혁신은 미국 군인들이 가장 앞서고 믿을 만한 군수품 기술을 쓸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며, 이는 탄탄한 국내 생산기지를 통해 이뤄질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