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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소기업 '고용 절벽'...트럼프 관세에 10월 3만 명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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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소기업 '고용 절벽'...트럼프 관세에 10월 3만 명 해고

전체 고용 40% 차지하는 소기업, 올해 누적 110만 명 감원...관세·정책 불확실성에 채용 동결·투자 중단
미국 전체 고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소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채용을 전면 중단하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전체 고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소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채용을 전면 중단하고 있다. 이미지=GPT4o
미국 전체 고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소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채용을 전면 중단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현지시각) 소기업들이 관세 정책 변동, 이민 단속 강화, 정부 폐쇄, 소비 위축 등 여러 압박 요인에 직면해 방어 태세로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중소기업 감원·대기업 채용, 양극화 심화


급여처리업체 ADP가 지난달 발표한 10월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500명 미만 중소기업들은 31000명을 감원한 반면 대기업은 73000명을 채용했다.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뒤 순증 42000명을 기록했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명암은 뚜렷이 갈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소의 소기업 고용지수는 92024년 평균 대비 7% 하락했다. 7월에도 비슷한 폭으로 떨어졌다. 아웃플레이스먼트 기업 챌린저그레이앤크리스마스는 지난달 153000명 이상의 감원을 집계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대비 183% 급증한 수치다. 올해 들어 UPS, 아마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P&G 등 대기업의 대규모 감원을 포함해 총 110만 명의 해고가 발표됐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기업은 경제에서 큰 역할을 하지만 대기업보다 금융 충격에 더 취약하다""모든 데이터가 낮은 모멘텀과 소기업들이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음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정책 변동에 '전략 부재' 상태


최근 여러 조사에서 소기업들은 재무 전망에 확신이 없다고 답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변덕스러운 정책 결정이 기업들 사이에 일종의 마비 상태를 만들어내 앞으로 나아갈 전략을 세우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조지타운대 맥코트 공공정책대학원의 해리 홀저 전 미 노동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모든 것이 기업들이 축소하고 싶지는 않지만, 확장도 원치 않는 상황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정부 폐쇄 탓에 미 노동부가 최근 두 차례 고용 보고서를 발표하지 못한 상황도 불확실성을 키웠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10월 역대 최저 수준 근처를 기록했다. 많은 잠재 고객이 재량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 위축·관세 부담에 '이중고'


미시간주 소가턱의 야외용품 소매점 랜드샤크스 공동소유주 데이비드 로커는 직원들에게 직접 전화해 근무 교대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매출은 약 3% 감소했고, 2025년은 어머니가 30여 년 전 회사를 설립한 이후 2009년 대침체기에 이어 두 번째 역성장의 해가 될 전망이다.

로커는 "우리가 파는 건 생필품이 아니다""고급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 재킷을 이미 네 벌 가진 사람이 다섯 번째 재킷까지 살 필요는 없다. 지금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예전만큼 많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가 나빠지면 사치품 구매부터 줄어든다는 얘기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50년 역사 여성복 매장 팔로마 클로딩 공동소유주 마이크 로치는 연초부터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고객들은 정치와 주식시장에 관심이 많은 교양 있는 여성들로, 많은 이가 국가가 어디로 가는지 걱정한다""50년 경험상 고객이 불안하거나 두려우면 지출을 줄인다"고 말했다.

관세 정책도 타격을 주고 있다. 800달러(116만 원) 미만 물품에 대한 수입세 면제 조항인 '디 미니미스' 예외가 8월 폐지됐다. 현행 수입세와 자동차 부품, 금속 등 광범위한 수입품에 대한 새 관세가 일부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무어헤이븐의 맥산트 메탈스 소유주 데이비드 리드는 에콰도르, 브라질 등에서 알루미늄을 수입해 차양, 전지형 차량용 금속판 등을 생산한다. 그는 올해 부과된 알루미늄 수입 관세가 수익을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산 신규 기계에도 관세를 냈다.

리드는 "소기업들은 뭔가 변화가 오기를 바란다""직원은 우리 사업의 생명줄이기 때문에 해고하면 사업에서 살을 도려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원에게 관세 부담을 줄여달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업종별 희비 교차...부유층 상대 업종은 '선방'


모든 소기업주가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뉴욕시와 웨스트체스터에 매장을 둔 남성복 매장 로스먼스의 켄 기든은 이탈리아와 아시아산 상품 관세 비용을 상쇄하려고 가격을 올렸지만, 매출은 건전하다고 밝혔다. 30명을 고용하는 이 업체는 몇 년 전 25명에서 늘어났다.

기든은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고객들이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그래서 20251~3분기가 꽤 좋았다"고 말했다. 더 부유한 소비자층이 전반적 소비 지출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과 일치한다.

기든의 할아버지가 거의 100년 전 손수레에서 물건을 팔며 시작한 로스먼스는 그동안 여러 위기를 겪었다. 2020년 인종평등 시위 때 약탈을 당했고, 팬데믹 동안 문을 닫기도 했다. 그는 "이미 여러 번 어려움을 이겨냈으니 한 번 더 이겨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새 직원을 뽑는 것은 주저하게 된다. 경기 흐름을 제대로 읽을 수 없어서"라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