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전략 광물' 안티몬, 중국 견제에 가격 400% 폭등…美, 알래스카 광산 재가동 '총력전’

글로벌이코노믹

'전략 광물' 안티몬, 중국 견제에 가격 400% 폭등…美, 알래스카 광산 재가동 '총력전’

중국 수출 제한과 우크라 전쟁 여파로 안티몬 품귀 현상…미 국방부, 3560억 원 규모 계약으로 국내 채굴 박차
미국이 중국의 수출 통제에 맞서 국방 물자 핵심인 안티몬(Antimony)의 국내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알래스카에 새로운 채굴 붐이 일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중국의 수출 통제에 맞서 국방 물자 핵심인 안티몬(Antimony)의 국내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알래스카에 새로운 채굴 붐이 일고 있다. 이미지=GPT-4o
미국이 중국의 수출 통제에 맞서 국방 물자 핵심인 안티몬(Antimony)의 국내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알래스카에 새로운 채굴 붐이 일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 보복으로 중국이 안티몬 수출을 제한하자 2년 새 국제 가격이 4배(400%) 치솟으며 미국 정부와 기업들이 멈춰 섰던 광산 재가동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금 부산물 취급받던 안티몬, 중국 견제에 '전략자원' 급부상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여파로 군사 산업에 필수 물질인 안티몬(Antimony)의 가격이 2년 만에 4배로 폭등하며, 과거 금 채굴 과정에서 버려졌던 이 광물을 찾아 알래스카에서 새로운 채굴 경쟁이 불붙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12월 중국이 안티몬의 대미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등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 같은 희소 현상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안티몬은 주로 총알을 단단하게 하고 장갑 관통용 발사체의 강도를 높이는 등 국방 산업에서 널리 쓰이는 물질이다. 이전까지 금 광산에서 함께 나오는 '찌꺼기' 취급을 받았으나, 중국의 수출 제한으로 인해 방위산업 기업들이 비축 물량을 다시 채워야 하는 상황과 맞물려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분쟁으로 무기 비축량이 줄어든 때에 중국의 수출 규제까지 더해지며 안티몬의 가격이 크게 뛴 것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안티몬은 미국이 중국 지배력 아래 놓인 공급망을 복원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중요한 사례로 떠올랐다. 현재 세계 안티몬 채굴량의 약 60%를 중국이 차지하며, 나머지는 러시아·타지키스탄·미얀마 등지에서 주로 나온다.

미 국방부, 3560억 원 규모 계약 체결…알래스카 광산에 4300만 달러 투입


오랜 기간 안티몬을 대량으로 채굴하지 않던 미국은 중국의 수출 제한에 대응해 알래스카와 아이다호에 있는 20세기 이후 가동을 멈춘 광산을 다시 활용하는 일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 사업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지난 9월에는 알래스카 안티몬 프로젝트의 생산을 서두르기 위해 4300만 달러(약 624억 원)를 지원한다고 알렸다.

유나이티드스테이츠안티몬사는 미국 내 안티몬 제련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9월 국방 비축 물량으로 안티몬 주괴(ingots)를 공급하는 2억4500만 달러(약 356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이 회사는 필요한 광석을 확보하기 위해 알래스카 채굴 사업에 큰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유나이티드스테이츠안티몬의 로드 블레이크스타드 탐사팀장은 금이 아니라 안티몬을 찾고자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주변의 광물 임대권을 확보했다. 과거 지질보고서에 금 광산에서 안티몬이 발견됐다는 기록에 기댄 탐색이었다. 블레이크스타드 팀은 수십 년 전 채굴자들이 남긴 광맥 흔적을 좇아 새로운 도랑을 파고 시료를 채취하며 "그들이 남긴 것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북극광 명소' 페어뱅크스, 채굴 열풍에 환경 갈등 고조


유나이티드스테이츠안티몬뿐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안티몬 채굴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호주 기업인 펠릭스 골드는 페어뱅크스 가까운 트레저 크리크 지역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고품질의 안티몬 표면 퇴적물을 발견했다. 펠릭스 골드 측은 허가를 받는 대로 올해 말부터 채굴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으며, 땅속 수백 피트 깊이까지 시추해 안티몬 매장 지도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 웹 펠릭스 골드 상임이사는 "미국은 자국의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페어뱅크스 근처에 있는 광산들은 원격지에 있는 곳보다는 이점이 있지만, 이는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낳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우선 썰매견 경주 통로 문제다. 개 썰매 경주자(musher)들은 펠릭스 골드 사가 그들이 아이디타로드(Iditarod) 경주를 훈련하는 화이트 산맥으로 통하는 통로를 막았다고 불평했다. 펠릭스 골드 사는 지난달에 레저 이용자를 위한 평행 통로를 새로 만들어 접근을 복원했다. 경주자 커티조 디터는 새로운 길에 고맙다는 뜻을 전하면서도 채굴 활동이 늘어나면서 또 다른 문제가 해마다 생길까 염려한다고 말했다.

빛 공해 문제도 있다. 트레저 크리크 광산 주변에는 관광객이 오로라를 보는 유르트(yurts) 숙박 시설이 있는데, 펠릭스 골드 광산을 비추는 밝은 불빛이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방해하고 있다. ‘1st 알래스카 투어스’(1st Alaska Tours)의 조시 휴브 지배인은 손님들이 빛 공해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 상황이 더 나빠질까 우려해 오로라 관측 장소를 더 먼 곳으로 옮기려 준비하고 있으며, 약 20만 달러(약 2억9000만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본다.

미국 공급망의 난제, 중국의 수출 통제


이번 안티몬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핵심 광물 공급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중국은 무역 전쟁의 보복 수단으로 특정 핵심 광물의 수출을 제한하는 '무기화' 전략을 쓰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안티몬의 사례가 중국 의존도가 높은 다른 희귀 광물에서도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티몬은 방위산업에 쓰이는 만큼 미국이 공급망 복원을 위해 국방부까지 나서 막대한 자금 투입과 장기 계약을 추진하는 것은 필연적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펠릭스 골드 측은 주민들과 갈등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유나이티드스테이츠안티몬의 개리 에번스 최고경영자(CEO)도 중국과 미국이 휴전하더라도 알래스카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하며 자국 내 공급망 확보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공급망 복원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유나이티드스테이츠안티몬은 지난해 카르텔의 위험 때문에 멕시코 채굴을 멈췄으며, 심지어 호주에서 보낸 안티몬 광석이 중국 항구를 통과하다 당국에 수개월 동안 압류되는 일도 겪었다.

이는 핵심 광물의 공급망이 중국의 통제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동안에는 미국의 군수 산업과 첨단 산업이 언제든 취약성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미국이 알래스카에서 안티몬 채굴에 성공해 중국 지배력을 벗어난 공급망을 만들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