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페리아 공급 중단 사태로 혼다·보쉬 등 생산 차질…본사-中법인 '진실 공방' 격화
반도체 넘어 배터리·희토류까지 '중국 의존' 재고…"공급망 재편에 3~7년 소요"
반도체 넘어 배터리·희토류까지 '중국 의존' 재고…"공급망 재편에 3~7년 소요"
이미지 확대보기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Nexperia)를 둘러싼 갈등과 중국 정부의 희토류 수출 통제 등 심화하는 지정학적 분쟁에 따른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과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여러 자동차 업체들은 주요 공급업체들을 상대로 무역 분쟁 등 잠재적 혼란으로부터 운영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영구적인 대체재를 찾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마티아스 핑크 유럽자동차부품산업협회(CLEPA) 회장은 업계가 변화하는 지정학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광범위한 공급망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셰플러(Schaeffler AG)의 파워트레인·섀시 부문 책임자이기도 한 핑크 회장은 인터뷰에서 "이미 '중국 의존 없이 어떻게 공급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받는 등 몇 가지 징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달 중국 소유의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에서 발생한 갑작스러운 공급 중단 사태 직후 본격화됐다. 이 갈등은 네덜란드 정부가 넥스페리아의 현지 법인 운영권을 압류하자,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넥스페리아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핵심 부품의 수출을 차단하면서 격화됐다.
그 여파는 기술 수준은 낮지만 필수적인 이 칩에 의존하던 제조업체들로 빠르게 확산됐다. 혼다자동차는 일부 공장 생산을 중단한 뒤 연간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으며,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ZF 프리드리히스하펜(ZF Friedrichshafen AG)과 로버트 보쉬(Robert Bosch GmbH)는 생산 속도를 늦췄다. 폭스바겐(Volkswagen AG)과 BMW AG는 반도체 수급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관련 부품 가격은 급등했다.
넥스페리아 '내부 분쟁' 격화…"웨이퍼 차단" 진실 공방
설상가상으로, 넥스페리아 내부의 분쟁이 격화되며 공급망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일부 공급 재개를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 본사와 중국 법인 간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넥스페리아 네덜란드 본사는 14일 성명을 통해, 중국 법인이 "본사가 웨이퍼 공급을 차단해 생산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본사 측은 "넥스페리아 차이나는 몇 달간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웨이퍼와 완제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며 "이와 반대되는 중국 법인의 주장은 현지 경영진의 재고 관리 관행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고 밝혔다.
중국 윙텍 테크놀로지(Wingtech Technology Co.) 소유인 넥스페리아는 BMW에서 폭스바겐에 이르는 자동차 업체들에 전력 제어 칩을 공급한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9월, 윙텍 창업자이자 당시 넥스페리아 CEO였던 장쉐정(Zhang Xuezheng)이 유럽의 필수 칩 공급을 위협하면서까지 자신의 다른 사업을 위해 자산을 빼돌리려 한다는 징후를 포착하고 넥스페리아의 주요 결정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했다. 이에 중국 정부가 수출 제한으로 보복하며 유럽 전역의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윙텍 측은 이러한 의혹을 부인하며, 지난 10월 유럽 경영진의 청원으로 암스테르담 법원에 의해 직무가 정지된 장쉐정의 CEO 복귀를 요구해왔다.
'구조적 위험' 현실화…지정학에 뒤바뀐 공급망
최근 몇 주간 양국 정부의 협상으로 중국 당국이 넥스페리아 중국 공장의 일부 수출 재개를 촉진하는 등 진전이 있었으나, 회사 내부와 정부 간의 긴장은 여전하다. 넥스페리아 본사는 "이는 진전을 의미하지만, 공급망의 완전한 복원이 아닌 예외 조치를 통한 수출 제한 완화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적 긴장감도 팽팽하다. 중국 상무부는 14일 빈센트 카레만스 네덜란드 경제부 장관이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넥스페리아 통제권 확보에 대해 "다시 같은 상황이 와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고 무모한 발언"이라며 "극도로 실망스럽고 강력히 불만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덜란드 정부 대표단은 '상호 합의 가능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음 주 초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다.
무디스의 글로벌 공급망 부문을 총괄하는 삽나 암라니는 넥스페리아 사태에 대해 "조달 책임자들에게 이는 일시적인 혼란 그 이상"이라며 "지정학적 결정이 소싱(sourcing)의 경제학을 즉각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구조적 위험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독일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Infineon Technologies AG)의 요헨 하네벡 CEO 역시 "지정학적 무대에서 미국과 중국의 가치 사슬이 서서히 분리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넥스페리아는 현재 독일과 영국에 웨이퍼 생산 시설(Fab)을 두고 있으며, 이 웨이퍼는 중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지에서 테스트 및 조립을 거친 뒤 상당수가 다시 유럽으로 향한다. 본사 측은 공급 중단을 완화하기 위해 고객에게 웨이퍼를 직접 판매하고 배송하는 등 대안을 모색 중이며, 2026년에 걸쳐 다른 지역의 생산 능력을 단계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공급망 재편 요구는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핑크 CLEPA 회장은 반도체 외에도 희토류와 배터리 문제를 지적하며, 유럽의 '전기차 전용(EV-only)' 전략이 가진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중국이 유럽 배터리의 압도적 다수를 공급하는 현실이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계획을 재고하고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를 허용해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핑크 회장은 배터리, 칩, 희토류 등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부품을 조달하려는 의미 있는 공급망 재조정은 부품에 따라 3년에서 7년가량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중국산 배터리 셀과 정제 시설을 대체하는 것은 앞으로 수십 년간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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