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달러 규모 '디지털 동맹'…북대서양 안보지형 흔드는 '소프트웨어 파워'
단순 하청 넘어선 캐나다의 '시스템 수출'…한국형 CMS 전략, 원점서 재검토해야
단순 하청 넘어선 캐나다의 '시스템 수출'…한국형 CMS 전략, 원점서 재검토해야
이미지 확대보기독일 해군이 자국 수상함 전력에 캐나다 록히드마틴의 전투 관리 체계인 ‘CMS 330’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양국 간 방위 협력과 해군 간 상호운용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결정으로 평가 받는다.
최근 네덜란드의 해군·조선·해양 전문 온라인 매체인 네이벌투데이(Naval Today)는 정부 대 정부 방식으로 체결되는 이 계약은 총액이 1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캐나다와 독일 사이의 방위 조달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고 보도했다.
캐나다에서 개발되어 현재 캐나다 해군과 여러 해군에서 운용 중인 CMS 330은 함정에 탑재된 각종 센서와 무장, 통신체계를 통합해, 실시간 상황 인식과 지휘결심을 지원하는 체계다. 이 시스템은 개방형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복잡한 글로벌 안보 환경 속에서 변화하는 작전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록히드마틴 캐나다 로터리·미션 시스템 부문의 글렌 코플랜드 총괄은 “캐나다의 전문성을 신뢰해 준 독일 국방부에 감사드린다”며 “이번 이정표는 캐나다 기술의 글로벌 수출 잠재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수십 년에 걸친 캐나다의 혁신이 고객의 임무 수행 효과와 동맹 간 협력을 어떻게 향상시키는지를 입증한다”고 말했다.
록히드마틴 캐나다는 독일 방산 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며, 그 출발점으로 독일의 주계약사 헨솔트(Hensoldt)와 함께 CMS 330을 독일 해군 함정에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하게 된다.
캐나다 상업공사(CCC)의 바비 권(권봉준) 사장 겸 최고경영자도 “이 계약은 양국의 방위 파트너십을 강화할 뿐 아니라 캐나다에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이번 협정은 캐나다 방산 산업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안보 목표와 경제 성장을 결합하는 향후 협력 모델의 선례를 세운다”고 평가했다.
2024년 7월, 캐나다·독일·노르웨이는 북대서양 해양 안보 협력을 중심으로 한 3자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025년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덴마크가 이 파트너십에 새로 합류했다.
CMS 330은 어떤 시스템인가: '함정의 두뇌'를 수출하는 캐나다
우선 이 계약의 본질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CMS 330은 원래 캐나다 해군의 할리팩스급 프리깃함을 위해 개발된 전투관리체계로, 함정 위의 각종 레이더·소나·전자전 센서와 함포·미사일·CIWS 같은 무기, 위성·링크 기반 통신망을 하나의 통합 지휘 화면과 알고리즘으로 묶어주는 ‘함정의 두뇌(brain)’에 해당한다. 캐나다는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뉴질랜드 ANZAC급, 자국의 차세대 수상전투함(리버급 구축함)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왔고, CMS 330은 AEGIS(이지스)와 같은 초대형 시스템과 보다 단순한 CMS 사이의 중간 지점을 차지하는, 중견 해군에게 적합한 “가성비 높은 차세대 CMS”로 포지셔닝 되어 있다.
단순 장비 교체 이상의 의미: 독일 해군 디지털 관(管)의 캐나다화
독일이 이 시스템을 자국 수상함 전체에 도입하겠다는 것은 단순한 장비 교체가 아니라, 첫째로 독일 해군 전력의 디지털 ‘관(管)’을 캐나다산 소프트웨어·시스템으로 통일하겠다는 결정이며, 둘째로 캐나다와 독일이 북대서양, 북유럽, 북극 해역에서 고도의 상호운용성을 갖춘 해군 파트너가 되겠다는 신호다. 이미 F127 차세대 방공 프리깃 사업에서는 이지스 레이더·사격통제와 CMS 330 전술 인터페이스를 결합하는 구조가 거론되고 있는데, 이는 미국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캐나다를 매개로 ITAR(미국 수출통제)에 덜 묶이는 변형 이지스 모델을 선택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국제 질서 차원에서 보면 이 계약은 몇 가지 중요한 흐름을 드러낸다.
북대서양 해양 동맹의 재편: '디지털 연합함대'의 부상
무엇보다 첫 번째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대서양·북극에서 나토의 해양 억제력이 재구성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독일은 F127 프리깃으로 장거리 방공·탄도탄 방어·극초음속 미사일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캐나다와 노르웨이, 덴마크와 함께 북대서양 해상로와 GIUK 갭(그린란드-이이슬란드-영국 사이에 놓인 북대서양 해역의 핵심 해상·해저 통로로서 북극해와 러시아 북해 함대가 있는 바렌츠해-노르웨이해에서 대서양으로 진출하는 길목을 지유크 갭이라고 부르는 바, 북대서양 방어의 핵심 초크포인트임), 북극해 주변에서 러시아 해군과 잠수함 전력을 견제하는 임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여기에 동일한 CMS 330을 쓰게 되면, 레이더·소나 정보, 교전 데이터, 링크 정보가 동맹 간에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될 수 있고, 교육·정비·업그레이드도 묶어서 진행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디지털화된 연합함대”의 기반을 까는 작업에 가깝다.
북미 방산 생태계의 확장: 유럽 해군의 뇌까지 장악하다
두 번째로, 미국 단독이 아니라 북미 전반, 더 구체적으로는 “미국+캐나다”로 구성된 북미 방산 산업기반이 유럽 해군의 뇌와 신경망까지 장악해 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계약을 “캐나다 방산기술의 글로벌 도약”이라고 규정했지만, 시스템 공급사는 어디까지나 록히드마틴 캐나다이고, 캐나다산 CMS 330은 이미 이지스와 결합되는 구조로 진화 중이다. 다시 말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 방산 생태계가, 미국 본토의 레이더・미사일과 캐나다에서 개발한 CMS를 묶어 유럽의 수상함 시장을 구조적으로 장악해가는 그림이 보인다.
캐나다 모델이 보여주는 것: 중견국도 '전투체계 수출국'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로, 중견국 방산 기술이 단순 하청을 넘어 “전투체계와 소프트웨어”라는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캐나다는 전통적으로 미국산 플랫폼과 무기를 많이 도입해온 국가지만, CMS 330을 통해 해군 전투관리체계 분야만큼은 독자 개발–실전 운용–동맹국 수출이라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이는 한국처럼 방산 수출을 성장축으로 삼는 중견국에 매우 중요한 롤 모델이다.
한국에 주는 신호: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기회도 더 커진다
이제 한국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함의를 살펴보면, 우선 한국 해군과 한국 방산이 마주하는 경쟁·협력 환경이 더 복잡해진다. 지금 유럽 해군, 특히 나토 해군의 수상함 전투체계 시장에서는 미국의 이지스, 유럽의 다양한 CMS, 그리고 이제 캐나다의 CMS 330이라는 세 계열이 강하게 자리잡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독일이 “장기적으로 해군 수상함 전체에 CMS 330을 적용할 수 있다”고 신호를 보낸 만큼, 주변 나토 국가들, 특히 독일과 같이 움직이는 북유럽·발트해 국가들이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이 향후 유럽 시장에 구축함·프리깃함을 수출하려 할 때, 단순히 선체와 무장만이 아니라 “어떤 CMS와 연동하는지”, “나토 네트워크와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다.
동시에, 한국에게는 분명한 기회도 있다. 첫째, 캐나다가 보여준 것처럼, 중견 해군도 충분히 자체 CMS를 개발해 자국 함대의 디지털 뇌를 장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한국 해군 역시 이미 차기 구축함·KDDX·FFX 계열을 통해 국산 전투체계 비중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데, 이것을 단지 국내용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K-전투관리체계”를 해외 패키지 수출의 핵심으로 키워야 한다는 메시지다.
둘째, 한국은 북대서양이 아니라 인도·태평양에서 유사한 디지털 동맹 구조를 구상할 수 있다. CMS 330이 캐나다–독일–노르웨이–덴마크를 잇는 북대서양 해양 안보 네트워크의 공통 플랫폼이라면, 한국은 한·미·일·호주·동남아 일부 해군과 함께, 링크 16·링크 22, 공통 CMS 인터페이스, 미사일・센서 연동 규격을 공유하는 “태평양 디지털 해군 네트워크”를 설계할 수 있다. 그 중심에 한국형 CMS, 한국형 C4ISR, 한국형 함대 데이터링크가 들어갈 여지가 생긴다.
셋째, 캐나다와 독일이 정부 대 정부 계약, 그리고 캐나다 상업공사라는 공기업을 통해 방산 수출을 밀어붙이고 있는 방식은, 이미 폴란드·호주 등과의 한국 방산 계약에서 쓰였던 G2G 모델과 매우 유사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은 “민간·상업 계약”보다는 “정부 간 계약+정치적 보증+장기 협력 프레임”을 선호하고 있다. 한국이 앞으로 유럽 해군이나 중견 해군에게 KDDX, 장보고-III, 차기 호위함 등을 수출하려면, 캐나다식 G2G+국가 무역공사 모델을 더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해야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나토 해군과의 상호운용성을 기술·소프트웨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미 한국 해군은 링크 16과 일부 나토 표준을 운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나토 해군과 합동훈련을 할 때 한국 함정의 전투체계가 CMS 330, 이지스, 유럽형 CMS와 얼마나 매끄럽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이를 위해 함대 지휘체계, 전술데이터링크, 센서·무기 인터페이스를 국제표준에 맞춰 개방형 구조로 설계하고, 나토–AP4 훈련에서 실제 연동 실험을 자주 수행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이 “나토 외부의 고립된 해군”이 아니라 “동맹 해군 네트워크에 쉽게 편입될 수 있는 해군”이라는 신뢰를 주는 기반이 된다.
한국형 CMS와 'K-해군 패키지' 전략의 필요성
중기적으로는, 캐나다의 CMS 330처럼 한국도 “국산 전투관리체계의 브랜드화”에 나서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형 구축함·프리깃·수상함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CMS를 명확한 이름과 스토리로 정리하고, 이 체계가 어떤 센서·무기와 연동되고 어떤 데이터 표준을 쓰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변화한 위협(극초음속 미사일, 무인 해상·공중 위협, 잠수함·기뢰 위협)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 CMS 자체를 하나의 수출 상품으로 만들어, 함정과 무기, 훈련과 유지·정비를 묶은 “K-해군 패키지”의 핵심으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캐나다가 CMS 330을 앞세워 독일·노르웨이·뉴질랜드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처럼, 한국도 동남아·중동·남미의 중견 해군을 상대로 “한국형 CMS+함정+무장 패키지”를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인도·태평양판 '디지털 해군 네트워크': 한국이 설계자가 될 수 있는가
장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대서양 해양 재편이 가져오는 “해양 냉전 구조” 속에서 한국이 단순한 수요국을 넘어 공급국·네트워크 설계자로 위치를 잡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북대서양–북극에서는 캐나다–독일–노르웨이–덴마크를 축으로 CMS 330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지중해·대서양 남부에서는 이지스・유럽형 CMS가 결합된 구조가 강화될 것이다. 인도·태평양에서는 미국·일본이 이지스와 각국 CMS를 묶어 CEC(센서 네트워크)를 확대하려 한다. 한국은 여기서 “동북아와 동남아를 잇는 디지털 해양 허브”로서, 해양 감시, 해상교통로 보호, 잠수함 탐지, 해저케이블·에너지 인프라 보호 같은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해군뿐 아니라 해양경찰, 민간 해운·통신·에너지 기업까지 포괄하는 “국가 해양정보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 일부를 동맹국과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독일의 선택에서 읽어야 할 한국의 10~20년 해군·방산 로드맵
정리하면, 독일 해군의 CMS 330 도입은 작은 뉴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북대서양 해양 동맹이 소프트웨어·전투체계 차원에서 결속을 강화하고, 캐나다로 대표되는 북미 방산 생태계가 유럽 수상함의 두뇌까지 장악해 들어가는 과정의 한 조각이다. 캐나다는 이 과정에서 중견국이 전투관리체계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을 쥐고 글로벌 방산 플레이어로 도약하는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이 흐름을 방관할 이유가 없다. 국산 CMS와 C4ISR 체계를 브랜드화하고, 나토·AP4와의 상호운용성을 극대화하며, 인도·태평양에서 “디지털 해군 네트워크 설계자”로서의 위상을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 10~20년을 내다본 한국 해군·방산 전략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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