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구조적 갈등 심화, 전문가 "전화 통화로는 해결 불가" 경고
이미지 확대보기트럼프는 지난달 2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방금 시 주석과 매우 좋은 전화 통화를 했다. 중국과의 관계가 극도로 강력하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이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펜타닐, 농산물 등을 논의했다.
중국 관영매체 CGTN은 통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대만의 "중국 복귀는 전후 국제질서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해 양국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시 주석은 지난 10월 30일 한국 부산에서 트럼프와 만난 뒤 양국 관계가 "안정되고 긍정적인 궤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중국해, 미-중 충돌 최전선
시 주석의 안정 발언과 달리 중국의 행동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필리핀 해군은 지난달 25일 서필리핀해(남중국해) 분쟁 지역에 지난달 24일 기준 최소 30척의 중국 선박이 집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 지역 안정을 위협하고 미국 이익에 직접 도전하는 행위다. 중국은 9월 스카버러 숄(중국명 황옌다오)에 국가급 자연보호구역을 지정한다고 발표하며 이 지역 장악 의도를 더욱 노골화했다. 스카버러 숄은 필리핀과 중국이 영유권을 다투는 암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0월 29일 도쿄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인도태평양에서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과 "공격적 군사행동"을 펼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만 국가정책연구원 왕훙젠 상임이사는 "트럼프-시 주석 통화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베이징의 인공섬 건설과 마닐라와 충돌은 이 지역에서 작전 중인 미군에게 즉각적 위험을 준다"고 지적했다.
왕 이사는 "오바마와 바이든 행정부를 거쳐 트럼프 1기와 2기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중국 경계는 늘 존재했다"며 "중국의 국방비 증가나 남중국해 행동 모두 미국에 구체적 도전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대만 주권 놓고 근본 인식차
"미국 관점에서 베이징 주장은 중국의 일방적 해석에 불과하지만, 워싱턴은 대만 문제를 베이징의 일방적 관점과 다르게 해석한다"고 왕 이사는 설명했다.
대만 국립중정대 차이중샹 교수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뒤 중국의 군사훈련이 계속돼 베이징이 침공을 위해 군사적 강압을 사용하려는 의도를 보인다"며 "트럼프가 중국의 일방적 서사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통화나 협상으로 대만 주권에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중립' 가면 벗겨져
중국 발표문에 따르면 양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도 논의했으며, 시 주석은 "조속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며 구속력 있는 평화협정"을 촉구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와 화약을 공급하고 있다고 거듭 비난했으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이 같은 우려를 공유했다.
차이 교수는 "중국이 늘 중립적으로 보이려 하지만, 러시아에 전장 관련 장비와 물자를 계속 공급하고 에너지 수입을 늘린다"며 "이 중립성은 겉치레에 불과하고 베이징의 지속 지원은 이미 서방 정부 분노를 샀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뒤 러시아의 주요 석유 구매국이 됐으며, 모스크바는 현재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에서 더욱 긴밀한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왕 이사도 "트럼프의 공개 발언은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는 믿음을 분명히 했고, 베이징의 공허한 평화 요구는 워싱턴에 중국 지원을 기대할 이유를 거의 주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희토류 무기화, 단기 전술일 뿐
농업 분야에서 트럼프는 양측이 미국 농민을 위한 "좋고 매우 중요한" 거래를 했다고 밝혔다. 베선트는 지난달 25일 중국의 대두 구매가 "일정대로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10월 보고서에서 대두나 희토류 수출 통제를 둘러싼 성공적 거래조차 "이 경쟁의 구조적 기반을 강화하는 토대를 거의 제공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일시적 합의가 양국 근본 경쟁 구도를 바꾸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베이징의 경제 지렛대 도구는 특정 대응책이 아니라 "더 광범위한 강압 연습"으로 봐야 한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0월 분석에서 중국이 20개 전략 광물 가운데 19개에서 정제 부문 선두업체이며 평균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 분야에서 중국 비중은 20년 전 50%에서 현재 94%로 급증했다.
중국은 지난 10월 9일 희토류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한다고 발표했다가, 10월 30일 부산 회동 뒤 지난달 7일 1년간 유예를 선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전술적 양보일 뿐 공급망을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전략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왕 이사는 "네덜란드 정부가 국가안보 우려로 중국 소유 칩 제조업체 넥스페리아 통제를 동결하자 중국은 즉각 보복으로 넥스페리아 완제품 칩 수출을 차단했다"며 "이는 베이징의 현재 접근법이 전술적으로 남아있고 공급망을 지렛대로 전환하려는 전략이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왕 이사는 많은 나라가 한때 경제 통합을 통해 중국이 정치적으로 유화될 것이라는 데 베팅했지만, 베이징의 권위주의 체제 앞에서 그 도박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은 현재 이런 위험 감소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것이 미국이 호주, 일본과 희토류 협정을 체결해 향후 1~2년 안에 중국 의존도를 급격히 낮추려는 이유"라고 말했다.
차이 교수도 베이징의 공급망 조작은 단기적으로만 효과적이며 워싱턴이 대체 공급원을 확보하면 가치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중국 경제 관계 및 관세 접근법에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 베이징이 무역 이익을 군사력으로 전환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따라서 워싱턴과 베이징의 강대국 경쟁은 몇 차례 전화 통화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