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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메타, '기억하는 AI' 리미트리스 품었다…레이밴에 '제2의 뇌'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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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메타, '기억하는 AI' 리미트리스 품었다…레이밴에 '제2의 뇌' 이식

모든 대화 녹음해 요약하는 '비서' 기술 확보…구글·아마존과 '입는 AI' 정면 승부
젠슨 황도 주목한 '나만의 AI'…저커버그 "스마트 안경, 하드웨어 넘어 지능 플랫폼으로 진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9월 17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본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 2025' 행사에서 신형 스마트 안경인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를 착용한 채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9월 17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본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 2025' 행사에서 신형 스마트 안경인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를 착용한 채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Meta)가 인공지능(AI) 웨어러블 기기 스타트업인 '리미트리스(Limitless)'를 전격 인수했다. 스마트 안경 시장에서 '레이밴 메타'로 재미를 본 마크 저커버그 CEO가 이번 인수를 통해 하드웨어와 AI 비서 기능을 결합한 '웨어러블 AI(AI Wearable)' 생태계 확장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아마존이 지난 7월 경쟁사인 '비(Bee)'를 인수한 데 이어 메타까지 참전하며, 빅테크 기업들의 '이용자 일상 점유' 전쟁이 손목과 옷깃 위에서 불붙고 있다.

5일(현지 시각)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메타와 리미트리스 양사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인수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메타가 리미트리스의 핵심 기술인 '맥락 인식'과 '대화 요약' 기능을 자사 스마트 안경과 차세대 디바이스에 이식하기 위해 과감한 베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2의 뇌' 꿈꾼 리미트리스…메타의 '눈'과 만난다


리미트리스는 댄 시로커(Dan Siroker) CEO가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이전 사명인 '리와인드(Rewind) AI' 시절부터 실리콘밸리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이들이 개발한 '리미트리스 펜던트'는 옷깃이나 목걸이 형태로 착용해 사용자의 모든 대화를 녹음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핵심 내용을 요약해주는 기기다. "누가 언제 무슨 말을 했는지"를 완벽하게 기억해주는 이른바 '개인용 기억 보조 장치'다.

메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리미트리스가 메타에 합류해 AI 기반 웨어러블 기기 구축 작업을 가속화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댄 시로커 리미트리스 CEO 역시 블로그를 통해 "메타가 최근 발표한 '모두를 위한 개인용 초지능(Personal Superintelligence)' 비전은 우리가 추구해온 목표와 정확히 일치한다"며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가 메타의 하드웨어 전략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평가한다. 현재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레이밴 메타' 스마트 안경은 사진 촬영과 음악 청취에는 강점이 있지만, 복잡한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기능은 부족했다. 리미트리스의 소프트웨어 역량이 결합될 경우, 사용자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검색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AI 비서'가 탄생할 수 있다.

아마존·구글과 '초소형 AI' 삼파전…韓 기업은 어디에


이번 인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스마트폰 이후의 폼팩터(기기 형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땅따먹기'를 벌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앞서 아마존은 지난 7월, 손목에 착용하는 AI 기기 제조사 '비(Bee)'를 인수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구글 역시 차기 픽셀폰과 워치에 강력한 AI 모델 '제미나이'를 심으며 추격 중이다.

시장은 이제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AI'를 넘어, 사용자의 일상을 24시간 함께하며 맥락을 파악하는 '올웨이즈 온(Always-on) AI'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조차 과거 리와인드 AI(리미트리스의 전신)에 대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건드린 혁신"이라며 주목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 격전 속에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갤럭시 링' 등으로 헬스케어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대화 맥락 분석과 같은 고도화된 AI 에이전트 기능에서는 빅테크들의 공격적인 M&A 행보에 비해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우려다. 메타와 아마존이 스타트업 기술을 흡수해 '웨어러블 AI'의 두뇌를 강화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이 하드웨어 스펙 경쟁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다음 단계는 '프라이버시'…기술적 통합이 관건


물론 과제도 남아있다. 사용자의 모든 대화와 일상을 녹음한다는 특성상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은 피할 수 없는 난관이다. 메타 역시 이를 의식한 듯, 리미트리스의 기존 '프라이버시 보호(대화 상대방 동의 없는 녹음 방지 등)' 기술을 어떻게 자사 플랫폼에 녹여낼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이번 인수로 스마트 안경 시장의 '하드웨어'와 리미트리스의 '소프트웨어(기억·요약)'라는 강력한 두 축을 모두 확보하게 됐다.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꿈이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넘어, 일상 속 안경과 펜던트로 구체화되고 있다. 세계의 눈과 귀를 장악하려는 빅테크들의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오늘의 원 포인트] 댄 시로커(Dan Siroker)


구글 프로덕트 매니저 출신으로, 웹사이트 최적화 도구 '옵티마이즈리(Optimizely)'를 창업해 성공시킨 연쇄 창업가. 청력 상실 위기를 겪은 뒤 보청기의 도움으로 '듣는 능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인간의 기억력을 보조하는 AI 서비스 '리와인드(현 리미트리스)'를 개발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