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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채권 수익률, 16년 만에 최고치…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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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채권 수익률, 16년 만에 최고치…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신호탄

30년물 美 국채 수익률 뛰고 독일·일본도 동반 상승…재정 확대와 인플레 우려가 시장 흔들어
미국 워싱턴 D.C. 연방준비제도 건물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 D.C. 연방준비제도 건물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채권 수익률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회의를 앞두고 10일(현지시각) 거래에서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돼 온 금리 인하 사이클이 곧 종료될 수 있다는 시각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장기국채 지수 수익률은 이날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레이더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사실상 확신하는 분위기다. 또한 일본은행(BOJ)의 이달 금리 인상과 호주 중앙은행(RBA)의 내년 두 차례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준이 이날 3회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날 연준 회의를 앞두고 미국 국채 기준물인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8월 이후 최고치인 4.2%대로 상승했다. 이는 미국의 누적된 부채 규모와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후임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차기 연준 의장 유력 후보로 부상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저금리 선호 기조를 지지하는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투자자들은 차기 연준 의장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로 미국 국채 금리에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하고 있다.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차입 수요도 채권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3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통화정책·인플레이션·재정 규율에 대한 우호적이지 않은 전망이 부각되면서 수개월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연준이 주시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9월에 2.8%로 올라 연준의 목표치보다 거의 1%포인트 높았다.

PGIM 픽스드인컴의 로버트 팁 최고 투자전략가이자 글로벌 채권 책임자는 “여러 선진국 시장에서 ‘실망스러운 거래(disappointment trade)’가 전개되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곧 종료될 수 있는 중앙은행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연준의 완화 사이클이 끝날 가능성이 보이면서 미국 장기 금리가 도전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장기 금리 상승에 대해 “지난해 경기부양을 위해 도입돼 글로벌 증시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채권 가격을 밀어 올렸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조만간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채권 투자자들은 글로벌 성장 전망을 재평가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과 전 세계적으로 치솟는 정부 부채 속에 인플레이션 위험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일본과 독일의 국채 수익률 역시 수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고, 특히 장기물 국채는 더 많은 국채 발행 전망으로 더 큰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독일 연방의회는 다음 주 사상 최대 규모인 520억 유로(약 610억 달러)의 국방 지출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일본 역시 팬데믹 규제 완화 이후 최대 규모의 지출 확대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펜달 그룹의 에이미 시에 패트릭은 “이번 국채 수익률 (상승) 움직임은 내년에 세계 각국이 더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커진데 따라 더 강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를 선반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