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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텍사스주, 일본 소니·중국 하이센스·TCL 등 스마트TV 5개사 제소…“TV가 화면 촬영해 중국 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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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텍사스주, 일본 소니·중국 하이센스·TCL 등 스마트TV 5개사 제소…“TV가 화면 촬영해 중국 전송”

무단 감시 소송, 0.5초마다 스크린샷 수집 주장
시청 데이터 광고·외국 정부 활용 우려까지 제기…미국 가정 4분의 3 영향 가능성
스마트 TV가 거실 안의 사생활을 사진으로 찍어 제조사 서버와 해외로 전송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이 제기되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마트 TV가 거실 안의 사생활을 사진으로 찍어 제조사 서버와 해외로 전송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이 제기되었다. 사진=로이터
우리가 매일 시청하는 스마트 TV가 거실 안의 사생활을 사진으로 찍어 제조사 서버와 해외로 전송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이 제기되었다.

미국 텍사스주 법무장관실은 글로벌 TV 시장을 주도하는 5개 주요 기업을 상대로 소비자 프라이버시 침해 및 무단 감시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18일(현지시각) 코드 커팅 뉴스가 보도했다.

◇ 초당 두 번씩 화면 캡처… "HDMI 연결 기기까지 모두 추적"


텍사스주 팩스턴 법무장관이 주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소송 대상은 일본의 소니, 그리고 중국의 하이센스와 TCL이다. 이들은 미국 스마트 TV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핵심 기업들이다.

논란의 핵심은 스마트 TV에 내장된 '자동 콘텐츠 인식(ACR)' 기술이다. 소송 자료에 따르면, 이 기술은 TV 화면의 스크린샷을 최대 500밀리초(0.5초)마다 캡처한다. 사실상 실시간으로 모든 시청 내용을 녹화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일반 방송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심지어 게임 콘솔이나 노트북을 HDMI 포트로 연결해 사용하는 내용까지 모두 추적하여 제조사 서버로 전송한다.

◇ 수집된 데이터는 광고주에게 판매… "정치·종교적 신념까지 프로파일링"


수집된 데이터는 단순한 시청 습관 확인을 넘어 상세한 '소비자 프로파일'을 생성하는 데 사용된다. 시청 패턴을 분석하면 사용자의 정치적 신념, 종교, 인종, 성별 등을 추론할 수 있다.

팩스턴 장관은 "텍사스 주민들이 텔레비전을 구매했다고 해서 자신의 개인정보를 빅테크나 외국 적대자에게 넘겨야 할 이유는 없다"며, 이러한 행위가 침해적이고 기만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텍사스 당국은 하이센스와 TCL 등 중국계 기업에 대해 더욱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의 국가보안법에 따라 기업이 수집한 데이터가 중국 공산당의 요청으로 유출될 수 있으며, 이것이 단순 광고를 넘어 핵심 인프라 노동자나 공직자를 겨냥한 첩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동의 과정은 요식행위… 복잡한 메뉴 속에 숨겨진 감시 기능"


법무장관실은 소비자들이 이러한 데이터 수집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동의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초기 설정 시 ACR 기능 활성화는 간소한 절차로 유도되지만, 이를 비활성화하려면 복잡한 메뉴 속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또한, 방대한 분량의 법률 용어 속에 개인정보 수집 내용을 숨겨둔 것은 '텍사스 기만적 무역 관행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과거 2017년 비지오(Vizio)가 유사한 혐의로 220만 달러의 합의금을 낸 전례가 있지만, 이번 소송은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인 메이저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가구의 약 4분의 3이 ACR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TV를 소유하고 있어,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글로벌 가전 업계의 데이터 수집 관행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제조사들은 진행 중인 법적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