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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출통제 법안 통과…삼성·LG 핵심소재 對中 의존도 최고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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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출통제 법안 통과…삼성·LG 핵심소재 對中 의존도 최고 100%

2026년 3월 대외무역법 시행…반도체·배터리 전략물자 '무기화' 우려
흑연 98%·인산 100%·갈륨 73% 중국 수입…생산 차질 불가피
중국인민은행(中國人民銀行, People's Bank of China) 본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인민은행(中國人民銀行, People's Bank of China) 본점. 사진=로이터
중국이 전략 광물은 물론 일반 소비재까지 수출을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7(현지시각)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대외무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202631일 시행되는 이번 개정법은 19조 달러(27400조 원) 규모 중국 시장을 방어하면서, 글로벌 무역 분쟁 때 공급망을 무기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략물자 통제와 시장개방 투트랙 전략


개정법은 대외무역이 '국가 경제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무역 강국 건설'을 목표로 한다는 조항을 새로 넣었다. 이는 자국에 제재를 가하는 나라를 상대로 핵심 광물은 물론 일반 소비재까지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중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염두에 두고 디지털·그린 무역과 지식재산권 보호 규정을 강화했다. 한 서방 외교관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민간 기업 선적을 중단시킬 때 생길 수 있는 법적 분쟁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이 미국 주도 경제 블록에 맞서 우군을 확보하면서도, 필요할 때 공급망 차단 카드를 꺼낼 수 있는 이중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韓 반도체·배터리 핵심소재 對中 의존도 심각


이번 법 개정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첨단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특히 수입 비중이 90%를 웃도는 핵심 소재들이 무기화될 경우 국내 제조업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와 포스코홀딩스 등 소재 기업들이 위기에 놓였다. 음극재 필수 원료인 천연·인조 흑연은 중국 의존도가 97~98%에 이른다. 양극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82%)과 전구체(96%) 역시 중국 수출 통제 때 즉각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예외가 아니다.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갈륨(73%)과 반도체 세정 공정 필수 소재인 디스플레이용 인산(100%) 등 대체 불가능한 소재들이 중국 통제 목록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합금 제조에 필요한 텅스텐(77%)과 망간 등 원료 수입 경로가 막히거나 가격이 치솟을 경우 원가 경쟁력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증시 변동성 확대와 소비자물가 상승 압박


중국 대외무역법 시행은 국내 자본시장과 서민 경제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출 통제 조치가 발표될 때마다 이차전지와 정보기술(IT) 부문을 중심으로 '공급망 쇼크' 장세가 잦아지면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과거 요소수 사태처럼 산업용 기초 화학제품이나 농산물 원자재 수출이 막힐 경우, 물류비 상승과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국내 소비자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중국이 개정법을 근거로 내놓을 뒤따르는 시행령과 '부정 목록(Negative List)' 구체 내용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민관 협력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