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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가 부른 ‘도미노 보호무역’… 중국산 밀어내기에 전 세계 빗장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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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가 부른 ‘도미노 보호무역’… 중국산 밀어내기에 전 세계 빗장 건다

美 막히자 유럽·동남아로 저가 공세… 멕시코 내달 관세 50% 인상 예고
中 무역 흑자 사상 첫 1조 달러 돌파… 보조금 기반 ‘과잉 생산’이 불균형 주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중국의 과잉생산이 세계 무역을 왜곡시키고 있으며, 이는 다른 국가들이 중국 수출에 부담금을 부과하게 만들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중국의 과잉생산이 세계 무역을 왜곡시키고 있으며, 이는 다른 국가들이 중국 수출에 부담금을 부과하게 만들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과 중국의 고질적인 과잉 생산이 맞물리면서 세계 무역 질서가 급격한 왜곡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시장 진입이 막힌 중국산 저가 제품이 유럽과 동남아시아로 헐값에 쏟아지자, 위협을 느낀 각국이 앞다퉈 관세 장벽을 세우는 '도미노 보호무역'이 확산되는 양상이라고 28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 “중국산 밀어내기 못 참아”… 전 세계로 번지는 ‘관세 전쟁’


미국 시장에서 퇴출된 중국 제품들이 제3국 시장을 잠식하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예측대로 전 세계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트럼프식 전략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멕시코는 2026년 1월부터 중국산 제품을 포함한 약 1400개 품목에 대해 최대 50%의 관세를 인상할 계획이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의 대응이 없을 경우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으며, 베트남은 이미 지난 7월부터 중국산 철강에 관세를 부과했다.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들도 관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올해 1~11월 중국의 대미 수출은 19% 감소했으나, 유럽연합(EU)과 아세안(ASEAN) 수출은 각각 8%, 14% 증가하며 물량 밀어내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 GDP 5% 달하는 보조금… ‘가격 폭락’ 앞세운 시장 지배


중국이 무역 장벽 속에서도 사상 첫 연간 흑자 1조 달러 돌파를 앞둔 비결은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저가 공세에 있다.

중국의 산업 보조금은 GDP의 5%에 달하며, 이는 미국이나 일본의 10배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산 수출 가격은 최근 2년 사이 17%나 하락했다.
중국의 전기차(EV) 등 신에너지차 생산 능력은 3600만 대로 국내 수요의 두 배다. 중국은 전 세계 제조업의 30%를 차지하지만, 정작 자국 내 소비량은 세계 생산의 13%에 불과해 남는 물량을 해외로 밀어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17%에 달하는 청년 실업률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수익성이 낮더라도 고용 유지를 위한 대량 수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 우회 수출로 무색해진 ‘미국 우선주의’… 커지는 시스템 리스크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지 못했다. 미국의 상품 무역 적자는 5년 연속 1조 달러를 넘길 전망이다.

대중국 적자는 줄었으나 멕시코(17%↑), 베트남(46%↑)과의 적자가 폭증했다. 중국산 부품이 이들 국가를 거쳐 '라벨'만 바꾼 채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 불균형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막대한 소비에 있다. 미국은 세계 제조업의 15%를 점유하지만 소비 비중은 30%에 달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은 이 지출을 더 부추겨 '쌍둥이 적자'를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외 부채는 29조 달러까지 치솟아 달러 가치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8년 리먼 쇼크의 원인이 국제수지 왜곡이었음을 상기시키며, 현재의 불균형이 방치될 경우 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각국이 포퓰리즘에 기대어 세계화를 외면한다면,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을 협력의 기회는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