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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2nm 파운드리, AMD·구글 AI칩 생산 협상…TSMC 견제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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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2nm 파운드리, AMD·구글 AI칩 생산 협상…TSMC 견제 본격화

텍사스 공장서 TPU·인스팅트 가속기 제조 논의…170억 달러 투자 결실 기대
대만 수출 규제에 공급망 다변화 나선 빅테크, 한국 반도체 반격 신호탄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AMD와 구글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양측이 삼성전자의 2나노미터(㎚) 공정을 활용해 구글 텐서처리장치(TPU)와 AMD 인스팅트 가속기 제조를 논의하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AMD와 구글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양측이 삼성전자의 2나노미터(㎚) 공정을 활용해 구글 텐서처리장치(TPU)와 AMD 인스팅트 가속기 제조를 논의하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AMD와 구글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웹프로뉴스는 지난 27(현지시각) 양측이 삼성전자의 2나노미터() 공정을 활용해 구글 텐서처리장치(TPU)AMD 인스팅트 가속기 제조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 수출 제한이 삼성에 기회로


이번 협상은 대만 TSMC의 기술 수출 제한 정책이 촉발했다. TSMC는 최근 대만 외 지역에서 2㎚ 이하 초미세 공정 기술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N-2 규칙'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AMD와 구글은 공급망을 다변화할 대안을 물색해왔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 170억 달러(245600억 원)를 투자해 2026년부터 2㎚ 칩 양산에 나선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과학법(CHIPS Act)에 따라 이 프로젝트에 최대 64억 달러(92400억 원)를 지원한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삼성 테일러 공장의 3㎚급 장비가 TSMC 미국 공장보다 앞선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회생의 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TSMC에 밀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10% 초반에 머물렀다. CNN비즈니스는 지난해 7월 삼성전자가 AI 칩 경쟁에서 뒤처지며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AMD와 구글 같은 대형 고객을 확보하면 시장 점유율을 2020년대 말까지 20%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GAA 기술로 전력 효율 25% 개선


삼성전자의 2㎚ 공정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를 적용한다. 현재 3㎚와 5㎚ 공정에서 쓰이는 핀펫(FinFET) 구조를 뛰어넘는 기술로, 전력 효율을 최대 25% 개선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에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AI 칩에 필수적인 특성이다.

구글은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검색 알고리즘부터 생성형 AI 모델 제미니까지 TPU로 처리한다. 텍사스 생산을 통해 공급망 지연을 줄이고 미국의 데이터 주권 요구사항도 충족할 수 있다. AMD 역시 인스팅트 제품군으로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추격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협력으로 설계 개선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는 역사적으로 초미세 공정에서 수율 최적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불량률이 높으면 생산 비용이 증가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엑스의 한 기술 분석가는 "삼성전자가 고객사와 부품 구매 등 상호 거래 관계에 의존해왔다"AMD·구글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렌드쇼어링 가속화 반영


이번 협상은 기술 공급망을 동맹국으로 옮기는 '프렌드쇼어링' 흐름을 반영한다. 미국은 중국으로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제한하면서 자국과 우방국 생산을 늘리고 있다.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대규모 생산 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이 전략에 부합한다.

시장 조사 기관들은 AI 반도체 시장이 2030년까지 1000억 달러(144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엣지 디바이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테슬라와 165억 달러(238400억 원) 규모의 다년간 AI 반도체 공급 계약을 맺었다.

텍사스주 그레그 애벗 주지사는 삼성전자의 투자를 환영하며 텍사스를 반도체 투자 최적지로 홍보해왔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을 포함해 텍사스에 총 400억 달러(578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64억 달러 지원 합의는 양당의 지지를 받았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협상이 성사되면 TSMC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엔비디아도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텍사스 공장의 가격 경쟁력과 성능이 입증되면 파운드리 업계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AMD는 이미 모바일 그래픽과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해온 만큼, AI 칩 생산도 자연스러운 확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