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점유율 72% '초격차', 삼성전자 '턴키' 승부수…'나노' 가고 '10분의 1 나노(A)' 온다
물리적 미세화 한계, 패키징·메모리 융합 기술로 돌파… 2029년 '특이점' 예고
물리적 미세화 한계, 패키징·메모리 융합 기술로 돌파… 2029년 '특이점' 예고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와 트렌드포스, 디지타임스 등 주요 외신과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은 단순한 회로 선폭 경쟁을 넘어 로직과 메모리, 패키징을 하나로 통합하는 '파운드리 2.0' 체제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연산 능력 수요 폭증이 기존 반도체 아키텍처의 혁신을 강제하면서, TSMC와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은 1.4나노(14옹스트롬) 공정 선점을 위해 사활을 건 경쟁에 돌입했다.
'승자 독식' 굳어진 시장… TSMC, AI 시대 '인프라' 등극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 성장해 848억 달러(약 122조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성장의 과실은 철저하게 편중됐다. 선단 공정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격차가 극도로 벌어지는 '구조적 양극화'가 심화했다.
대만 TSMC는 단순한 시장 1위를 넘어 AI 시대의 필수 기반 시설로 자리 잡았다. 시장조사기관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TSMC의 순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2%에 이른다. 매출은 331억 달러(약 47조 8900억 원)로 전년 대비 41% 급증했다.
주목할 지표는 59.5%라는 압도적인 매출총이익률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콘퍼런스에서 "TSMC의 수율 안정성과 패키징 능력은 대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TSMC는 이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올해에만 400억 달러(약 57조 8800억 원) 이상을 설비 투자에 쏟아붓는다. '버는 만큼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후발 주자들이 넘볼 수 없는 진입 장벽을 구축한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점유율 9~10%대로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선단 공정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2나노(SF2) 공정 수율이 60%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분석한다. 인텔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파운드리 사업부에서만 분기 23억 달러의 영업 손실을 냈고, 야심 차게 추진 중인 1.8나노급(18A) 공정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1.4나노 기술 전쟁… '실용' TSMC vs '융합' 삼성 vs '강공' 인텔
2026년부터 본격화하는 1.4나노 경쟁은 단순한 선폭 미세화를 넘어 트랜지스터 구조(GAA), 전력 공급(BSPDN), 노광 장비(High-NA EUV)라는 '3대 기술 난제'를 푸는 복합 방정식이다.
TSMC는 '정교한 실용주의'를 택했다. 2028년 양산할 1.4나노(A14) 공정은 2나노 대비 속도는 15% 높이고 전력 소모는 30% 줄이되, 초기에는 고비용인 High-NA EUV 장비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후면 전력 공급 기술인 '슈퍼 파워 레일(SPR)'을 2026년 A16 공정에 먼저 적용하고, A14에는 2029년에 도입하는 등 고객 수요에 맞춰 기술 적용 시점을 이원화하는 전략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한다.
반면 인텔은 업계 최초로 High-NA EUV를 1.4나노급(14A)에 도입해 밀도 우위를 노리는 '강공'을 펼친다. 그러나 댄 허치슨 테크인사이트 부회장은 "대당 5000억 원에 달하는 장비 비용 탓에 충분한 외부 고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인텔의 공정 경제성은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4나노가 바꿀 산업 지도… '콜드 AI'부터 '바퀴 달린 서버'까지
1.4나노 공정 도입은 산업별로 서로 다른 '기술적 특이점'을 제공한다. AI 분야에서 1.4나노는 비용 절감의 핵심이다. 전력 소모를 30% 줄여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TCO)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웨이퍼 한 장을 거대한 프로세서로 만드는 'System-on-Wafer(SoW)' 기술을 통해 초거대 AI 연산의 효율을 극대화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발열을 억제하는 '콜드 AI(Cold AI)'를 구현해 클라우드 연결 없이도 장시간 고성능 AI 비서를 구동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완성한다. 특히 자율주행 분야의 변화가 주목된다. 1.4나노의 핵심인 GAA 구조는 기존 공정보다 방사선에 의한 오작동(소프트 에러) 내성이 뛰어나다. 이는 안전이 절대적인 레벨 5 완전 자율주행차, 즉 '바퀴 달린 서버'의 신뢰성 문제를 해결할 결정적인 열쇠가 될 전망이다.
파운드리 2.0의 핵심, '메모리 장벽'을 넘어라
옹스트롬 시대의 도래는 '메모리 반도체'의 위상도 바꿔놓았다. 연산 속도가 아무리 빨라져도 데이터를 나르는 속도가 느리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메모리 장벽'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맞춤형 HBM이다. 2026년 양산하는 HBM4부터는 메모리 가장 아래층에 있는 베이스 다이(Base Die)를 메모리 공정이 아닌 파운드리 초미세 공정으로 만든다. 메모리에 연산 기능을 심어 '지능형 메모리'로 진화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칩과 칩을 전선 없이 바로 이어 붙이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필수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제 파운드리는 단순한 제조소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칩(Chiplet)을 레고 블록처럼 조립해 최적의 시스템을 만드는 '실리콘 조립소'로 변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9년의 미래… '실리콘 방패'와 안보 전쟁
전문가들은 1.4나노 공정이 단순히 IT 기기의 성능 향상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자산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1.4나노 칩은 레벨 5 완전 자율주행차와 국방용 AI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한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고 있지만, 최첨단 A14 공정의 연구개발(R&D)과 초기 양산은 여전히 대만 본토에서 이뤄진다. 이는 대만의 지정학적 가치를 높이는 '실리콘 방패'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 유럽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뿌리며 '실리콘 주권' 확보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2029년이 되면 첨단 패키징과 옹스트롬 공정이 결합해 현재보다 100배 이상의 연산 밀도를 구현할 것"이라며 "여기서 승리하는 기업이 AI 시대의 패권을 쥐게 된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산업은 이제 속도 경쟁을 넘어 '시스템 통합 경쟁'으로 접어들었다. 2026년은 그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되는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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