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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20조 원 사기범 체포…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자금세탁 단속'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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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20조 원 사기범 체포…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자금세탁 단속' 강화

캄보디아서 체포된 프린스그룹 첸즈 회장, 중국 송환
150억 달러 암호화폐 압류에 국내 시장 가격 변동성 우려
트래블룰 100만 원 이하 확대, 동남아 진출 금융사 리스크 점검 시급
캄보디아와 중국 당국이 합동 작전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사기조직을 이끈 첸즈(Chen Zhi·38)를 체포해 중국으로 송환했다. 첸즈의 사진=페이스북 이미지 확대보기
캄보디아와 중국 당국이 합동 작전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사기조직을 이끈 첸즈(Chen Zhi·38)를 체포해 중국으로 송환했다. 첸즈의 사진=페이스북
캄보디아와 중국 당국이 합동 작전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사기조직을 이끈 첸즈(Chen Zhi·38)를 체포해 중국으로 송환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1015일 첸즈에 대한 기소장을 공개하며 사기 혐의로 기소했고,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150억 달러(21740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 127271개를 압류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정보부는 지난 6일 첸즈를 공범 2명과 함께 체포해 중국 당국에 인도했다고 7(현지시각) 확인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 암호화폐 압류…국내 시장 하방 압력 예고


첸즈는 캄보디아에 본사를 둔 프린스 홀딩 그룹(Prince Holding Group)의 창업자이자 회장으로, 겉으로는 부동산 개발과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인이었지만 실제로는 강제 노동 수용소 10여 곳을 운영하며, 피해자를 장기간 길러내듯 신뢰를 쌓은 뒤 한순간에 자금을 빼앗는 '돼지 도살(Pig butchering)' 수법으로 불리는 가상자산 투자 사기를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브루클린 연방검찰은 첸즈를 전신 사기 공모와 자금세탁 공모 혐의로 기소했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4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번 대규모 자산 압류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 직접 타격을 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당국이 압류한 비트코인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가격 하락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약 11800만 원 수준이었으나, 12만 개가 넘는 물량이 시장에 매각될 경우 공급 과잉으로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AML) 체계를 더욱 엄격하게 점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29일 열린 특정금융정보법 개정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현재 100만 원 이상 거래에만 적용되는 트래블룰(Travel Rule) 규제를 100만 원 이하 거래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이전 시 거래소가 송·수신자 이름과 지갑 주소 정보를 수집하는 규제로, 2022325일부터 시행됐다.

동남아 진출 금융사, 파트너십 재점검 나서


첸즈가 운영한 프린스 그룹은 캄보디아에서 부동산과 은행업 등 광범위한 사업을 전개해 왔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해 12월 왕실 칙령으로 첸즈의 시민권을 박탈하며 선을 그었다. 현재 캄보디아에는 다수의 한국 은행과 금융사가 진출해 있어 현지 금융 생태계의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주의가 요구된다.

업계에서는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한국 금융사들이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범죄 자금과 연루된 자산에 투자할 경우 국제 제재 대상에 포함되거나 자산 회수가 불가능해지는 세컨더리 보이콧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프린스 그룹을 초국가적 범죄 조직으로 지정하고 146개 연관 기업과 개인에 제재를 가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인터넷범죄신고센터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자산 투자 사기로 인한 피해액은 58억 달러(84000억 원)에 달했다. 첸즈가 주도한 사기 수법은 소셜미디어나 메신저를 통해 피해자와 관계를 구축한 뒤 가짜 가상자산 투자 플랫폼으로 유도해 자금을 탈취하는 방식으로, 한국 내 보이스피싱 및 로맨스 스캠과 유사해 국내 보안 당국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동남아 사법 공조 강화…자금세탁 단속망 촘촘해진다


첸즈의 체포와 송환은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유사 범죄 조직에 강력한 경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간 사법 공조가 강화되면서 가상자산을 이용한 국외 재산 도피나 자금세탁 단속망이 더욱 촘촘해질 전망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28일 제19회 자금세탁방지의 날 기념식에서 "가상자산 거래를 악용한 자금세탁 행위를 엄단하겠다""트래블룰 규제를 100만 원 이하 거래까지 확대하고 자금세탁 위험이 큰 해외 거래소와는 가상자산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상반기 중 자금세탁방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회장는 "2027년부터 다자간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 체계(CARF)가 시행될 예정인데 트래블룰 확대는 그 과정의 일부"라며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더 높이는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가상자산이 불법 자금에 활용된다는 오명을 줄이고 전통 금융과 유사한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2028년 한국에 대한 상호평가를 실시할 예정으로, 국내 금융 당국은 국제 기준에 맞춰 자산 투명성을 높이고 해외 송금 및 거래 시 고객 확인 절차(KYC)를 강화하는 선제 대응에 나섰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