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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 캐나다 상표권 항소 기각…‘환자 눈높이’가 발목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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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 캐나다 상표권 항소 기각…‘환자 눈높이’가 발목 잡았다

노바티스 ‘비오뷰’ 유사성 인정…법원 “보건부 허가와 별개, 최종 판단은 사법부 몫”
삼성, 현지 제품명 ‘멜비조’로 변경…바이오시밀러 ‘작명 관행’ 제동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캐나다에서 진행된 오리지널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와의 상표권 분쟁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이미지 확대보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캐나다에서 진행된 오리지널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와의 상표권 분쟁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캐나다에서 진행된 오리지널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와의 상표권 분쟁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의약품의 수요자 범위에 환자를 명시적으로 포함하며, 오리지널 의약품과 유사한 바이오시밀러 명칭이 환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생체의약품을 복제해 만든 약품으로 동등한 효능을 가지면서 가격은 더 저렴하다.

월드트레이드마크리뷰(WTR) 등 현지 법률 전문매체는 지난 16(현지시간), 캐나다 연방항소법원(FCA)이 지난해 1128일 선고한 판결(사건번호 2025 FCA 212)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의약품 허가 절차와 지식재산권 보호가 별개라는 점을 재확인한 사례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브랜드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 환자도 소비자…인터넷 검색으로 정보 습득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노바티스의 황반변성 치료제 비오뷰(BEOVU)’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바유비즈(BYOOVIZ)’ 간의 상표 유사성 여부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은 해당 약물이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제품 선택권이 전문 지식을 갖춘 의사와 약사에게 있으므로, 일반 환자의 혼동 가능성은 법적 판단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연방항소법원은 1심 판단을 유지하며 삼성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대 의료 환경에서 환자는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자신의 질환과 처방 약물 정보를 적극적으로 습득한다따라서 상표 혼동 여부를 판단할 때 의사·약사뿐만 아니라 환자의 인식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두 상표의 외관과 발음이 유사해 환자가 오인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바유비즈상표 사용을 금지한 1심의 영구 금지명령(Permanent Injunction)을 확정했다.

헬스캐나다 승인과 상표권 안전은 다르다


이번 판결은 규제 기관의 행정적 허가가 사법적 상표권 침해를 면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캐나다 보건부(Health Canada)와 유럽 의약품청(EMA)바유비즈라는 제품명을 승인했다. 보건 당국은 처방 오류나 약물 안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보건부의 명칭 승인은 행정 절차일 뿐, 상표법상 타인의 권리 침해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권한은 법원에 있다고 못 박았다.
캐나다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들은 이번 판결을 두고 제약사들이 보건 당국의 이름 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상표 분쟁에서 안전하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삼성, ‘멜비조로 우회…K-바이오 브랜드 전략 수정 불가피


패소가 확정됨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캐나다 내 해당 제품명을 멜비조(MELVIZO)’로 변경하고 재허가를 획득했다. 판매 자체에는 지장이 없으나, 출시 초기 브랜드 인지도 확산과 마케팅 비용 측면에서 타격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바이오시밀러 작명 관행에 제동을 걸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은 오리지널 제품과의 동등성을 강조하기 위해 발음이나 철자가 유사한 이름을 선호해 왔다.

국제 특허 법률 사무소 관계자는 법원이 소비자의 범위를 환자로 넓히고 심사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했다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해외 진출 시 규제 당국의 허가와는 별도로, 상표법 관점에서의 정밀한 선행 조사와 법률 검토를 선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