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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7조 원 투입해‘월 1회’비만약 잡았다…中 CSPC와 역대급 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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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7조 원 투입해‘월 1회’비만약 잡았다…中 CSPC와 역대급 빅딜

아스트라제네카, 中 CSPC와 50억 달러 규모 비만치료제 판권 계약
선급금 1.6조 원 파격 베팅…‘월 1회 투여’로 시장 재편 예고
AI 플랫폼 결합해 개발 가속…릴리·노보 양강 구도에 도전장
아스트라제네카는 CSPC 제약으로부터 임상 초기 단계의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들에 대한 글로벌 권리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아스트라제네카는 CSPC 제약으로부터 임상 초기 단계의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들에 대한 글로벌 권리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영국 제약 거두 아스트라제네카(AZN)가 중국 CSPC 제약집단(CSPC Pharmaceuticals)과 손잡고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 시장 공략을 위한 대규모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총가치 기준 비만 치료제 분야 역대 최대 규모 중 하나로 손꼽히며, 인공지능 기술과 월 1회 투여 방식의 혁신 제형을 결합해 기존 시장의 판도를 바꾸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3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CSPC 제약으로부터 임상 초기 단계의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들에 대한 글로벌 권리(중국 제외)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초기 계약금만 1.6조 원…상업화 성공 시 최대 25조 원대 지급


이번 계약의 핵심은 아스트라제네카가 CSPC 측에 지급하는 파격적인 보상 규모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우선 12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를 선급금으로 지불한다. 이후 개발 및 허가 단계에 따라 최대 35억 달러(약 5조 원)를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다.

상업화 이후 성과에 따른 지급액 규모는 더욱 방대하다. CSPC 측 발표를 보면 판매 실적에 따른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는 최대 138억 달러(약 20조 원)에 이른다. 여기에 매출에 비례한 두 자릿수 비율의 로열티는 별도로 책정했다.

바이오 제약 데이터 분석 업체인 딜포마(DealForma)는 이번 거래가 전체 잠재 가치 측면에서 비만 치료제 분야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화이자의 멧세라 인수(약 100억 달러)나 로슈의 질랜드 파마 협력 건(약 53억 달러)을 웃도는 규모다.

AI 플랫폼과‘월 1회 투여’기술로 차별화 집중


양사의 협력은 단순히 약물 권리 인수를 넘어 기술적 결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CSPC가 보유한 인공지능 기반 신약 발굴 플랫폼과 '리퀴드젤(LiquidGel)'이라는 특수 제형 기술을 확보했다.

맥쿼리(Macquarie) 증권 분석팀은 지난 30일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가장 앞선 후보물질은 일라이 릴리의‘젭바운드’와 같은 계열이지만, 한 달에 한 번만 투여하도록 설계해 편의성이 매우 높다"라고 평가했다.
현재 시장을 장악한 주 1회 투여 방식보다 투약 주기를 획기적으로 늘려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 총괄 샤론 바 수석 부회장은 "CSPC의 AI 역량과 플랫폼 기술은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지녔다"라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양사가 체결한 AI 연구 협력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아스트라제네카가 오는 2030년까지 중국에 150억 달러(약 21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기도 하다.

격화하는 비만 치료제 시장…글로벌 제약사‘쩐의 전쟁’


현재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노보 노디스크의‘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젭바운드’가 양분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들은 관련 시장 규모가 앞으로 10년 안에 1000억 달러(약 145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매섭다. 화이자는 지난해 노보 노디스크와 경쟁 끝에 비만 치료제 스타트업 멧세라를 인수했고, 로슈 역시 카못 테라퓨틱스 인수를 통해 파이프라인을 강화했다.

제이피모건(J.P. Morgan)은 최근 분석에서 "2025년 비만 및 당뇨 분야의 거래 건수는 줄었지만, 전체 거래 가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라며 "이는 제약사들이 이 분야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지표"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빅딜'이 K-바이오에 던지는 함의…제형 차별화가 수출 성패 가른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번 대규모 투자는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수출(L/O) 환경에도 중대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국내 제약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가 글로벌 시장의 수요가 단순히 '체중 감량'을 넘어 '투약 편의성'과 'AI 기반 효율성'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분석한다.

먼저, 임상 초기 단계 물질에 12억 달러라는 거액의 선급금이 책정된 점은 고무적이다.

증권가에서는 "빅파마들이 유망 자산을 선점하기 위해 임상 1상 전후의 초기 단계에도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라며 "독창적인 기전이나 확실한 플랫폼을 보유한 국내기업들의 몸값도 동반 상승할 기회"라고 진단했다.

특히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오는 2026년 하반기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고, 유한양행과 인벤티지랩이 협력 중인 '월 1회 투여' 주사제(IVL3021) 등 제형 차별화에 집중하는 전략이 글로벌 트렌드와 일치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단순한 추격형 전략보다는 경구용 제제나 장기 지속형 제형 등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를 확보한 기업만이 글로벌 빅파마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