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맹과 다자 체제를 부담으로 여기면서 유럽·아시아 반미 여론 급증, ‘신뢰 붕괴’ 경고음
안보·무역 불확실성 확산 속 동맹국들 재무장·대중 접근 가속, 미국 영향력 급속 약화 우려
안보·무역 불확실성 확산 속 동맹국들 재무장·대중 접근 가속, 미국 영향력 급속 약화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이 자국 이익을 앞세운 외교 노선을 더욱 거칠게 밀어붙이면서, 전후 국제질서를 함께 떠받쳐온 동맹국들 사이에서 실망과 불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이 동맹의 구심점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위험 요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워싱턴이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1월 30일 베를린발로 게재한 ‘미국이 먼저 혼자된 미국이 되는 위험을 감수하는 방법’이라는 제하의 에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공격적인 외교 행보가 유럽과 아시아 전반에서 반미 정서를 자극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이미지 악화가 아니라 동맹 신뢰의 구조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를린에서 감지되는 미국에 대한 거리감
월스트리트저널은 냉전 시기부터 미·유럽 동맹의 상징이었던 베를린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전한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이 연대와 연합의 메시지를 전했던 도시에서, 이제 미국 지도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을 공개 석상에서 조롱하고, 과거 전쟁사를 빗대어 자극적인 발언을 이어간 것이 이러한 정서 변화에 불을 붙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독일 시민들 사이에서는 미국에 대한 개인적 유대와 존중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오랜 인연을 지닌 독일인들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퍼뜨리고 있는 미국의 이미지를 “파괴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우선’이 ‘미국 고립’으로 읽히는 순간
신문은 현재의 국제 환경을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 고립으로 해석되기 시작한 세계’라고 규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원조를 대폭 줄이고, 다수의 다자 기구에서 탈퇴했으며,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도 중단했다. 여기에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싼 군사적 언급과 각국을 상대로 한 무역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미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안보 보증국으로 보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의 화살을 적국이 아닌 동맹국에 집중시키고 있다는 점이 반감을 키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한다. 나토를 비용만 드는 조직으로 묘사하고, 동맹국들이 미국의 희생에 보답하지 않는다는 식의 발언을 반복하면서, 미국이 동맹을 자산이 아닌 부담으로 여긴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로 번지는 신뢰 붕괴
이 같은 변화는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캐나다와 멕시코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도 미국의 통상 정책과 안보 압박을 위협적이고 일방적이라고 받아들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미국을 중국보다 더 큰 불안 요인으로 보는 분위기까지 나타나고 있다.
신문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계산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안보 공약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동맹국들은 자국 방위 역량을 스스로 강화하거나, 중국과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넓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재무장과 대중 접근, 미국 영향력의 시험대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장 심각한 변화가 안보와 경제 영역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들은 미국의 보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전략에서 벗어나기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방산 생산을 늘리고 있다. 동시에 무역과 산업 측면에서는 중국과의 협력을 완전히 끊기보다, 선택지를 넓히는 쪽으로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기업들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 약화되면서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관광과 소비, 투자에서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신뢰의 붕괴가 결국 경제적 비용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강조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과거 베트남전이나 이라크 전쟁 시기에도 미국의 이미지가 흔들린 적은 있었지만, 당시에는 국제질서 자체를 자산으로 여기는 미국의 기본 인식이 유지됐다고 짚는다. 그러나 지금은 동맹과 다자 체계를 부담으로 여기는 시각이 미 백악관을 지배하고 있으며, 이 점이 이번 변화의 본질이라고 분석한다.
신문은 미국이 동맹을 밀어내는 사이, 세계는 미국 없는 안보와 질서를 상정하기 시작했고, 이는 장기적으로 더 위험한 국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우선주의가 계속된다면, 워싱턴은 결국 스스로 선택한 고립 속에서 영향력을 잃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