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코 “쿠팡, 한국 규제를 ‘미국 기업 차별’로 프레임 전환…워싱턴 로비 압승”
트럼프, 한국 향해 관세 인상 경고… 쿠팡 정보유출 조사가 한·미 통상 전면전 도화선
케빈 워시·롭 포터 등 ‘트럼프 인맥’ 총동원, 2025년 로비 자금만 227만 달러 투입
트럼프, 한국 향해 관세 인상 경고… 쿠팡 정보유출 조사가 한·미 통상 전면전 도화선
케빈 워시·롭 포터 등 ‘트럼프 인맥’ 총동원, 2025년 로비 자금만 227만 달러 투입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의 ‘키 플레이어’ 쿠팡, 미 공화당 측면 지원 확보
미국 공화당 소속 에이드리언 스미스 하원의원(네브래스카)은 지난달 열린 청문회에서 한국 정부의 디지털 통상 정책을 두고 “미국 기술 리더들을 공격적으로 겨냥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하원 세입위원회 산하 무역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스미스 의원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쿠팡을 지목했다. 미국 일반 소비자에게 쿠팡은 생소한 이름이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한국 정부의 ‘디지털 차별’을 입증하는 상징적 존재로 통한다.
쿠팡은 지난 수년간 치밀하게 ‘미국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굳혔다.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과 동시에 본사를 시애틀로 옮겼고, 트럼프 1기 백악관 선임 보좌관 출신인 롭 포터를 영입해 글로벌 전략을 맡겼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ASPI) 부소장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쿠팡은 다른 미국 기업들과 달리 한국 내 ‘디지털 차별’이라는 단일 현안에 화력을 집중해 미 정책 입안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511조 원 투자 약속 ‘좌초 위기’…관세 위협의 배경 된 ‘디지털 규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2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농업과 산업 분야에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법안을 도입했다”면서 “미국만 합의를 지키기는 어렵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USTR은 지난해 12월 예정됐던 한·미 통상장관 회의를 전격 취소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미 하원 사법위원회는 지난 4일 쿠팡을 증인으로 소환해 한국 정부의 디지털 정책과 미국 기업 차별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짐 조던 사법위원장은 해럴드 로저스 쿠팡 법무책임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쿠팡을 겨냥한 한국 정부의 조사는 혁신적인 미국 기업에 대한 공격이며, 차별적 대우를 하지 않겠다는 최근의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로비 자금 227만 달러 투입…‘MAGA’ 인맥으로 워싱턴 포위
쿠팡의 워싱턴 영향력 확대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2025년 한 해 동안 로비 자금으로 총 227만 달러(약 33억 원)를 지출했다. 2024년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위원회에 100만 달러(약 14억6000만 원)를 기부하며 김범석 의장이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쿠팡의 이사회와 로비스트 명단은 화려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가 2019년부터 이사로 활동 중이며, 톰 코튼 상원의원의 고문을 지낸 알렉스 웡도 초기 로비스트로 합류했다. 최근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인연이 깊은 ‘컨티넨털 스트래티지스’ 등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과 연결된 로비 업체를 대거 고용하며 화력을 보강했다.
데이터 유출 조사 둘러싼 한·미 간 시각차 팽팽
갈등의 도화선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쿠팡의 고객정보 유출 사고다. 한국 정부는 약 3300만 명의 사용자 정보가 노출된 이번 사건을 엄중하게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 인터뷰에서 “아파트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유출된 중대한 사안으로,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면서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쿠팡 측은 “유출 정보는 이름과 전화번호 등 저수준의 식별 정보일 뿐”이라며 한국 정부의 대응을 ‘미국 기업에 대한 법치 없는 공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지타운대학교의 아누팜 찬더 교수는 “쿠팡이 스스로를 미국 기업으로 규정하며 워싱턴의 지원을 끌어내는 전략은 매우 이례적이고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 전문 변호사는 “미국 정부가 특정 기업의 처우에 따라 상대국 통상 정책을 결정하는 전례가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효율적인 워싱턴 로비가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가 되는 시대가 왔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15% 수준의 관세율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쿠팡을 둘러싼 디지털 규제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한·미 무역 관계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