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가성비는 중국, 보안은 미국”…로봇 패권 틈바구니 속 ‘안보 인플레이션’ 경보

글로벌이코노믹

“가성비는 중국, 보안은 미국”…로봇 패권 틈바구니 속 ‘안보 인플레이션’ 경보

200만 원대 ‘중국산 로봇’ 역습… 미국, “제2의 화웨이” 지목하며 전방위 봉쇄 돌입
하드웨어 공급망 장악한 중국에 맞서 미국 ‘로봇 공학 진흥법’ 카드로 데이터 주권 수호 전략
미·중 기술 진영 ‘디커플링(탈동조화)’ 가속화… ‘비용’보다 ‘안보’ 우선하는 시장 재편 불가피
전 세계 로봇 산업의 지형도가 ‘생산 효율성’에서 ‘국가 안보’ 중심으로 급격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전 세계 로봇 산업의 지형도가 ‘생산 효율성’에서 ‘국가 안보’ 중심으로 급격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전 세계 로봇 산업의 지형도가 ‘생산 효율성’에서 ‘국가 안보’ 중심으로 급격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호주 뉴스닷컴의 보도와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EIP)의 최신 분석을 종합하면, 중국은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심신 AI(Embodied AI)’로 돌파하려 하는 반면, 미국은 이를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진입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랜드(RAND) 연구소 보고서는 인공지능(AI) 로봇이 수집한 정밀 데이터가 적대국으로 유출될 경우 발생할 ‘로봇 인서전시(반란)’ 수준의 인프라 마비 위험성을 경고했다.

중국의 ‘박리다매’ 공세… 하드웨어 국산화율 90% 돌파

중국 로봇 산업은 정부의 막대한 자금력과 완결된 공급망을 무기로 ‘로봇 대중화’를 정조준하고 있다.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내 휴머노이드 관련 기업은 이미 150여 개를 넘어섰으며, 이들은 핵심 부품의 90% 이상을 현지에서 조달하며 생산 단가를 파격적으로 낮췄다.

실제로 중국 유니트리(Unitree)가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G1’은 대당 1만6000달러(약 2300만 원)라는 경이로운 가격표를 달고 시장에 나왔다.

유비텍(UBTech)의 ‘워커 S’는 이미 니오(Nio) 등 전기차 조립 공정에 투입되어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실전 배치 단계에 들어섰다. 베이징시가 조성한 143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펀드와 상하이의 초기 자본이 결합하면서 중국은 단순 제조를 넘어 사고하고 학습하는 ‘생각하는 기계’ 양산 체제를 굳히고 있다.

미국의 ‘로봇 철막’ 전략… 데이터 주권과 수출 통제의 이중 잠금


미국은 중국의 이 같은 물량 공세를 ‘안보에 대한 직접적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 상·하원은 최근 중국산 로봇을 ‘제2의 화웨이’로 간주하고, 중요 인프라 내 중국산 로봇 설치를 전면 금지하는 ‘미국 로봇 공학 진흥법’을 논의 중이다.

미 상무부의 규제는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엔비디아(Nvidia) H100 등 고성능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차단함으로써, 중국산 로봇이 하드웨어적 성능은 갖추더라도 고도의 지능형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포석이다.

랜드 연구소는 “AGI(범용인공지능)가 탑재된 로봇이 미국 내 가정과 공장 도면을 스캔해 전송할 경우 발생할 전략적 손실은 가늠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하며 데이터 전송에 대한 강력한 필터링 정책을 제언했다.

K-부품의 ‘공급망 기회’와 ‘해외 의존’의 역설


미·중 로봇 패권 경쟁은 국내 반도체 및 정밀 제어 부품 산업에 거대한 ‘기회의 문’인 동시에 ‘체질 개선’이라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KITA)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로봇 밀도 세계 1위의 활용 강국이지만,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율은 여전히 40%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모터용 영구자석의 88.8%를 중국에, 정밀 감속기와 컨트롤러 등 핵심 부품의 상당수를 일본과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중국산 로봇 배제 움직임은 역설적으로 우리 기업들에게 반사이익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액추에이터와 정밀 감속기를 공급망에서 걷어내기 시작하면서, 대체 소스를 찾는 글로벌 제조사들의 시선이 에스피지(SPG) 등 한국의 정밀 부품사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