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에너지 공급망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지만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 상승폭은 과거 위기 때보다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사흘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했다.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운항이 사실상 중단됐고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시설과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정유시설이 가동을 멈췄다.
그럼에도 가격 상승폭은 과거 에너지 위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다는 분석이다. 브렌트유는 장중 최대 14% 급등했지만 배럴당 77.74달러(약 11만4300원)로 지난해 6월 이후 최고 수준에 그쳤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한때 54% 치솟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기록한 고점에는 못 미친다.
시장에서는 이번 충돌이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에서 군사적 선택지를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자급도가 높아졌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 호르무즈 해협 94% 급감…“장기화 땐 시장 혼란”
해상 운송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은 평소 대비 94% 감소했다. 미국은 선박에 군사작전 지역을 피하라고 권고했고 그리스는 자국 선단에 해협 접근을 자제하라고 통보했다. 현재까지 최소 4척의 상선이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해협이 25일 이상 사실상 봉쇄 상태로 유지될 경우 중동 산유국들이 생산 감축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씨티그룹은 충돌이 장기화돼 에너지 인프라가 광범위하게 타격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약 17만64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대로 조기 협상 재개 시 유가는 60달러대(약 8만8200원) 또는 50달러대 중반(약 7만350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니얼 예르긴 S&P글로벌 부회장은 “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공급 차질을 초래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현실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 자체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카타르 LNG 중단…“완충 여력 거의 없다”
천연가스 시장은 더 취약하다. 카타르 라스라판 LNG 시설은 전 세계 공급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중단을 2022년 이후 최대 충격으로 평가하고 있다.
유럽 가스 저장량은 계절적 저점에 근접해 있고 아시아 주요 수입국인 대만·일본·한국도 저장 여력은 수주 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LNG 수입의 99%를 카타르에 의존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DTEK 산하 디트레이딩의 제임스 오브라이언 LNG 부문 책임자는 “전 세계에 사실상 남는 LNG 액화 설비 용량이 없다”며 “최악의 경우 아시아와 유럽이 2022년과 같은 입찰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미국은 상대적 완충…동맹국 부담 가중
미국은 원유와 가스 순수출국으로 전환한 이후 에너지 충격에 대한 내성이 과거보다 커졌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이미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에너지 비용 완화를 위한 조치를 즉각 시행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다만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즉각 방출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해 LNG 수입의 약 30%를 카타르에서 들여왔다. 인도는 LNG 수입의 절반가량을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위기 대응을 위해 석유 조정 그룹을 소집했지만 즉각적인 에너지 안보 위협은 아니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수일 이상 이어질 경우 공급망 교란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블랙골드인베스터스의 게리 로스는 “이란 정권이 생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기 위해 어떤 조치든 취할 수 있다”며 “갈등이 길어질수록 가격 상승 위험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은 단기 충돌에 베팅하고 있지만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위기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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