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올해 10만 대 양산…GM·에어버스도 채택

글로벌이코노믹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올해 10만 대 양산…GM·에어버스도 채택

5개 도시 11개 기업 직접 취재, 가격 1년 새 33% 급락
2035년 글로벌 시장 230조 원 전망…'디커플링' 외치는 서방, 정작 줄 세워
AI와 결합한 중국 로봇 산업이 전 세계 제조업의 노동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AI와 결합한 중국 로봇 산업이 전 세계 제조업의 노동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 이 순간에도 인천항을 통해 수입되는 공장 자동화 장비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산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기술 분리(디커플링)를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는 사이, 제너럴모터스(GM)는 중국 로봇팔을 캐나다 공장에 들이고 있고, 유럽 항공 대기업 에어버스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과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19일(현지시각) 중국 5개 도시, 로봇 기업 11곳을 직접 방문해 취재한 결과, AI와 결합한 중국 로봇 산업이 전 세계 제조업의 노동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1억 2000만 명 공장 노동자의 일자리가 걸린 '로봇 굴기'의 현장을 들여다봤다.

中 로봇, 외국 공장 속으로…GM 한 공장서 12명 교체


상하이 외곽에 본사를 둔 구치 로보틱스(Guchi Robotics)는 전기차 생산의 '최종 조립' 공정 자동화에 집중하는 기업이다. 창업자 천량은 현재 대시보드, 앞유리, 바퀴 장착을 사람 손 없이 처리하며, 최종 조립 공정의 나머지 80%를 2030년대 중반까지 자동화하겠다고 밝혔다.

가디언 취재진이 구치 상하이 창고를 방문했을 때, GM 엔지니어 팀이 캐나다 공장 납품을 앞두고 로봇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GM 소속 미국인 엔지니어는 "단 하나의 공장에서 조립 인력 12명을 줄이게 된다"고 말했다.

GM 측은 공식적인 인력 감축 목표치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안전·효율·품질 향상을 위해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버스도 올해 초 중국 유비테크(UBTECH)와 휴머노이드 로봇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디커플링이라는 정치적 구호와 달리 현장에서는 중국 로봇을 향한 서방 제조업체들의 수요가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의 로봇 스타트업 갈봇(Galbot)은 AI가 낯선 환경에서도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도록 훈련하는 '시각-언어-행동 모델(VLA·Vision-Language-Action Model)'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휴머노이드는 현재 베이징 약국 10곳에서 엔비디아(Nvidia) 칩을 탑재해 24시간 약품을 조제하고 있다. 대당 가격은 70만 위안(약 1억 5200만 원)이다. 화웨이 허페이 공장에선 구치의 로봇이 초고급 전기차 맥스트로 S800의 대시보드 설치를 완전 자동으로 처리한다.

올해 10만 대 양산시대…정부-기업 일체화로 속도 낸다


중국의 로봇 산업 팽창 속도는 수치가 말한다. 가오공로봇산업연구소(GGII)는 지난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을 1만 8000대 규모로 집계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650% 이상 급증한 수치다.

GGII는 올해 2분기 출하량이 2만 5000대를 넘고, 연간 출하량도 10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기존 예측치를 상향 조정했다.

가격 경쟁도 불붙었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단일 기기 원가가 올해 1분기 10만 위안(약 2100만 원)을 기록해 지난해 15만 위안(약 3200만 원) 대비 33% 낮아졌다.

3월 유비테크는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판매가를 12만 8000위안(약 2780만 원)으로 내렸으며, 포리에(Fourier)는 11만 5000위안(약 2500만 원)짜리 신모델을 내놨다.

이 배경에는 촘촘한 부품 공급망이 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 소속 한 개발자는 가디언에 "상하이와 선전을 중심으로 형성된 부품망 덕분에 로봇 시제품 수정이 실리콘밸리에서 몇 주 걸리는 것과 달리 하루 안에 끝난다"고 말했다.

칭화대 로봇공학 연구자 해리 쉬(Harry Xu)는 "한 세대의 로봇을 상용화하고, 실패한 기업이 나오면서 다음 세대를 만든다"며 이 반복이 중국 로봇 산업의 창조적 파괴를 가속시킨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기업의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항저우는 유니트리(Unitree), 상하이는 아지봇(AgiBot), 베이징은 갈봇, 선전은 유비테크를 각각 지역 대표 주자로 키운다. 비야디(BYD)는 올해까지 전체 로봇 투입 규모를 2만 대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로봇이 인간처럼 되려면, 인간이 먼저 로봇처럼 움직여야 한다“


중국 로봇 산업이 풀어야 할 핵심 난제는 '데이터 부족'이다. AI 로봇에게 다양한 동작을 학습시키려면 방대한 양의 실제 행동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아직 공개된 학습 데이터베이스가 충분하지 않다.

베이징의 레주 로보틱스(Leju Robotics)는 VR 헤드셋을 쓴 훈련 요원(텔레오퍼레이터) 100여 명이 직접 로봇 팔을 조종해 감자 집기, 물 붓기, 박스 분류 같은 동작을 반복 수행하며 학습 데이터를 쌓는 방식을 쓴다.

가디언 기자가 직접 이 훈련에 참여한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로봇 손을 제어하는 골격 장갑을 끼고 옷 집기 동작을 시도했지만 마치 오락실 집게 기계처럼 어색하고 둔탁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훈련 요원이 반드시 로봇이 인식할 수 있는 속도로 움직여야 하고, 팔을 정해진 위치에 고정한 채 가려운 곳도 긁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순간 훈련 요원의 인간적 동작이 데이터를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로봇을 인간처럼 만들기 위해, 인간이 먼저 로봇처럼 행동해야 하는 역설이 중국 공장 한켠에서 조용히 진행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Markets and Markets)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2027년 173억 달러(약 25조 원)로 성장하고, 연평균 복합 성장률은 63.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2035년 시장 규모가 1540억 달러(약 2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AI 권위자 얀 르쿤(Yann LeCun)은 현재의 딥러닝 방식이 기업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범용 로봇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강한 회의론을 유지하고 있다.

천량 스스로도 딥러닝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중저숙련 공장 노동자들의 일자리 전환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했다. 중국 로봇 굴기의 질주가 이어지는 동안, 그 뒤편에 남겨질 1억 2000만 공장 노동자들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