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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선트 美 재무 “영국 중앙은행 모델 참고”…연준 감독 강화 논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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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선트 美 재무 “영국 중앙은행 모델 참고”…연준 감독 강화 논의 확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준비제도의 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영국 중앙은행 모델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과 맞물리며 중앙은행 독립성 논쟁이 다시 불붙는 양상이다.

2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시장 관계자들과의 대화에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운영 방식을 참고해 연준에 대한 재무부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베선트 장관은 1997년 영국 정부가 영란은행에 통화정책 결정의 운영상 독립성을 부여하면서도 정부와의 관계를 일정 부분 제도화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연준과 영란은행 모두 형식적으로는 정부로부터 독립돼 있지만 연준은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의회 목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다 넓은 재량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논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향해 거친 표현을 사용하며 통화정책 방향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고, 미 법무부는 연준 본부 리모델링과 관련해 파월 의장에 대한 형사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연준과 재무부 간 관계 재설정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중앙은행의 역할과 정책 독립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선트 장관은 연준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과거 대규모 자산매입 프로그램인 양적완화(QE)에 대해 “기능 확대형 통화정책 실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또 영란은행이 금융시장 불안 시기에 자산 매입을 확대했다가 시장이 안정되면 개입을 중단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영란은행은 위기 상황에서 대규모 개입을 하면서도 시장 기능이 회복되면 이를 멈춘다”고 밝혔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영국처럼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이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물가 목표를 점검하는 체계를 미국에도 도입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물가 목표를 벗어날 경우 영란은행 총재가 재무부에 서한을 보내 설명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다만 베선트 장관은 이 같은 서한 교환 체계에 대해 “비효율적이고 관료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한 케빈 워시는 위기 상황에서 영국식 서한 제도를 도입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과거 연준이 통화정책을 넘어 재정정책 영역까지 개입했다고 비판해온 인물이다.

현재 미 재무부와 연준의 관계는 1951년 체결된 ‘재무부-연준 협정’을 기반으로 한다. 이 협정은 중앙은행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토대로 평가된다.

연준은 의회에 대해 연 2회 통화정책을 보고하는 구조를 갖고 있으며, 재무장관과 연준 의장은 비공식적으로 주 1회 정도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의는 연준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정부의 정책 조율 기능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되지만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