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원 개정 '빈장관리조례' 시행, 주거용 주택 유골 전용 보관 금지
1선 도시 묘지 ㎡당 10만 위안 돌파, 집이 죽은 자의 안식처로 변하는 부동산 역설
경제·고령화·주거난이 맞물린 기현상, 중국 부동산 시장 기능 붕괴와 전통 가치관 동시 균열
1선 도시 묘지 ㎡당 10만 위안 돌파, 집이 죽은 자의 안식처로 변하는 부동산 역설
경제·고령화·주거난이 맞물린 기현상, 중국 부동산 시장 기능 붕괴와 전통 가치관 동시 균열
이미지 확대보기사망자가 늘수록 유골을 안치할 묘지도 더 필요하다. 그러나 수십 년간 폭등한 도시 지가(地價)는 대도시 인근에서 묘지를 조성할 토지 여유를 사실상 소멸시켰다.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팔리지 않는 공실 아파트가 전국에 쏟아졌다. 폭증하는 사망자 수, 부족한 묘지, 넘쳐나는 빈집, 이 세 가지 조건이 한곳에서 충돌한 결과가 바로 '골회방(骨灰房)'이다.
산 자를 위한 집이 죽은 자의 안식처로 변하는 이 역설적인 현상을 중국에서는 '골회방(骨灰房)'이라 부른다. 시신을 화장하고 남은 유골 가루를 함에 담아 안치하는 공간으로, 우리나라의 납골당(봉안당)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것이 공인된 장례 시설이 아니라는 점이다. 팔리지 않거나 비워진 아파트를 사설 납골당으로 전용하는 것이다.
중국 톈진시 징하이(静海)구 어느 아파트 단지. 16개 동, 회백색 외벽의 평범한 건물 안에는 10만여 개의 유골함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매년 청명절(淸明節)이면 전국 각지 번호판을 단 차량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엘리베이터 안에는 종이돈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 방문객이 찾는 대상은 살아있는 자가 아니다.
왜 집이 무덤이 됐나, 가격 역전의 경제학
이 현상의 뿌리는 간단하다. 묘지가 아파트보다 비싸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현지시각) 부동산 거품 붕괴와 급격한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집'이 주거 기능을 잃고 죽은 자를 위한 공간으로 바뀌는 기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중국 내 현지 언론과 업계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수치로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 주요 1선 도시의 경영성 묘지 가격은 이미 ㎡당 10만 위안(약 2190만 원)을 넘어서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반면 광둥성 포산시 난하이구의 문제가 된 아파트 단지 분양가는 ㎡당 2만 위안(약 430만 원)에도 못 미친다. 같은 면적을 기준으로 따지면 묘지가 아파트보다 5배 이상 비싼 셈이다.
가격 역전 현상만이 아니다. 사용 기간의 구조적 불균형도 결정적이다. 주거용 아파트는 정부로부터 토지 사용권 70년을 보장받지만, 경영성 공원묘지는 통상 20년마다 관리비를 납부하고 임대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계산하면, 대도시 근교의 저렴한 아파트 한 채를 매입해 가족 납골당으로 활용하는 것이 묘지를 반복 임대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보험사 선라이프(SunLife)의 2020년 세계 장례 비용 조사에서 중국의 평균 장례 비용은 약 3만 7375위안(약 810만 원)으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인 평균 연봉의 45%에 달하는 수치다.
집값 하락이 만든 부작용, '투기 금지'가 낳은 음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房住不炒)"라는 원칙을 천명한 뒤, 부동산 시장은 급격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투자 수요가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공실이다. 거주 수요가 사라진 주택이 '죽은 자의 보관 공간'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부동산 시장의 기능 붕괴를 상징하는 현상으로 읽힌다.
중국 현지 언론이 취재한 사례들은 이 현상의 광범위한 확산을 보여준다. 장쑤성 난퉁(南通)의 한 주거 단지에서는 이웃 주민이 매달 중순 정체를 알 수 없는 방문자들을 목격했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것은 향 연기와 황금빛 제단, 그리고 세 번 절하는 검은 옷의 인물들이었다. 산둥성 어느 도시에서는 한 남성이 중개업체를 통해 9600위안(약 210만 원)에 임차한 집에 입주한 뒤, 건물 내 대부분의 방이 유골함 보관에 쓰이고 있음을 뒤늦게 알고 집주인과 중개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불법의 경계도 모호했다. 시행 전까지는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베이징 변호사협회 부동산 관리법 전문위원장 바오화(包華)는 "주택 용도를 거주 외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으나, 가족 유골만 안치하고 이웃 생활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민사상 불법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러한 회색지대가 골회방 확산의 온상이 됐다.
새 법의 내용과 한계, 막는 것과 풀어야 할 것
이번에 시행에 들어간 개정 '빈장관리조례' 제30조의 핵심은 '전용(專門)'이라는 단어에 있다. 주택을 유골 보관 전용 공간으로 사용하거나, 여러 유골함을 일괄 수용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행위를 겨냥한 것이다. 당국은 가족이 자택에서 고인의 유골을 일시 안치하거나 조용히 추모하는 민속적 행위 자체는 금지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새 조례는 단속 주체도 명확히 했다. 공안·위생건강·시장감독 등 복수 부처가 각각의 관할 영역에서 장례의 전 단계를 담당하는 '전 주기 감독(全鏈條監管)' 체계를 구축했다. 단순히 장례식만 보는 게 아니라, 사망 순간부터 안치·제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정부가 빈틈이 없이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아울러 사회적으로 거센 비판을 받아온 '천가(天價·하늘처럼 높은 가격) 장례' 문제에 대응해 수수료 항목을 공개 고시하고, 과도한 요금 부과 행위를 가격 위반으로 처벌하는 투명화 조치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한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골회방 현상의 근본 원인인 묘지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새 조례가 비용 투명화를 명시했지만, 묘지 부지 자체를 늘리는 실질적 공급 확대 방안이나 장기 저렴 묘지 제도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은 포함되지 않았다. 골회방을 막는 것과 골회방을 만들어낸 구조를 바꾸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귀신보다 월세가 더 무섭다", 금기를 허무는 생존 경제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UC Irvine) 박사과정생으로 이 현상을 연구한 신이 우(Xinyi Wu)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거주지로서 가치를 잃은 공간에 사람들이 '유골 보관'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것은 젊은 세대의 반응이다. 전통적으로 죽음을 불길하게 여기는 금기(禁忌) 문화가 강한 중국에서, 극심한 취업난과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는 청년 세입자들은 옆집이 골회방이라는 사실에 놀라울 정도로 담담한 반응을 보인다. 신이 우 연구원은 "일부 청년들은 이웃이 골회방이라는 사실 덕분에 임대료가 낮아진다면, 눈으로 직접 보지 않는 이상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통적 금기보다 생존 비용이 더 현실적인 공포로 작동하는 사회. '귀신보다 집값이 더 무섭다'는 인식이 조용히 퍼지고 있다.
뿌리가 흔들리면 출산율도 흔들린다, 인구·문화의 연쇄 충격
중국 정부는 이번 단속과 함께 '생태 장례'를 대안으로 적극 장려하고 있다.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해장(海葬)이 대표적이다. 베이징의 한 장례 컨설턴트는 "현재 베이징 고객의 30~40%가 생태 장례를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통적 매장 의례의 해체가 가족 제도와 출산율에 연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인구통계학자 이푸셴(易富賢) 위스콘신-매디슨대학 교수는 저서 '절벽 위의 대국(大國空巢)'에서 "서구의 교회처럼 중국의 조상 묘는 종족 번식 관념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장치"라며 "전통적 매장 의례가 사라지면 가족에 대한 태도가 변하고, 이는 결국 저출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거품 붕괴의 파편이 인구 절벽 가속화라는 예상치 못한 방향을 겨누고 있는 것이다.
산 자가 떠난 집, 이후 과제는
산 자가 떠난 집을 죽은 자가 채우는 사회. 골회방은 단순한 기형적 현상이 아니라, 중국 경제와 가족 질서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복합적 경고 신호다.
3월 30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새 조례는 법적 공백을 메웠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조치다. 그러나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단속 이후에도 △대도시 묘지 공급 부족 해소 방안,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민간 상업용 묘지의 가격 투명화를 넘어선 공공 묘지 확충, △생태 장례 보조금 등 경제적 유인 확대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골회방은 다른 형태로 재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산 자에게는 살 집을, 죽은 자에게는 쉴 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숙제를 중국 정부는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