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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열섬과 바다 사이, 가장 먼저 뜨거워지는 도시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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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열섬과 바다 사이, 가장 먼저 뜨거워지는 도시 울산

산업과 해양이 겹친 기후 전선…21세기 후반 ‘연평균 20℃’의 의미

울산기후변화 분석 그래픽. 자료=AI생성 및 자체 편집이미지 확대보기
울산기후변화 분석 그래픽. 자료=AI생성 및 자체 편집

"기후는 기록된다"...울산의 80년 상승 곡선


울산의 기후 변화는 단순한 체감이 아니라 관측으로 축적된 사실이다. 31일 기상청 장기 관측 자료에 따르면 울산의 연평균 기온은 1946년 이후 2025년까지 10년당 0.27℃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반도 평균 상승률(0.2℃대 중반)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이는 산업화 이후 상승 압력이 누적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2020년대 들어 연평균 기온이 15℃를 넘는 해가 연속적으로 나타나면서 계절성이 흔들리고 있다. 겨울은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지며, 봄과 가을은 점점 압축되는 양상이다. 울산의 기후는 더 이상 과거의 평균값으로 설명되지 않는 단계에 진입했다.

산업이 만든 열, 도시를 바꾸다

울산 기후 변화의 핵심에는 산업 구조가 놓여 있다. 1960년대 이후 형성된 대규모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산업단지는 하나의 ‘열 발생 시스템’으로 작동해왔다. 일반적인 도시 열섬 현상이 건물과 아스팔트의 축열 효과에서 비롯된다면, 울산은 여기에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인위적 열이 더해진다. 이로 인해 여름철 야간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높게 유지되는 경향이 뚜렷하며, 열대야 발생 일수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기후학자들은 이러한 구조를 ‘산업 열섬’으로 구분한다. 특히 울산처럼 공단이 도시와 가까운 경우 열섬 효과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동해의 변화, 도시의 기후를 다시 쓰다


울산의 또 다른 변수는 바다다. 동해는 최근 수십 년간 빠른 속도로 수온이 상승하고 있는 해역이다. 해수면 온도의 상승은 겨울철 기온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여름철 대기 중 수증기량을 증가 시킨다. 이는 강수 패턴의 변화로 이어진다. 비가 ‘한 번에 많이 내리는’ 집중호우 발생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울산연구원의 분석에서도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21세기 후반 울산의 강수량 증가와 함께 극한 강수 빈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하천 범람과 도시 침수, 산업단지 피해 가능성을 동시에 키우는 요인이다.

다른 도시와 다른 구조, ‘이중 가속’의 기후

울산의 기후 변화는 다른 도시와 비교할 때 그 특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서울은 인구 밀도와 건축 구조로 인한 전형적인 도시 열섬이 강하게 나타나는 반면, 산업 열의 직접적인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부산은 해양의 영향이 크지만 산업 구조의 밀집도는 울산보다 낮다.

반면 울산은 산업 열섬과 해양 온난화가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를 가진다. 두 요인이 서로를 증폭시키며 기온 상승과 기후 변동성을 키운다. 기후 연구자들은 이를 ‘이중 가속 구조’로 설명한다. 같은 온난화 조건에서도 울산이 더 빠르게 기후 변화를 겪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의 경계, 기후대가 이동한다


현재의 온난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21세기 후반 울산의 연평균 기온은 20℃를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반도 남부보다 따뜻한 제주와 유사한 기온 체계가 울산에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겨울철 한파 일수는 크게 줄어드는 반면, 여름철 폭염과 열대야는 더욱 빈번해진다. 동시에 해수면 상승과 맞물려 연안 지역의 침수 위험도 증가한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평균값의 문제가 아니라 ‘극단값의 일상화’로 나타난다.

산업도시의 기후 리스크, 경제를 흔들다


울산은 제조업의 핵심 거점이다. 기후 변화는 산업 리스크로 연결된다. 고온 환경은 노동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설비 효율을 저하시킨다. 냉방 수요 증가로 전력 소비는 급증하고, 이는 온실가스 배출과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한 집중호우와 해수면 상승은 항만과 산업단지의 안전성을 위협한다. 특히 저지대에 위치한 일부 공업 지역은 침수 위험에 노출돼 있어, 기후 적응 정책이 곧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구조다.

적응의 시간, 도시의 선택


울산시는 ‘제4차 기후위기 적응대책(2027~2031)’ 수립에 착수했다. 정부의 국가 계획과 연계되면서도 지역 특성을 반영한 대응 전략을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건강, 물 관리, 생태계, 산업 등 6개 분야로 나뉜 대응 체계는 기후 리스크를 세분화하고, 특히 취약계층 보호를 중요한 축으로 포함하고 있다. 같은 기후 재난이라도 주거 환경과 소득 수준에 따라 피해가 달라진다는 점을 반영한 접근이다. 기후 정책이 환경을 넘어 사회 정책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시작된 미래


울산의 기후변화는 ‘예측’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여름밤 식지 않는 공기, 겨울의 짧아진 그림자, 그리고 예측하기 어려운 폭우 패턴은 이미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기후는 항상 변해왔지만, 지금의 변화는 속도와 방향에서 과거와 다르다. 울산은 산업화 시대를 가장 압축적으로 통과한 도시였고, 이제는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서 미래를 먼저 경험하는 도시가 되고 있다.

울산의 기후 연대기는 단지 한 도시의 기록이 아니라, 앞으로 한반도가 맞이할 시간의 예고편에 가깝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